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으로, 편지육아

매일 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 "습관육아" (3)

by 예채파파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감성적인 면이 다분했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글씨는 참 못썼지만 손편지는 참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친척 형들과도 주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고, 친구들과도 편지, 카드 등을 자주 주고받았던 기억은 내 감정을 어딘가에 자주 담아서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의 일로라고 생각이 든다. 라디오에 엽서, 편지를 자주 보냈었고 꽤 많이 내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소소한 마음을 글로 손으로 자주 표현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손편지의 진실함 그리고 따스함. 아는 사람은 확실히 알고 있는 그 애틋함.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는 그 마음을 나의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는 익숙한 끄적거림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남기고 표현하면서 기억이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큰 딸이 4살이던 여름, 처음으로 손편지를 썼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기장형식의 손편지집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아빠의 연애편지>

뭐랄까, 처음 이 편지집을 만들고자 마음 먹었던 그 당시에는 막연히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우리 딸이 학교를 가고 사춘기가 오면 나랑 자연스럽게 멀어질 텐데..' 라는 두려움?

그랬던 것 같다, 두려움.

아이에게 꾸준히 아빠의 마음을 표현해놓으면 언젠가 아이가 나와 자연스럽게 멀어질 시기에 아빠의 편지집을 보고 제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단순한 마음과 함께 멀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의 공존이 <아빠의 연애편지>라는 타이틀로 내 로망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일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 꼴로 편지를 썼다.

기간동안 아이의 행동변화, 이슈, 놀라운 점들을 담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함께 담았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는 말과 함께. 축복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도 지나간 일기편지집을 꺼내어 보면 그 날의 기억이 주르륵 지나간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초보 아빠에게 다가와준 아이가 선물해준 새로움을 회상하면 참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각적인 기억도 함께 남기고자 써놓은 편지를 개인 블로그에 옮기는 작업도 하였다. 그 기간에 해당하는 아이의 사진도 몇 컷씩 함께 첨부하면서 완벽한 육아일기를 재현하고 있다.


큰 딸에게는 지금 5번째 일기편지집을,

작은 딸에게는 지금 4번째 일기편지집을 쓰고 있다.

사실 매일 한 페이지씩 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기에, 또한 자주 까먹는 일도 생기기에 날짜를 정해서(매주 토요일 새벽)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강압적으로 정해보기도 했다. 강압적이라는 말 보다는 "육아의 시스템"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해보며, 쓰다 보면 언제나처럼 진실한 마음을 담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지금 쓰고 있는 편지집은 조금 방식을 바꾸어서 쓰고 있다. 매일 매일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6~7줄씩 기록하는 ‘매일편지’가 되고 있다. 방법의 차이, 기록에 따른 메시지 전달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빠가 아이를 위해 마음을 꾹꾹 눌러서 표현하는 이 연애편지는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따스하며 참 사랑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빠의 일기편지집이 주는 큰 의미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꺼내어 다시 읽을 때, 그 당시가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아이의 어린 시절과 나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모두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을 보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 당시를 추억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삐뚤빼뚤 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그림일기를 비롯해, 다이어리와 플래너에 간략히 썼었던 하루 반성글 등.

꺼내어 보면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같은 의미로, 딸들에게 연애편지 역시 그 당시를 회상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육아의 매개체가 된다.

가끔씩 큰 딸은 일기편지를 꺼내와 내 옆에 앉아서 읽으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한다.

"아빠, 그때는 놀이공원에 가자고 했으면서 왜 안가?"

"아빠, 왕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셔서 많이 슬펐어?"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기쁘고 설레이며 만족할 수 있는 일이다.

나중에 아이가 많이 컸을 때 함께 꺼내어 읽어볼 생각에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나는 꾸준히 딸들에게 연애편지를 쓸 예정이며, 아이들이 시집가는 그날까지도 지속할 생각이다. 아이들을 위한 이 육아의 방법에는 결국 나를 위한 기억의 기록되어 있기에.

나는 나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이 일기편지를 통해 나의 딸들과 연애하듯 사랑하며 육아를 공유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 계속.


힘이 있다, 손편지에는.

사랑이 있다, 아빠의 손편지에는.

영원하다, 아빠와 자식과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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