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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Apr 17. 2023

스페인 마드리드,
"꽃을 선물하는 이유"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18 _ Madrid,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마드리드,

두 번째 이야기: 꽃을 선물하는 이유.





그란 비아 (Gran Vía)



    마드리드는 유럽의 숱한 큰 도시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메가시티이다. 그러나 거대한 도시 규모와는 달리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명소들은 모두 중심에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궁전이나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는 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 웬만한 유명한 곳은 다 둘러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이 있는 왕궁 주변의 중심가에서 북쪽의 신시가지 쪽으로 이동하자 '그란 비아 (Gran Vía)' 거리와 함께 현대적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란 비아를 중심으로 양 옆에 펼쳐져 있는 건물들은 그 건축적 디자인이 특이했다. 과거와 현대적 느낌이 잘 융합되어 한 도시 안에 시대가 뒤섞인 듯 묘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몇몇의 웅장한 건물들 위 제일 높은 꼭대기 부분에 거대한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던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하기 전에는 사실 마드리드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다. 마드리드 여행 관련 후기들을 읽었을 때, 스페인의 수도이지만 다른 스페인의 타 도시들에 비해 평판이 좋지 않았다. 주로 '크게 볼 것이 없다'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처음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란 비아' 대로를 보고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마드리드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드리드를 여행하며 이 그란 비아 거리를 원 없이 걸어 다녔던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족저근막염



    마드리드의 중심인 '그란 비아 (Gran Via)'와 '솔 광장 (Puerta del Sol)'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마요르 광장(Plaza Mayor)과 마드리드 왕궁이, 오른쪽에는 프라도 미술관과 레티로 공원이 있다. 오전부터 왕궁과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마드리드 왼쪽의 명소들을 구경했으니, 늦오후부터는 반대편 지역을 여행하였다.


레티로 공원

    감사하게도 마드리드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특별히 현지인이 도시를 가이드해 주었다. 별다른 계획 없이 친구만 졸졸 따라다녔었고, 뜻하지 않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걷게 되었다. 마드리드에서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다 보니 일분일초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조금 무리해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물론 여행 중 틈틈이 식당과 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했지만, 모든 곳을 아낌없이 보여주겠다던 친구는 정말 나를 "아낌없이" 걷게 해 주었다.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지만 늦오후가 되는 순간부터 슬슬 발바닥이 콕콕 찌르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푹신한 쿠션이 없는 일반 스니커즈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 다녀서 그런지 발에 무리가 온 듯했다. 당장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었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에 아쉽기도 했고, 열심히 여행 계획을 세운 친구의 성의를 생각해서 계속해서 여행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레티로 공원'에 도착했다.


    스페인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레티로 공원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레티로 공원 안에는 넓은 호수가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넓은 녹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호수 안에는 작은 뗏목들이 둥둥 떠다니며, 많은 커플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또한 공원 안에는 '크리스탈 궁전'이라는 예쁜 전시 공간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공원 구석 한쪽 나무 아래의 그늘진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지친 발과 다리를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걸을 때만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발바닥이 따가운 듯 아파왔다. 잠시 쉬던 중 문득 운동 데이터를 기록해 주는 아이폰의 기능이 생각났고, 하루종일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 보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만 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이는 하루종일 약 20km 정도 걸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도 매일 '2만 보'씩 꾸준히 걸었으니, 지금 쯤이면 발바닥이 아플 만도 했다. 나중에는 도저히 걸을 수도 없이 발바닥에 고통이 밀려와 증상을 검색해 보니 '족저근막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여행 중에는 매일 밤 발을 마사지해주며 근육을 풀어주도록 하자.


크리스탈 궁전, 레티로 공원





꽃을 선물하는 이유



    마드리드에 사는 현지인 친구가 도시를 가이드해주는 만큼 이곳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드리드 내에서 현지인만 아는 숨겨진 명소들을 방문하였고, 일반적인 관광 루트에서 많이 벗어나 새로운 곳을 탐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는 짧았고, 시간이 빨리 흘러 어느덧 해 질 무렵이 되었다.


Dalieda San Francisco

    하루종일 마드리드를 아쉽지 않게 구경했으니, 오늘의 일정을 슬슬 마무리하는 중에 있었다. 그러던 찰나, 친구가 아주 근사한 곳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같이 가보자며 나를 꼬드겼다. 사실 발도 아프고 심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하루 중 마지막 일정인만큼 흔쾌히 수락하였다. 친구를 따라 낮고 오래된 건물 사이를 유유히 가로질러 약 20분 정도 걸어가니 어떤 한 "공원"에 도착하였다.


    기대를 머금고 공원 입구의 작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공원에는 분홍빛의 단아한 꽃들과 함께 시원한 마드리드 전경이 펼쳐졌다. 다양한 색상과 여러 종류의 장미꽃, 하얀 대리석의 조각상이 정원 곳곳에 위치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드리드의 노을을 바라본다면 잊지 못할 예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나는 우아한 연분홍의 색깔을 자랑하는 한 장미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로맨틱한 한 장면에는 남자들이 이성에게 예쁜 꽃을 건네며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종종 나온다. 들에서 발견한 한 송이 야생화를 꺾어다 수줍게 고백하기도 하고, 백년가약을 위해 100송이의 장미꽃으로 청혼을 하기도 한다. 꽃을 여성에게 선물하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예쁜 꽃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꽃을 선물함으로 '노력과 헌신'을 표현할 수도 있고, 예쁜 꽃을 보고 '상대방이 생각났던 것에 대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꽃을 선물하는 남자 입장에서는 꽃을 받고 행복해할 상대방을 생각하며 마음속 뿌듯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장미꽃은 정말 아름답다. 나는 장미꽃을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소설 “어린 왕자”를 읽고, ""이란 존재에 있어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저자인 생택쥐페리도 본인이 사랑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어린 왕자” 속 등장하는 장미꽃에 그녀를 투영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비록 소설 속 어린 왕자와 장미꽃은 서로에게 서툴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진 못했지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항상 보듬어주고 싶었고, 장미꽃은 그런 어린 왕자를 사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장미꽃들이 있지만, 어린 왕자 마음속에는 특별한 장미꽃 한 송이만 존재한다. 그 한 송이면 충분하다. 어린 왕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교감하고, 예쁜 추억을 쌓아 사랑하게 된 그 한 송이이기에, 그렇기에 어린 왕자에게는 그 장미꽃만이 매우 특별하다. 다른 어떤 장미꽃들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행복노트 #15

모든 꽃송이는 하나하나 특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미 사랑받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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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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