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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Feb 27. 2023

대한민국 서울,
"출발지 서울, 서울여행"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5 _ Seoul, South Korea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대한민국 서울,

출발지 서울, 서울 여행.




    대구에서 인천 공항을 가기 위해 비행 편 전날 미리 서울로 올라왔다. 하루 정도 서울에서 지내면서 가까운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유롭게 유럽으로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로 올라오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항상 가볍다.




상경(上京)과 동경(憧憬)



    수도권 지역 사람들은 "서울 여행"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도 당연한 것이 서울에 가는 것을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볼 일 있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곳이겠지만, 지방 사람들에게는 거리 때문인지 서울에 방문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다. 대구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대구에서만 자란 나에게 서울은 대한민국의 즐거운 것들이 많이 모여있는 낯설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나는 서울에 가는 게 항상 여행처럼 느껴진다.


    내가 10살이 되기도 이전,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거짓말이었다. 단순히 서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거짓말이었다. 당시에는 왠지 모르게 서울에서 태어난 것이 대구 토박이인 나에게는 '뭔가 있어(?)' 보였던 것 같다.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가 있으면 호기심에 다가가 서울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마음속에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지에서 온 친구를 사귈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구보다 더 작은 도시에서 왔는데, 나더러 큰 도시에 살아서 부럽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많고, 번화가도 제법 많아서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대구에 살았던 것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마 서울에 살았던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뜻하지 않은 거울치료를 당하며,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현재에 들어서는 서울에 방문할 기회가 많이 있어 틈틈이 서울 안에서 여행도 많이 다녔다. 어쩌다 보니 서울에 사는 지인들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 서울이 그저 평범한 도시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곳이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큰 도시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현재는 교통체증과 많은 인파 때문에 기피하고 싶은 도시로 느껴질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인식도 변화하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서울은 서울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지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며, 대한민국을 주도하고 이끌어나가는 주류 사회임은 분명하다. 높은 집값과 높은 인구밀도가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집중된 사회적 인프라와 좋은 문화생활 접근성 등 많은 것이 도시 안에 잘 구성되어 있어 살기 편리한 곳임은 확실하다. 경제적 여건이 충족된다면, 그래도 대한민국에선 서울에 살고 싶다.


덕수궁, 서울





정체성



    우스갯소리로 한국인은 이상하게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본인들은 고국에 대해 많은 험담을 하면서 정작 타국인이 한국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끼리 하나로 똘똘 뭉쳐 애국인이 되는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나만 욕할 수 있어' 정신이다. 맞는 이야기다. 좋은 건 좋은 거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지만, 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건 사실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아무리 우리나라가 싫다고 해도 외국에서 한국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흔히 말하는 "국뽕"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이로써 우리의 정체성은 싫으나 좋으나 "한국 사람"인 것이다.


    해외에서 잠시 살았던 나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매우 중요했다. "한국인"이라는 단어 하나가 다른 어떤 말보다 많은 걸 대신 설명해 줄 때가 있다. 가끔 외국인들이 '북쪽인지 남쪽인지' 묻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남한)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배경 하나로 신원 보증을 받아 해외에 입국하고, 어려움 발생 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감사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에겐 "한국"이라는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게 큰 위로였고 행복이었다.


    서울에서 잠시 지내는 동안 몇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 혼자 무엇을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 들었다. 고심하며 인터넷에 다양한 곳을 검색해 보던 그때, 유독 "국립중앙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박물관이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방문했던 기억이 없었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집대성한 곳을 지금까지 찾지 않았던 것이 부끄러웠다. 마침 서울에서 지내던 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혼자서 방문해 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만 보던 우리나라의 유물과 문화재들을 직접 마주한 것에 큰 설렘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내 뿌리와 한국인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에는 외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문화재를 구경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왠지 모를 "국뽕"이 마음속에 조용히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처럼 혼자 방문해 전시물을 조용히 즐기고 있는 젊은 한국인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다. 우연히 즉흥적으로 방문하였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나에게 뜻밖의 의미 있는 순간을 선사해 준 감사한 곳이었다.


    우리의 선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국격과 한국인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복노트 #1

돌아갈 고향과 집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사진과 철학



    서울에 하루 일찍 도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보고 싶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함도 있었지만,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전시를 구경하기 위함도 있었다. 웨스 앤더슨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영화는 특유의 색감과 영상미로 매우 유명하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을 5편 이상 감상하였고, 영화를 감상할 때마다 매번 그의 동화 같은 연출 스타일에 깊이 매료되었다. 해당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는 앤더슨 감독 영화 풍의 색감을 가진 사진들을 모아 큐레이션 한 전시전이다.


사진에 대한 철학


    나는 주로 풍경과 그 속의 사람들을 찍는 걸 좋아한다. 해당 전시의 사진들처럼 현실에서도 충분히 영화 같고, 동화 같은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더 크게 울리는 경우도 있다. 사진을 연출할 때 나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피사체의 표정과 행동, 당시의 상황에 집중하게 만들어 사진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의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매번 세상의 행복한 어떤 한순간을 기록해 영원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취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이번 전시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나와 다른 스타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구도와 색감을 참고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즐거웠다. 특히, 앤더슨 감독의 영화처럼 현실의 장소들을 정말 동화 속 세상처럼 느껴지게끔 색감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유럽과 미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유럽여행을 떠나기 직전 유럽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니 앞으로 다가올 여행이 생각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그라운드 시소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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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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