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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Feb 22. 2023

유럽여행 프롤로그,
"여행 준비, 3년간의 대장정"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3 _ Prologue 3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유럽여행 준비,

3년간의 대장정.





끝은 새로운 시작



    2019년 겨울, 나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해인 2020년, 만으로 25세가 되던 나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군 복무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한 순간, 지난 5년간의 힘들었던 미국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부푼 꿈을 가지고 학부 유학을 결정해 혼자 미국 땅을 밟은 것부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름 살아보겠다고 혼자 고군분투하며 버텨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외롭게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었다. 타국에 인종적 소수자,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힘든 점도 많았고, 내 모국어가 아닌 완벽하지 못한 타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지친 것도 있었다. 지난 5년간의 미국 생활은 나에게 있어 완벽한 애증의 세월이었던 것이다.


삶의 주도권


    이뤄 온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상실감이 내심 상당했지만, 이겨내기로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있어서 모든 것을 호탕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끄럽게 발버둥 쳐 피하기보다 당당히 맞서 그 속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는 것이 더욱 훌륭한 모습이라 생각했다. 또한 쉽게 잘 그려지지 않는 군 전역 후의 삶, 앞으로 나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무한한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정해지지 않은 삶은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나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랄리 (Raleigh, NC) - 애틀랜타 (Atlanta, GA)





오늘은 어제의 내일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들었던 미국 생활을 정리하며 '고생했다'는 의미로 나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단순히 순간의 쾌락과 만족감을 위해 소비되는 선물이 아닌, 정말 나에게 가치가 있는 소중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어떤 것이 있을까 유심히 고민하던 중 문득 "유럽여행"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유럽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지인들로부터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다는 공통적인 후기가 있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영화나 문학에서만 보던 유럽만의 분위기와 수많은 예쁜 장소들을 마음속에 그리며 유럽에 대한 환상에 스며들어 있었다. 교통편도 편리하게 잘 연결되어 있고, 통화(€)도 공유해 배낭여행으로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그렇게 유럽은 지구에서 가장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만약 죽기 직전, 눈을 감기 바로 직전, 살면서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것을 가장 후회할지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여행"이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많은 곳에 직접 방문해 잠시나마 그곳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꼈다. 세상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경험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루고 미루다 정작 삶에서 원하는 "여행"을 이루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시간 될 때' '언젠간 하겠지'라는 핑계만 늘어놓다 결국 예기치 못한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는 기회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전에 얼른 실천으로 옮겨 나만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하고 싶었다.


    사실 살아오며 이미 몇 번의 유럽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인적인 이유로 번번이 여행하는 것을 미뤄왔었다. 그리고 그때 가지 않은 걸 항상 후회했었다. 앞으로도 유렵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예상해 보았지만 더욱 불가능한 이야기 같았다. 나중에 직장 생활 중 긴 시간을 할애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홀몸이 아닌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배낭여행과 같은 조금 고생스러운 여행은 최대한 어린 나이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미국 생활 정리 후 군 입대 전까지 그 사이에 특별한 계획 없이 비어있는 시기가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그때가 여행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었고, 잘 준비해서 여행을 실천하기로 다짐하였다. 2020년 가을을 목표로 유럽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



    금세 해가 바뀌며 2020년이 되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고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럽여행만 바라보며 한 해를 버텨나갔다. 그러나 계획에는 없던 아주 큰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다. 모두를 고생하게 만든 "COVID-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각 국가마다 여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해당 질병이 활개 치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에 돌아갈 수는 있을까'라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2020년 가을로 계획했던 유럽여행은 돌연 무산 되었고, 언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른 체 무기한 연장에 돌입하였다.


    조금은 좌절스러웠다. 남자들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중요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군 복무 전, 유럽여행을 통해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들을 만들고 싶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입대하는 것이며 군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힘든 군 생활을 여행의 좋은 기억으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또한 군 전역 후에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여행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국가별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2020년 가을 유럽여행을 마지못해 포기하게 되었다.


    그래도 힘들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던 나는 '어쩌면 더 잘 된 걸지도 몰라'라며 생각의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여행에 대한 내 의지는 확고했고, 앞으로 2년간 잘 준비해서 더욱더 '완벽한 여행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유럽 국가의 언어들을 공부할 시간까지 확보했다. 오히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힘든 군 생활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군 전역 후 더 완벽한 계획과 자유로워진 몸으로 가는 여행이 더 즐거울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2020년 2월 미국, 마이애미 (Miami, FL)


    시간이 훌쩍 지나 마침내 그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2022년 여름, 군 전역 후 한결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더욱 자유롭게 107일 동안 유럽 주요 25 국가를 방문하며 성공적인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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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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