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 키우기
아이는 매일 글을 쓴다. 더러 무언가가 떠올랐을 때 글쓰기 노트를 꺼내고, 기분이 바뀌는 순간에 노트를 찾기도 한다. 갑자기 화가 났을 때, 기쁠 때 그 순간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습관이 된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린다. 때론 일기를 통해 동생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며.
조심성이 많고 생각이 깊은 아이라 둘째가 태어나고 더 신경이 쓰이던 나의 첫손가락이었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지만 손가락마다 쓰린 구석도 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없던 점도 생겨있고, 자주 살피며 손톱도 아프지 않게 깎아줘야 한다. 누구보다 마음이 고운 아이는 생각이 깊었다. ( 아이들에게 소심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생각이 깊을 뿐! ) 덕분인지 때문인지 뭐든 양보를 잘했고 짜증도 화도 보통의 아이들보다 덜했다.
"양보는 좋은 거고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은 너무나 멋지지만, 네 마음이 속상해하는지 아닌지 잘 보살펴줘야 해."
내가 글을 쓰는 것을 가만히 보던 아이가 하루는 그랬다.
"엄마, 나도 일기 말고 그냥 글 쓰고 싶어."
그래서 시작이 된 글쓰기 노트는 어느새 두 권을 훌쩍 넘어갔다. 일기가 쓰고 싶은 날은 일기장을 꺼내고, 생각을 글로 쓰고 싶은 날은 글쓰기 노트를 꺼낸다. 문제지 한 장 푸는 것보다 글쓰기 세장 하는 것이 백배 더 좋다고 웃으며 말하는 아이의 동그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뽀뽀해주었다. 조금 덜 공부하더라도 스스로의 일상을 지키고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더 중요하니까.
나는 안다. 마음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양보하고 이해하느라 빨간 풍선, 주황 풍선, 노랑풍선 무지갯빛 풍선으로 마음속이 가득 차면 글을 쓰며 슬그머니 톡톡 터뜨린다는 것을.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법이자, 마음의 틈을 키워 넓히는 작은 루틴일 테다.
내가 그렇듯 너도 그러하니.
마음마저 닮았지.
그래! 네 말대로 웃어볼까요? 하하하하하하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 다가오는 말들 - 은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리다. 프레임 효과라고 한다. 어떤 틀에 생각이 갇히는 것이다. '소심함'의 색안경으로 보면 '얼마나 덜 소심해졌나'라는 틀에 갇히게 되고 아이는 계속 '소심한 아이'로 남는다.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빛이 아닌 뭉근하고 꾸준한 빛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물론 그런 빛은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태도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