'선택'에 대한, 가볍지만 묵직한 네 가지 이야기
어제 저녁의 친구들과의 일이다.
"뭐 먹으러 갈까?"
"음 뭐.. 뭐 딱히 모르겠는데.. 아무거나 괜찮아-"
헛, 또 시작되고야 말았다. 아.무.거.나...
몇 분 간의 지루한 토론 끝에 결국 무난한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게 되었다,
물론 나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흡족한' 저녁은 아니었다는 사실.
위와 같은 상황은 흔히 모임에서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우린 인생에서
점심때 뭘 먹을지에서부터,
평생을 바칠만한 직업을 정하는 것까지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매 순간 선택할 때 보통은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다.
'결정 장애'라는 심각한 용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결정을 큰 스트레스나 시간의 낭비 없이 내리는 것이 늘 어려운 사람이 혹시 여기 있다면,
아래 소개되는 네 가지 이야기에 차례차례 귀를 기울여보라.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먼저 내게 깨닫게 해주었던 교훈을 여러분에게도 들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런어웨이 브라이드(도망가는 신부)'이라는 영화에서 여주인공 매기(줄리아 로버츠 분)는 메릴랜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아름답고 발랄한 아가씨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세 번의 결혼식에서 매번 주례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예식장을 도망쳐버린 전과가 있는데, 남주인공 아이크(리처드 기어 분)는 USA TODAY의 칼럼리스트로서 그녀를 취재하러 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그녀를 알게되면서 그녀가 계속 도망치게 되는 이유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매기에게
"당신은 심지어 당신이 좋아하는 계란 요리가 뭔지도 모르지 않냐!"
며 다그친다.
그녀는 그 순간 그녀가 지금까지 계란 요리를 주문할 때마저도 연인이 좋아하는 것에만 맞춰서 자신도 주문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신이 계란후라이를 좋아하는지, 치즈 오믈렛을 좋아하는지,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장면이다. (스포 미안)
우리는 어떤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 늘 뒤죽박죽 되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거기에 개인의 호불호를 크게 따지지 않는 동양문화권의 영향까지 더하니 심지어 서브웨이(샌드위치 점문점)에서도 점원이 "야채는 다 넣으시죠?" 라며 먼저 얘기할까.
한번 가정해보자.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스테이크를 미디움 레어로 먹어보지 못한 채 늘 웰던으로만 먹으며 '스테이크란게 조금 더 부드러우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 충만함의 약 70% 정도만 경험하면서도, 이것이 인생의 모든 것인양 인생의 여러 재미를 놓치고 모른 채로 사는 것이 아닐까?
'Fine-tune' 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보통 악기 연주자들이 정확한 음과 정말 자신이 내고 싶은 음색을 내기 위해 미세한 부분까지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어디인가?
내가 가장 편할 땐 어떤 때인가?
내가 좋아하는 이성은 어떤 스타일인가?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평생 하며 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여러분 중에 꽤 많은 분들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한 번 시간을 내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fine-tuned' 된 답을 가져보자.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선택에 두세발짝 더 가까워진 셈이다.
미국의 하비씨네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다.
미국 텍사스 주 콜맨의 친정을 방문한 어느 여름날 오후에 하비씨의 가족들은 선풍기 앞에서 한가롭게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장인이 53마일 떨어진 애빌린에 저녁 식사나 하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요."라고 말했다.
하비씨는 애빌린까지 운전해서 가려면 오래 걸리는 데다가 이런 날씨에 차 안이 무척이나 더울 것이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장인과 아내가 가고 싶어하는데 자기만 처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요. 장모님도 가고 싶어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러자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물론 나도 가고 싶단다. 애빌린에 가본 지 꽤 오래되었거든."
애빌린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들은 더웠고, 오랜 시간 동안 먼지에 시달려야 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음식은 그들이 온 길만큼이나 나빴다. 그들은 지칠대로 지쳐서 4시간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정직하지 못하게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그렇지요?" 그러자 장모님이 자신은 사실 집에 있고 싶었지만 다른 세 사람이 애빌린에 가자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하비씨도 말했다. "저도 애빌린에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갔을 뿐이라구요." 그러자 아내도 말했다. "전 당신 좋으라고 갔던 거예요. 이렇게 더운 날 바깥에 나가기를 원하면 미친 거라구요."
그 이야기를 들은 장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그냥 제안을 해 본 것 뿐이었어!"
가족은 자리 앉았고, 가족 중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그들 모두 애빌린에 가는 데 찬성했다는 사실에 난처해 했다.
그들 각자는 편안하게 집에서 쉬길 원했지만, 이제 그들이 즐기고 싶어한 오후 시간은 애빌린에 갔다 오는 사이에 흘러가 버린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애빌린의 역설'이라고 불리며, 경영 전문가인 제리 B. 하비(Jerry B. Harvey)가 자신의 논문인 "애빌린의 역설과 경영에 대한 다른 고찰"에서 언급한 일화이다.
이처럼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 해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질문 때문에 결국은 결정을 질질 끌게 되거나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결정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남을 위한 배려심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배려를 잃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친구들과 같이 수강 신청할 때도 그럴 수 있다.
