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교생활
10월 23일 수요일
<도서관>
나는 오늘 절친인 소현이와 책 읽어주기를 하려고 학교도서관에 갔다. 나는 소현이에게 <눈물바다>를 읽어주라고 했고, 소현이는 <띄어쓰기 안 하면 안 돼?>를 읽어주라고 했다. 소현이는 <눈물바다> 목소리를 잘 흉내 못 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할 수 있으니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소현이는 나의 착한 친구다.^^ 그런데 소현이가 만화책을 읽자고 했다. 나도 "찬성"하고 외쳤다. 우리는 세계사 만화책을 읽고 책수레에 놔두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도서관은 학교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학기초에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던 아이였다. 2학기가 되자 마음이 잘 맞는 단짝 친구가 생겼다며 아이는 기뻐했다. 친구를 위해 예쁜 스티커를 챙기고, 정성스레 그림을 그려서 잠들기 전에 가방에 넣었다. 어느 날은 친구가 아파서 보건실에 같이 가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고 하고, 우리만의 비밀장소를 만들었다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유년시절은 이렇게도 빛난다. 어쩌면 아이의 마음에는 깊은 미로가 있을까? 그래서 어른보다 더 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로 속에 각자의 보물이 가득하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충만함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어도 즐거웁다. 행복이 이렇게나 쉽다.
낯섦으로 쭈뼛쭈뼛 시작했던 봄의 새 학기를 지나며 아이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찾아간다. 여름방학이 될 때쯤이면 친한 친구들이 생기고 무리를 지어 놀기 시작한다. 2학기가 시작되면 단짝 친구도 생기고 깊어가는 가을만큼 우정도 여물어간다. 성향에 따라 속도는 다를 터지만 가을이 되면 왠지 더 각별해진다는 접점에 닿는다.
아이들은 10분의 짧은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도 다녀오고 뛰어나가 논다. 십 분을 한 시간처럼 알차게 노는 아이들의 이마에는 겨울에도 땀이 송송 맺혀있다. 쉬는 시간에 가는 비밀장소도 만들었다고 했다. 어딘지 물어보니 비밀이라서 말해줄 수 없다는 앙다문 입모양과 장난기 섞인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점심을 먹고 나면 5교시 수업 전까지 30분남짓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대부분의 쉬는 시간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비밀장소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운동장에 나가서 놀기도 하지만 그건 빈도수가 적은 모양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단짝 친구와 도서관에 가는 거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읽어주고 싶은 책을 골라서 나란히 붙어 앉아서 번갈아가며 책을 읽어준다고 했다. 아마도 아이한테는 그 시간이 소확행이었을 테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는 느린 시간 속의 편안함이 전해졌다.
우리는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 결이 비슷한 친구는 큰 의지가 된다. 핑클이 캠핑 클럽에 나와서 서로를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달라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고 했듯이, 우리는 비슷한 이에게 끌린다.
있잖아, 딸!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나와 달랐던 이들도 보듬어 줄 너른 품이 생긴단다. 우리는 늘 한 박자씩 늦어서 더 소중하고 애달프지. 애쓰지 않아도 돼. 좋아하는 것들로 순간들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우리는 자기 마음을 상대에게 투사하며 산다. 따뜻한 것으로 채워져 있으면 상대에게도 같은 것을 주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도망치고 싶은 관계에 놓여 있다면 버티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작전타임을 외치고 당신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 먼저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을 믿어요.]
매번 고맙다고는 했지만 그 인사조차 진심으로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뭔가로 구워 낸 케이크였지만 모두들 말했다. "정말 맛있어. 흰개미야."그저 얇은 부스러기였는데, 동물들은 춤까지 추었다.
쓸데없이 춤이라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마음이 콩닥콩닥 거리는 것도 쓸데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그게 진심이었어. 그러고는 스스로도 놀랐다. 흰개미는 기뻤다.
해가 지고 하늘에는 별이 반짝였다.
[잘 지내니 -톤 텔레헨-]
공원의 풀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가족을 보았습니다. 고백하면 저는 네 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없어요. 실망하는 제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임을 알려준 건 엄마였습니다. "네가 이렇게 많은 행복을 찾아낸 거야." 우리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행운을 찾기 위해, 이미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행복을 지나치고, 심지어 짓밟고 있구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그러니까 행복은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인 것 같아.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며 벗어나는 동안 인생이 성숙하는 거지.
우리는 모두 진흙탕에서 허우적대지.
하지만 이 가운데 몇몇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네.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 -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