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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Apr 20. 2023

스페인 마드리드,
"실수가 우연히 빚어낸 아름다움"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19 _ Madrid,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마드리드,

세 번째 이야기: 마드리드를 떠나며.





실수가 우연히 빚어낸 아름다움



마드리드 왕궁

    유럽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항상 예쁜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걷다가 예쁜 풍경이 나오면 잠시 멈춰 서서 눈으로 한껏 즐기다 사진을 찍었다. 유럽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사진 속에 담았다. 거리 위에서 일어나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카메라로 기록해 순간영원으로 남겼다.


    종종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유럽여행 전에는 실질적으로 카메라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었다.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등 카메라의 기본적인 용어들이 아직 헷갈릴 무렵, 평소 일상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 연습을 많이 했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에는 기기 내 다양한 설정들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자동모드 (Auto)'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자동모드를 사용하면 편하고 신속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카메라 기능에 의존하다 보니 가끔 사진에 원하는 느낌이 잘 담기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나만의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 설정을 하나하나 조절해서 사진을 찍는 '수동모드 (Manual)'를 익히는 것이 좋다.


    유럽에 도착하고 나서 줄곧 카메라를 수동모드로 사용하였다. 이전까지 수동모드를 많이 다뤄본 적은 없지만, 여행하며 사진 찍을 순간이 많았기에 연습하기로 했다. 사진 찍는 것에 초보인만큼 익숙지 않아 실수도 많이 했다. 낮에 사진을 찍으며 맞춰둔 설정을 깜빡하고 빛이 없는 밤에 그대로 찍는가 하면, 렌즈 조절을 잘못해 초점 없는 흐린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역시 사진 고수의 길은 멀고 험했다.


    마드리드에서의 아침, 여김 없이 거리를 걸어 다니며 카메라의 수동모드를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 화면에만 의존하며, 사진이 잘 찍히고 있는지 확신도 서지 않은 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무리 카메라 화면을 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자 나중에 컴퓨터에 옮겨 큰 화면으로 봤을 때 그 느낌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큰 틀과 구도만 참고할 뿐, 경험과 감각이 중요했다. 상대적으로 빛이 없고 그림자가 많이 진 아침이라 카메라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공부했던 이론을 바탕으로 나름의 계산을 통해 카메라 설정을 조절하며 거리의 사진을 한번 마음껏 찍어 보았다.


    나중에 큰 화면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았을 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왠지 모를 '필름 카메라' 느낌의 사진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사실은 내가 했던 설정이 잘못되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의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실수로 탄생된 그 사진들의 느낌이 좋았다. 얻어걸린 것이다. 전혀 의도치 않았지만 뜻밖의 예쁜 결과물들을 보며 만족했다. 그렇게 사진에 있어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진 촬영을 많이 하며, 먼 훗날 나만의 개인 사진 전시회를 열어보는 꿈이 생겼다. 언젠가는 내 꿈의 카메라,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거리 위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멋스럽게 표현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기를 작게 소망해 본다.


행복노트 #16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낙담하지 말자.
단지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어쩌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순간일 수도 있다.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안정감



    아침의 마드리드 거리 곳곳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마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활보하고 있었고, 그들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현대인의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행객 차림으로 한가로이 마드리드 거리를 서성이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그들은 가끔 나를 응시했고, 나도 지나가는 마드리드 사람들을 구경했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부러움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가 가진 시간적 여유로움을, 그리고 나는 그들의 직장인으로서 가진 금전적 안정감을.


    젊고 어릴 때는 시간과 체력은 있지만 금전이 부족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반대로 금전은 있지만 시간과 체력이 없다고들 한다. 시간은 사실 내기 나름이지만, 맡은 책임이 있거나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유를 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유럽 국가의 노동 시스템은 어느 정도 긴 휴가나 워라밸을 보장해 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직장인으로서는 몇몇의 좋은 복지를 가진 기업들을 제외하고 유럽만큼의 제도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업과 노동자 입장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로움과 금전적 안정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한 마리 토끼를 잡기도 어려워 보인다..


    3개월의 여행이 끝나고 여행자에서 다시 직장인 신분으로 회귀할 때에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제도와 사회적 변화도 좋지만, 내 가치관과 일상을 대함에 있어서의 작은 변화를 더욱 기대한다. 모두들처럼 살아갈 때에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길. 그리고 그 행복들에 만족할 수 있길.






여행의 고수


    마드리드를 떠나 다음 여정인 '톨레도'에 가기 위해 호스텔에서 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2-3일 간격으로 이동해 새로운 숙소에 머무르니 짐을 계속 풀었다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두세 번 정도 겪고 나니 노하우가 쌓여 입을 옷들과 필요한 물품들만 꺼내 사용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나름 터득하게 되었다. 여행하는 일수가 하루씩 흐름에 따라 점점 '여행의 고수'로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혼자 하는 유럽여행을 시작한 지 고작 일주일 남짓의 짧은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처음의 열정이 과했던 탓일까 매일을 무리하며 여행했더니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가기 시작했다. 족저근막염과 발에 난 수많은 물집, 발톱에 난 상처, 근육통, 탈수, 피로, 계획 강박증, 걱정, 외로움 등. 이제 겨우 세 곳의 도시를 여행했지만 이미 숱한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걷다 보니 살도 많이 빠지고 있었다. 선크림을 발랐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햇빛에 그을려 피부는 구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름 건강해 보여 만족스럽기도 하고, 누가 봐도 여행하는 티가 나는 것 같아 우습기도 했다. 앞으로의 일정이 3개월이나 남았음에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에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가끔 즐거움보다는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도 있었다.


    그래도 계획에 맞춰 도시 하나하나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에 쾌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을 '도전의식'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여행을 '즐긴다'보다 '도전한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여행 중 겪는 힘듦이 많아질수록, 경험이 더해질수록 여행의 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큰 기합과 함께 또 한 번 자신감을 불어넣고 다음 도시인 스페인 '톨레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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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 해당 글의 모든 사진은 작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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