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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p Walking Oct 05. 2023

목가구 만들기

 나무가 주는 따뜻한 이미지에 끌려 한동안 목가구 만들기를 즐겁게 배우고 그 교육이 끝날 즈음엔 같이 배운 동기생들과 소박하게 전시회를 열어 직접 만든 가구 몇 점씩을 전시했다.       

 만들기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유를 갖지 못하다가, 우연히 잡지에 소개된 목가구를 보는 순간, 내게 적합한 만들기 주제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빠져들게 되었다. 목가구 만들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된 이유는 먼저, 만들기 소재로써 나무가 가진 장점과 그 느낌 때문인데, 나무라는 소재가 그저 말랑말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소재에 비해 비교적 다루기 쉽고 또 나무가 가진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 아마도 돌이나 금속류와 달리 나무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것이리라. 

 두 번째로, 디자인이 포함된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디자인으로 나만의 가구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요소였다. 또한 어렵사리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도출해 냈다면 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제작 방법을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최종 제작품이 자신의 디자인 구상대로 구현되었을 때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가구가 있는데, 식탁, 책장, 의자 등이 일반적으로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고 좀 더 큰 것으로는 침대도 가능하다. 가구들 고유의 기능을 고려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 디자인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가구 이외에도 그릇이나 접시, 도마와 같은 소품들도 나무로 만들 수 있는 데,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소품들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무와 친해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최종목표는 목가구를 만드는 목공소를 나무로 짓는 것이다. 요즘에는 자취를 감춰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린 시절, 마을엔 목공소가 하나씩 있어서 귀로는 나무를 켜는 시끄러운 톱날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귀에 연필을 꽂고 대패질을 하고 있는 목수 아저씨를 보며 목공소 귀퉁이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때리던 기억이 난다. 바닥에는 대팻밥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고 톱밥 가루가 날려 공기는 탁했지만 그 탁한 공기에 실려 있는 나무 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다. 그때의 아련한 기억을 살려 목조로 된 목공소를 지어놓고 그 안에서 여유롭게 작업을 하고 싶다.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나무의 종류는 크게 소프트 우드와 하드 우드로 나눌 수 있다. 소프트 우드는 성장이 빠른 침엽수가 대표적인데, 조직이 연하고 부드러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가공하는 데에 무리가 없지만 찍힘이나 눌림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소프트 우드에 속하는 나무는 편백나무, 삼나무, 시트러스 등이 있다. 

 하드 우드는 활엽수가 대표적이며 목질이 매우 단단한 나무를 뜻한다. 단단한 목질이기 때문에 잘 휘어지지 않아서 고급 가구를 제작할 때 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침엽수에 비해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도 비싸고 건조성도 떨어져 가공 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드 우드에 속하는 나무는 자작나무, 참나무(오크), 호두나무(월넛) 등이 있다.   


  나는 하드 우드에 금속 재료를 혼합한 가구와 유리를 이용한 가구를 각각 하나씩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먼저, 만들고자 하는 가구의 용도를 생각하고 심미적인 요소도 고려하여 가구를 디자인한다. 첫 번째 가구는 CD를 꽂을 수 있는 CD랙인데, 음악과 관련이 있는 가구이기에 음악을 상징하는 높은음자리표를 형상화하여 심미적인 목적을 만족시키려 했고 나무 재료에 금속 재료를 혼합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고 독특한 개성을 주려고 했다. 두 번째 가구는 식탁이었는데 식탁의 선반 부위는 유리를 사용하였고 이를 지탱하는 다리를 기존의 네다리 형태와는 다르게 디자인해 보았다. 디자인은 프리핸드 스케치를 이용할 수도 있고 캐드나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디자인이 끝나면 모형품을 만들어 실 제품을 제작할 때의 어려움을 미리 탐색해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부분품을 구성해서 완성품을 만드는 게 효과적일지를 고려한다. 개인적으로는 기계설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완성품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완성품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도면을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모형품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이제 디자인이 끝난 완성품을 보니 감성이 넘치는 가구라기보다는 어쩐지 기계제품 같은 공대생 디자인 가구가 떡하니 나타났다~ 쩝!

‘좋게 생각하자, 이 공산품 삘의 디자인이 나의 개성이라고...’   애써 위로하고 합리화해본다.      

 디자인 과정이 끝나면 도면대로 나무를 재단하고 조립하는 공정이  뒤따른다. 나무를 정확하게 재단하기 위해서는 수공구뿐만 아니라 목공용 기계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치 않다. 독창적인 디자인에 가치를 두고 나무를 재단하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품을 재단하는 작업은 외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돈은 들겠지만...

 외주로 처리하여 조립부품을 공급받던지 직접 재단하여 준비를 하던지 부분품이 준비되었다면 조립과정을 거쳐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조립 시에는 가급적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춤이나 접착제만을 사용한다. 목재와 철의 수축팽창력이 다르고 철은 습기가 많으면 녹이 슬어 목재를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목가구를 만들 수 있는 작업공간을 마련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작업실을 꾸려 작업하는 것이겠지만 투자금이 만만치 않다. 취미생활로 판을 벌이기에는 부담스럽고 이 취미를 살려 돈벌이를 해보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지만 이내 신통치 않을 것 같은 현실감이 엄습한다. 좀 더 단출하게는 컨테이너 박스를 마련하여 작업공간을 차리는 것이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컨테이너 목가구 작업실이라고 딱 치면 다양한 아이디어로 반짝이는 컨테이너 작업공간을 동영상과 함께 참고해 볼 수 있다. 더 극단적인 예로 베란다 공간에 작업실을 꾸려 공간과 움직임을 최소화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아무튼 목가구 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 맞는 작업공간을 꾸려볼 수 있다.       

 나무를 통해서 창작 욕구에 대한 충족감을 느낄 수도 있고, 만든 것을 가까운 친구나 친지에게 선물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나무를 다루며 나무의 본성을 닮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소박하고 따뜻하며, 살아서나 죽어서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대하며 욕심 많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나무(나無)가 되어가는...   

목가구: CD랙과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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