나는 사실 이 수업이 듣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먼저 얘기한 수업에 분위기가 그거 듣게 되버릴 때 말이다.
약속시간 장소를 정할 때도 한 사람이 주말밖에 안된다고 먼저 얘기하면 선택지가 그때부터 바로 주말로 좁아질 때도 있다, 설령 다른 모든 사람들은 다 주중이 편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꽤나 많은 경우 가장 좋은 답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좋은 생각이 있다면 얘기해보자.
조용히 있던 다른 사람 중에 누군가가 그 제안을 먼저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런지 누가 알겠는가?
이번엔 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동생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며칠은 동생과 쉬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냈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주변 호텔 중에 괜찮은 곳에서 1박을 누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숙박업체 할인 어플을 통해 가성비가 가장 좋은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어플들을 둘러보다 정말 괜찮은 한 곳을 찾았다!
그런데 '그래도 혹시 더 좋은 조건의 딜이 있을거야' 라는 생각에 더 찾다가 결국 못찾아서 원래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1순위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새 할인시간이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ㅠㅠ
1순위를 잃고 나니 그보다 비싼 다른 호텔은 가고 싶지 않았다. 최선의 딜에 비해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결국은 호텔은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누워서 생각했다.
'잘 놀고 쉬려고 하다가 결국 호텔도 못가고, 쉬지도 못했구나...'
만약 내가 잘 쉬자는 원래 목표에 집중했었다면 조금 찾아본 후에 바로 결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좋은 선택'을 하는데 더 집중했고 결국 목표달성과는 더 멀어져 버렸다.
욕심이 지나쳤던 것이다.
더 많은 대안을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만족스런 선택을 못하게 한다는 근거는 또 있다.
심리학 실험 중에 초콜렛의 맛을 평가하는 실험이 있다.
한 두 가지 종류의 초콜렛을 주고 초콜렛의 맛을 평가하게 한 그룹과, 열 가지 가까이 되는 종류의 초콜렛 중에 선택해서 먹고 평가하게 한 그룹을 놓고 비교해보았을 때 더 많은 선택지를 가졌었던 그룹이 초콜렛의 맛에 덜 만족하였던 것이다.
예전에, 우리에게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밥 먹으러 갈 때 몇 군데 둘러보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느새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는 어디서든지 더 많은 대안과 평가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광고가 대부분인 열 몇개의 블로그와 리뷰를 공부하는데 에너지를 쏟은 후에야 음식점을 들어가서 기대보다 후진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썩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를 하게 되어 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코미디언 짐 캐리가 한 대학교의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 했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짐캐리 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코미디언이죠.
저의 재능은 아버지에게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제 아버지 역시 훌륭한 코미디언이 되길 꿈꾸셨죠.
저희 아버지도 훌륭한 코미디언이 될수도 있으셨지만, 본인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셨어요.
코미디언 대신 회계사라는 안전한 직장을 선택하셨던 것이죠.
그리고 제가 12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직장을 잃으셨고, 저희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저는 저희 아버지로부터 여러 훌륭한 교훈들을 얻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중요했던 한 가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내가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 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늘상 들어오던 Risk-taking(위험감수)을 해서 성공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Risk-averse(위험회피)를 했는데도 실패한, 어쩌면 우리가 늘 해오던 방법이 사실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패할까봐 두려울 때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데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을 망설인다.
많은 경우에는 내가 모을 수 있는 자료를 다 모아보아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이다.
결국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이 선택이 성공적인 선택인지 후회할 선택인지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주변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아도 다들 자신의 경험 내에서 편향된 조언만을 해주며, 결국 이 선택은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나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통계적으로 우리가 하는 걱정의 85%는 사실 걱정보다 나은 결과를 가진다고 한다.
손실회피 편향 (Loss-aversion bias) 실험에서도 사람들은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10만원을 벌고 뒷면이 나오면 5만원을 잃는, 기대이익이 더 높은 게임을 하자고 해도 손실(혹은 실패)의 경험을 더 크게 생각하여 게임을 회피한다고 한다.
따라서 선택하기 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두려움의 크기를 '의식적으로 평가절하(discount)'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에 안정적이었던 선택지들- 좋은 학벌, 대기업, 공무원 등- 이 인공지능 및 로봇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그리고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앞으로도 정말 안정적인 선택일까 하는 부분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이 가지고 계신 경험들은 과거에 성공사례들만 가지고 계시기에 조언을 곧이 곧대로 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미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결정 방법을 배워보자. 그는 어떻게 안정되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창업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는가?
제프는 후회 최소화의 법칙을 사용하였다.
그는 '80살이 되었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한 것이 더 후회스러울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그리고 80이 되어서 직장에서 보너스를 더 타지 못한 것을 후회할리 없다 생각하였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분도 이런 질문을 선택의 순간에 던져본다면 조금 더 본질에 집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네가지 이야기들이 당신에게도 지혜를 속삭였는가?
혹시 머리가 더 복잡해졌는가? 그러면 안된다!
그래서 복습.
자, 친구들과 다시 만났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남 눈치 보지 말고,
과한 욕심이나
선택의 실패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이야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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