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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y 11. 2023

스페인 세비야,
"하루를 뜨겁게 사는 법"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23 _ Seville,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세비야,

세 번째 이야기: 하루를 뜨겁게 사는 법.



"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오늘은 오늘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소설, "Winnie the Pooh")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종종 끝없는 우울비관의 수렁에 빠질 때가 있다. 몇 년간의 치밀한 분석 끝에 얻은 답은 그저 단순히 잠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칭얼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 늦게 집에 와 나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해 늦게 잠에 드는 일이 허다했다. 거기에 더해 MBTI 'INFJ' 답게 자기 전 오만 가지의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져 잠에 쉬이 들지 못하는 날도 많다. 이렇게 부족한 수면양에 피로가 더해져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증상이 처음엔 엄청난 문제 같았지만 해결법은 상당히 단순했다. 그저 눈 뜨고, 씻고, 옷을 입고 외출하면 된다. 출근을 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은 안중에도 없고, 마음을 비운채 현실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을 해외에서는 'Morning Depression (아침 우울증)'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경험할 때마다 조금 전의 내 모습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 증상의 원인은 '오늘 하루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함을 알 수 있었다.


    하루 중 좋은 일이 있으면 아침에 눈이 번쩍 뜨인 경험이 많았었다. 소풍이나 여행을 가는 날,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날, 또는 경사가 있는 날에는 항상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물론 반대로 "지각"과 같은 불안한 일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한다. 내가 겪는 '아침 우울증'의 증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그 심각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스페인은 주로 "열정(정열)"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남미에도 열정과 관련된 이미지가 연결된다. 실제로 스페인을 여행할 당시 이들의 하루는 해가 진 뒤 저녁부터 시작인 듯 보였고, 여기저기서 술과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열정"이라는 단어와 많이 닮아 있었다.


    이 것에 영향을 받아 세비야에 머무는 동안 "삶의 열정"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여행하기로 했다.





세비야의 건물들



    세비야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이슬람권 문화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종종 모스크 형태의 돔 지붕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건물 외면은 완급조절을 잘한 듯 화려하면서도 정결한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도시였던 만큼 내 기대를 아낌없이 충족해 주며, 거리를 걷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실제로 과거에는 모스크로 사용되는 종교적 건물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문화가 변화하여 이곳은 대부분 가톨릭 건물들로 개조되었다. 스페인의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형태를 볼 수 있음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우리나라로 굳이 얘기하자면, 과거 사찰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해 현재의 성당으로 쓰게 되는 것이니 사실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6월 초의 스페인 평균 온도는 섭씨 30도를 가볍게 넘으며 여행자들의 불쾌지수를 높이는데 적극 기여하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세비야를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매우 즐거웠다.






세비야 대학교



세비야 대학교

    아무런 계획 없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니 세비야 도심 중앙에 있는 "세비야 대학교"를 발견하게 되었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간판을 보기 전까지 이곳이 대학교인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예쁜 건물이기에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고, 세비야 대학교의 캠퍼스 생활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세비야 대학교 내부를 걸으며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교내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고, 도서관에 앉아 열심히 과제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을 보니 불과 몇 년 전 학교에서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고, 또 그들의 장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현실에 집중해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을 보니 삶에 대한 자극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목표를 가지고 무엇인가 몰두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하루를 뜨겁게 사는 법



    드디어 세비야에 오게 된 이유이자 목적인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세비야를 넘어 스페인에서도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이며, 과거 국내 CF에도 등장할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스페인 여행지 중 고민 없이 세비야 일정을 넣은 것이 단지 이 "스페인 광장"에 방문해 보기 위함이었다. 사진을 통해 모두 담을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스페인에서 보았던 곳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곳으로 꼽는 곳이다.


    그 명성 때문인지 세비야 스페인 광장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고, 종종 한국인들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코시국 직후에 여행했던 거라 2주 내내 한국인을 볼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처음으로 한국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스페인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이다.


    광장의 규모가 꽤 크고 넓기에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걸어가던 중 광장 건물 중심에서 스페인 전통 무용인 "플라멩코"를 공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플라멩코 (Flamenco)

    스페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다 보면 이 플라멩코를 자주 접할 기회가 있어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표 전통 무용인만큼 이곳 세비야에서 보는 공연이 가장 유명한 듯하다. 무용수의 정열적인 몸짓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그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플라멩코 무용에서 스페인 사람들의 뜨거운 정서를 느낄 수가 있었다. 화려하고 큰 동작을 통해 감정이 분출되는 듯했고, 음악과 춤이 긴장을 유지한 채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공연에 깊게 몰입한 무용수를 보고 있으면 플라멩코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동작 하나라도 집중해서 표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무용을 보며 "열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하루를 뜨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 하나의 답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하루를 뜨겁게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은 찾은 듯했다. 바로 '매일 한 가지씩 새로운 일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색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먹은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 지겨운 일상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거나 다양한 취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를 몰입해서 살아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생겨나고, 하나씩 목표를 이뤄내면서 진취적인 감정 또한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과 도전은 결국 나만의 특색이 되고 차별화를 기르는데 유용하다. 경험적 측면에서도 많이 배우고, 인생을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다. 이는 필시 하루를 뜨겁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결국 삶의 긍정적인 태도와 행복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매사에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목표의 허들이 너무 높거나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 시작조차 안 하거나 억지로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부담스럽고 하기 싫은 일이 되어 쉽게 번아웃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멘탈을 잡고, 인생을 보다 더욱더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를 살아도 더욱 열정 있게 살아가는 삶이 좋은 것 같다.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렇다. 행복이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 끝에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열정적인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삶의 태도가 '결과지향적'으로 맞춰진 것 같다. 성적을 내야 하는 학생들의 삶, 성과를 내야 하는 직장인의 삶. 이 모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이다. 물론 현실에서 성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은 맞지만, 또 다른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친 느낌이다. 결과에만 너무 매달려 목숨을 걸기도 하고,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결과 중심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모든 것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행복"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과에 대한 기쁨은 잠시일 뿐,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결과의 순간은 짧고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은 몇 배로 많다. 그 많은 시간을 불행 속에서 살아가고 심지어 결과마저 안 좋다면, 이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의문이 들었다. 결과를 위한 적절한 희생은 필요하겠지만, 너무 결과 중심적 사고는 개인의 행복한 삶에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물을 이뤄야 오는 큰 성취감과 행복도 당연히 있겠지만, 매 순간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는 태도가 더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긍정적인 태도는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즉, 지금 인생의 과정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는 것이 나에겐 '행복한 삶' 같다.


행복노트 #20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 속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설렘 가득한 일들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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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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