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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Feb 24. 2023

유럽여행 프롤로그,
"여행 계획과 일정"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4 _ Prologue 4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마지막 프롤로그,

여행 계획과 일정.





경험적인 여행



    나는 어릴 때부터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님이 말씀해 주시길, 집 벽 한 구석에 걸려 있는 큰 지도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앉아서 몇 시간이나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지구 어디에 어떤 나라가 위치하는지, 어떤 모양인지 유심히 관찰하며 그 장소를 상상하고는 했다. 언젠가는 그곳에 꼭 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항상 설레었다.


왜 유럽인가?



    내가 여행의 장소로 유럽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현대 사회를 형성하는 많은 가치관들 중 다수가 유럽에서 왔다. 나는 학부 당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부전공하였다. 전공 수업을 들으며 서양 학자들로부터 기초하고 파생된 근현대의 많은 철학과 이념들을 공부하였다. 특히 르네상스와 계몽사상을 주도하며 인간 본질을 탐구한 수많은 유럽의 위인들을 존경해 왔다. 사회와 철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그들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역사의 현장에서 그들이 살아온 세계를 직접 보고 싶었다. 유럽여행을 통해 어떤 깨달음과 배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 가져온 유럽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유럽만의 독특한 건축양식,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살아가는 유럽인들의 삶.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눈에 담고 싶었다. 또한 여행지에서 만날 새로운 인연들을 기대하였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견문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눈과 입만 즐거운 소비적 여행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여행을 통해 얻고 싶었다. 현지에서 고생도 해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의미 있고 재미있는 나만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고 싶었다.


    이처럼 단순한 관광이 아닌, 보다 더 경험적인 여행을 추구했다.


    여행 한 번만으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고 행복에 대한 완전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내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다. 새로운 문화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대화를 통해 새로운 생각들을 배우고 싶다. 나 스스로 믿고 의지하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장소와 시간이 필요했다. 유럽은 내가 가진 여행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완벽한 여행지였다.





여행 계획 A-to-Z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일단 구글맵 지도를 펼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도 속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가 너무 많았다. 선택지가 많아지니 도저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모아둔 적금과 체류 가능한 기간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돈과 시간을 사용해야 했다. 여행지를 줄이면 그만큼 여행에 체력적,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나, 나에겐 전혀 일정을 간추릴 마음이 없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여길 가보겠어'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고생하더라도 가고 싶은 곳은 다 가겠다는 호기로운 결심을 하였다.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나만의 루트로 새로운 계획을 세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여행지


    먼저 지도를 보며 국가별로 가고 싶은 도시 리스트를 만들었다. 유명한 관광 도시들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들을 모두 알아보았다. 도시 하나하나 검색해 보며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어떤 것이 유명한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광장, 성당, 박물관, 미술관, 공원" 같은 관광 명소 리스트를 만들었고, 먹어보고 싶은 음식과 식당도 조사했다. 해당 과정에서 쓰인 시간만 3개월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 흥미가 가지 않는 곳이나 시간과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 같은 장소는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후 관광 명소들을 바탕으로 도시별 적당한 체류일자를 정하였다. 대략 어느 정도 나만의 유럽여행 큰 밑그림은 그려진 것 같았다.



이동


    도시 리스트를 중심으로 동선 계획을 한번 세워보았다. 일단 철칙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최대한 육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간편하나, 공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 꽤나 번거로워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반대로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의 경우, 대체적으로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혹여나 차편에 차질이 생겨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차선책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되도록 육로를 이용하기로 다짐하였다.


    특히, 유럽의 경우, 각 국가, 도시별로 기차 편이 잘 연결되어 있어 "유레일 패스" 하나면 어지간한 모든 곳은 다 돌아다닐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여행 중 한 번의 비행 편 이동 (런던 → 이스탄불), 두 번의 배편 이동 (탈린 → 헬싱키, 헬싱키 → 스톡홀름)을 제외하곤 육로로 이동하였다. 도시 간 이동 정보를 얻기 위해 각종 여행 관련 블로그 게시물을 많이 참고하였고, 정보가 없을 경우 해당 교통편 웹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스케줄을 확인하였다. 결국 겹치지 않으면서 유럽 한 바퀴를 한 번에 크게 돌아볼 수 있는 동선을 완성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 포르투 in → [영국] 런던 out → [튀르키예] 이스탄불 → [대한민국] 서울



숙소


    마지막으로 중요한 숙소의 경우, 해외 웹사이트를 많이 이용하였다. 대표적으로 '부킹닷컴, 아고다,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숙박 관련 웹사이트들이 존재한다. 도시 및 국가별 물가를 참고해 물가가 비싼 지역의 경우 호스텔을 많이 이용하였으며,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들의 경우 호텔을 이용하였다. 숙박 부분에도 큰 철칙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한인민박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호텔이나 호스텔에 숙박하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인 만큼 한국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숙박과 교통이 해결됨과 동시에 이제 몸만 유럽으로 넘어가 여행하며 생존하는 일만 남았다. 교통편, 숙박비 외에도 각종 관광지의 입장료, 음식 물가, 쇼핑 등을 고려하며 예산을 세웠다. 여행하는 동안 지출을 기록하며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INFJ, 프로 계획러



    나는 계획을 참 좋아한다. 사실 계획을 세움으로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에 많이 예민한 편이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기 위해 성격상 플랜 B에 다른 경우의 수까지 고려하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107일 동안 25 국가 약 70 곳의 도시를 방문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면 정말 불가능한 얘기였을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도 많았고, 혼자 외로워 ‘여행을 그만둘까’ 하는 순간들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한 일정 덕분에 계획을 따라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후회 없이 가보고 싶은 곳을 다 방문하고 계획한 모든 걸 즐기는 여행을 하였다. 나에게 계획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계획표





프롤로그를 마치며,



    여행을 통해 느낀 부분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현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많은 이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에게 이 여행 에세이가 공감되었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과 사진을 통해 나와 함께 여행하며, 내가 느낀 많은 것들을 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스본 - 바르셀로나 - 피렌체 - 프라하 - 암스테르담 - 그린델발트 - 스톡홀름 - 파리 - 에든버러



Portugal - Spain - Switzerland - Italy - Slovenia - Croatia - Hungary - Slovakia - Austria - Czech Republic - Poland - Lithuania - Latvia - Estonia - Finland - Sweden - Norway - Denmark - Germany - Netherlands - Belgium - Luxembourg - France - UK - Turkey



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 해당 글의 모든 사진은 작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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