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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y 04. 2023

스페인 세비야,
"피로를 녹이는 맥주 한 잔"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22 _ Seville,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세비야,

두 번째 이야기: 친구들과 함께하는 맥주.





밝은 햇빛



    아무런 계획 없이 세비야의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다만, 유일하게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스페인 특유의 강한 햇빛이었다. 6월 초, 한국에선 여름이 이제 막 시작한 시기지만, 스페인에선 이미 영상 40도가 넘어가는 한 여름의 시기였다. 이 뜨거운 햇빛은 유럽여행을 시작한 첫날부터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벌써 여행한 지도 일주일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지만, 유럽의 햇빛에는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챙겨 오지 않았다면, 대낮에 눈뜨고 걸어 다니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밝고 뜨거운 햇빛이 여행에 있어 큰 불편함을 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동시에 유용한 부분도 있다.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이다. 유럽의 맑은 날씨와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아무렇게나 찍어도 웬만하면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또한 밝은 빛 덕분에 알록달록한 색감을 사진 속에 잘 담을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쨍한 원색 색깔을 가진 옷을 특히나 즐겨 입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본래의 색감을 잘 살려주는 스페인의 맑은 날씨와 햇빛 덕분인 듯하다. 덕분에 나도 스페인을 여행하는 내내 다양한 사람들의 패션 센스를 구경하느라 눈이 즐거웠고, 사진 찍는 것도 훨씬 재밌었다. 다채로운 색깔을 사진에 많이 담을 수 있어서 좋았고, 사진 속에서도 스페인의 따뜻함(뜨거움)이 그대로 느껴져서 좋았다.






세비야 사람들







현대적 모습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세비야에서 도시의 현대적인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행 전 계획을 세우며 세비야를 조사할 당시,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톨레도'처럼 고즈넉한 건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역사적 도시일 것 같았다. 그러나 세비야에 직접 방문해 둘러본 결과, 현대적인 모습과 고풍스러운 모습이 잘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건물들 사이로 넓은 현대적 도로가 촘촘한 교통망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관광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다목적 현대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그 모습이 이질감 없이 세비야의 오랜 건물들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신시가지를 여행할 때, 공사 현장을 자주 마주하여 도시가 점점 성장하고 확장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적 인프라가 도시 곳곳에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아 편리해 보였다.


    세비야를 여행하며 꾸준히 들었던 생각이 있다. 만약 스페인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아닌 꼭 이곳 '세비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세비야 사람들의 삶 속 여유가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세비야만의 아름다운 도시 미관 또한 매력적이었고,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대체적으로 충족하는 그런 도시였다. 세비야는 여행 전 스페인에서 가장 기대했던 도시였고, 그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완벽한 도시였다.






피로를 녹이는 맥주 한 잔



    과거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당시 종종 밤에 맥주를 마시고는 했다. 학업이나 타지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나의 피로회복제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미국생활 당시 친했던 형들과 함께 한잔 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얘기도 나누고, 여러모로 맥주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물론 기름진 음식과 맥주로 인해 미국에서 10kg 가량 살이 찐 건 안 비밀..


    유럽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식당이나 마트에 들르면 어디서든 그 나라에서 양조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으며, 심지어 맥주의 가격도 저렴해 물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게 사실이었다. 이번 여행이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맥주 여행'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맥주를 많이 마셨다. 나에게 있어서 '시원한 맥주'는 소소한 행복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하몽과 맥주

    한참을 돌아다니고 어느덧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래 걸어 다닌 탓에 체력이 방전되어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대로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어떤 걸 할지 고민하던 중 여태 쌓였던 피로를 시원하게 풀기 위해 스페인의 유명한 음식인 '하몽 (Jamon)'을 안주삼아 스페인 로컬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숙소 근처의 큰 마트에 들러 맥주 코너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주위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조금 전 숙소에서 짐을 풀 때 잠시 마주쳤던 호스텔 룸메이트였다. 이 친구도 혼자 심심했는지 맥주를 사러 나온 것이었다. 그 녀석도 나를 단번에 알아보고 '같이 맥주 한 잔?' 이런 눈빛을 보냈고, 나는 웃으며 흔쾌히 응했다. 마침 호스텔 옥상에는 루프탑 테라스가 있었고, 새로운 친구와 시원한 맥주를 즐기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세비야의 밤이었다.


    '페데리고'라는 이름을 가진 스무 살의 아르헨티나 친구였다. 이 녀석도 스페인을 혼자서 여행하고 있었다. 서로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여행 중 일어났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꽤나 친해졌다. 특히 둘 다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는데,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축구선수들을 훤히 꿰고 있음이 신기했다. 다만 아직 혈기왕성한 녀석이라 그런지 자꾸 밤에 클럽에 놀러 가자고 꼬드기는 바람에 거절하느라 꽤나 애먹었다.


    맥주와 함께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모습이 즐거워 보였는지, 같은 호스텔에 머무는 친구들이 한 명씩 합석해 사람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독일, 캐나다, 미국 등 다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맥주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각자가 서로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얘기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술과 함께 모두 친구가 되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하루 일정을 끝낼 때, 사람들과 있는 게 힘들어 보통 혼자 있었다.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여행 중 소진한 기력을 충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조금 달랐다. 재밌는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웃음이 멈추는 순간이 없었고,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다양한 인연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행의 묘미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행복노트 #19

편안한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진정한 피로회복제다.
루프탑에서 보는 세비야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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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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