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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Apr 10. 2023

스페인 마드리드,
"인생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17 _ Madrid,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마드리드,

첫 번째 이야기: 인생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로써 유럽에선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제법 큰 도시이다. 넓은 면적과 함께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스페인 국가의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꽤나 복잡한 도시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크고 넓은 것에 비해 관광 명소들은 도시 중심에 모두 모여있으며,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마드리드 왕궁'이다.


마드리드 왕궁

    스페인 여행의 첫날은 바로 마드리드의 중심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시작하였다. 스페인은 현재까지 왕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스페인의 왕실은 이곳 '마드리드 왕궁'에서 각종 공식적인 행사와 업무를 진행하며, 대중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드리드 왕궁은 부분적으로 관광객들에게 공개해 미리 신청만 한다면 왕궁 내부를 가이드와 함께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근래에 들어 스페인 시민들 사이에서 왕실 관련 논란이 많이 불거지며 군주제 유지를 놓고 내부 갈등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드리드 왕궁'만큼은 그런 논란과 별개로 아름다움으로 치장해 그 위엄과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는 왕궁 투어를 하지 못했다. 가이드 투어 신청을 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들어갔을 당시 이미 예약이 모두 가득 찬 상태였다. 왕궁으로 들어가 내부를 직접 구경하고 싶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아쉬웠고, 외부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왕궁 주위로 공원과 함께 길이 잘 닦여 있어 아침부터 조깅을 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왕궁으로 견학 온 학생들도 볼 수 있었고, 나름 유명 관광지인만큼 많은 방문객들도 볼 수 있었다. 왕궁과 알무데나 성당 사이에 있는 왕궁의 정문으로 가면 넓은 광장이 나오며, 이곳에서 왕궁 사진을 예쁘게 담을 수 있다. 높은 철창살과 두 개의 높은 대문 기둥 너머로 왕궁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으며, 마드리드의 청량한 푸른빛의 하늘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도시 마드리드



아침의 마드리드 거리

    왕궁을 벗어나 도심으로 이어진 길을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작은 골목들을 누비며 즉흥적으로 돌아다녔다.


    5월 말에 마드리드를 방문했지만,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 당황스러웠다. 이곳은 이미 여름이 시작된 지 한참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5월의 날씨도 이렇게 뜨겁다면, 마드리드의 7월이나 8월의 날씨는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이다. 다행히 스페인의 건조한 날씨 덕분에 그늘로 숨으면 금방 더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도시가 뜨거워지기 전, 이른 아침의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마드리드 중심가로 향했다.


    마드리드 거리를 걸으며 종종 들려오는 스페인어가 너무 반가웠다. 학부 시절 스페인어를 약 2년간 공부했던 덕분에 식당의 메뉴, 도시의 간판, 그리고 사람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직전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면, 스페인에서는 그 답답함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당 점원 분들께 영어가 아닌 그들의 언어로 주문을 할 수 있음에 뿌듯했다.


    마드리드는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방문하기 좋은 도시처럼 보였다. 중심가에는 상업 지구들이 거리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고, 수많은 가게와 대형 쇼핑몰, 음식점들이 골목 곳곳에 위치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후가 되니 중심가 상업지구에는 평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양손 한가득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행객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도시의 하루가 활력 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드리드를 걷다 보면 가끔 중심가에서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이곳 마드리드 중심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해지고 낡은 것이 아닌 뭔가 "현대적인" 고풍스러움이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 건축물들에 비교했을 때, 마드리드의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관리 및 유지를 상당히 잘한 듯 보였다. 마드리드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 대도시이지만, 중심가 거리의 건물들만큼은 지저분한 느낌 없이 정결한 인상을 주었다.






초콜릿과 추로스



추로스 (Churros)

    한국에서 스페인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디저트는 바로 이 '추로스 (Churros)'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놀이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간식이며, 구수한 빵 냄새와 달달한 시나몬 향으로 항상 우리를 유혹한다. 비슷한 도넛 종류로는 프레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추로스를 훨씬 좋아한다. 특히 오랫동안 돌아다니다 배가 허기질 때쯤 이 추로스를 사서 한 입 베어 먹으면, 최상의 만족감과 동시에 에너지가 충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설탕이나 시나몬 가루를 입힌 추로스만 먹는다면, 스페인 현지에서는 보통 초콜릿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초콜릿을 먹기 위해 추로스를 먹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추로스를 파는 가게들은 모두 '초콜릿을 파는 가게 (la chocolateria)'로 장사를 하고 있다. 추로스의 본 고장인 스페인에 방문한 만큼, 이곳에서 추로스를 먹어보기로 했다.


    마드리드에 현지인 친구가 있어 그 친구의 추천으로 마드리드 내에서 가장 유명한 추로스 맛집 중 한 곳에 방문했다. 오후 시간대에 방문해서 그런지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가게 내부와 외부의 모든 테이블에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리가 모자라 간혹 합석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맛있는 추로스와 초콜릿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낯선 이와 같이 앉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어도 추로스를 통해 친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문한 추로스를 가지고 가게 외부의 테이블에 앉았다. 거리에는 아코디언 연주가가 스페인 전통 노래를 연주하며 가게 분위기에 한껏 감성을 더해주었다. 스페인의 추로스는 한국의 추로스와 비교했을 때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작아 보였다. 아직 따끈따끈한 추로스를 집어 초콜릿에 듬뿍 찍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과연 본고장의 추로스답게 한국에서 먹었던 추로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추로스의 바삭한 식감은 일품이었고, 초콜릿의 깊고 달달한 맛은 입 안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아침부터 계속 걸어 다니며 지친 상태였지만, 추로스와 초콜릿을 통해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잔에 담긴 초콜릿 퍼지를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잔을 깨끗이 비워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는 "인생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초콜릿과 추로스를 먹으며 문득 이 둘의 조합은 인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달달함과 짭짤함의 단짠 조합. 촉촉함과 바삭함의 겉바속촉 조합.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이 두 개를 적절히 조합함으로 더욱 깊은 맛을 이끌어낸다. 인생에서도 즐거운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때론 슬픈 일도 종종 일어난다. 살아가다 웃고 울며 인생의 더욱 깊은 맛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슬픈 일들이 있기에 즐거운 일이 더욱 달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모두의 인생을 응원한다.


"인생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
"Life of mankind is sweeter than chocolate."

...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中
행복노트 #14

인생의 더욱 깊은 단맛을 기대하며 쓴맛을 버텨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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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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