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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r 01. 2023

인천국제공항,
"비행기 창가 자리"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6 _ Incheon Int'l Airport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인천국제공항,

비행기 창가 자리.





인천국제공항 (ICN)



항공편 예약


    유럽행 비행기표를 출발하기 약 2주 전에 예약했다. 2022년 여름 당시 "COVID-19"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며 해외 입국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비행 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비행 편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많은 불안과 고민이 따라와 선택을 뒤로 미뤄왔었다. 그러나 여행에 대한 내 의지가 확고해 더 이상 비행 편 구매를 미룰 수 없어 결단을 내렸다.


    막상 비중이 가장 큰 비행기표를 예약하니 그 이후 숙소 예약과 같은 다른 부분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역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부터 해결한 뒤,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면 일이 생각보다 간단해지는 것 같다.



공항에 도착까지


    대구에서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도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 혼자 3개월 이상 낯선 유럽 땅을 여행한다는 것이 마음 한편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서울에 올라오는 당일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난 그 순간부터 서울에서 지인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까지 하루 내내 긴장한 상태에 있었다.


    "COVID-19"과 같은 여행 속 변수들을 두고 생긴 불안감이 어마어마했다. '위험을 안고 여행을 가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내적으로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인생에서 장기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신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여행 중 겪게 될 즐거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용기를 주고 있었다. 두려움보다 간절함이 더 큰 상황이었다.



인천국제공항 (ICN)


    살면서 수많은 공항을 이용해 보았지만 인천 공항만큼은 항상 마음속에 특별하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주요 공항이므로 자주 방문해서 그런 것도 크겠지만, 인천 공항에 들릴 때면 항상 정의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 기대와 설렘, 두려움을 가진 동시에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어린 나이일 때부터 비행기를 혼자 타며 국외로 떠났기 때문에 인천 공항으로 오는 길은 항상 마음속에 긴장감으로 가득했었다. 매번 새로운 모험이기에 도전 의식과 설렘도 가득했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장소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멀어져 타지에서 오로지 혼자만을 의지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을 주었다.


    반대로 해외에서 비행기를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면 항상 안도감이 들었다. '(여정이) 정말 끝인가'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한편으로 '드디어 집이다'라는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다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지했을 그때, 그때의 묘한 감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저녁 일찍 공항에 도착하였지만, 공항 전체적으로 여행객이 없음에 놀랐다. 예전부터 인천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북적북적한 모습만 보았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의 여파로 공항에 있는 사람들 수를 손으로 꼽을 만큼 한적한 상황이었다. 마치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다시는 인천공항에서 보지 못할 아주 진기한 경험이었다.


    출국 절차를 받으며 대기하는 동안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돌려 떠남을 알렸다. 지인들의 목소리와 따뜻한 응원을 들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심되었다. 막상 보안 검사를 끝낸 뒤 공항 터미널로 들어가 게이트 앞에 다가섰을 때, 모든 걱정이 싹 사라졌다. 특히, 비행기를 타자마자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고, 앞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도착지이자 유럽여행 첫 출발지인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직항이 없어 카타르와 스페인에서 두 번의 환승을 거쳐야 했다. 비행시간은 환승시간 포함 약 23시간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미국을 수차례 다녀오며 다져진 내실로 장시간 비행은 익숙하였다. 그렇게 2022년 5월 24일 밤 출국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어마어마한 시련을 꿈에도 모른 채...


인천국제공항 (ICN)





비행기 창가 자리



    카타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어딘가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며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였다. 얕은 수면을 무수히 반복하다 우연히 창문 너머로 보석을 박아 놓은 듯한 수많은 별들을 보았다. 힘든 비행길 중 우연히 얻은 선물 같은 존재였다. 한국 밤하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왜 인간이 별을 찬양하고, 상상력을 더해 별자리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도하(Doha)가 목적지고 비행한 시간이 약 4시간쯤 되었으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어딘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지상의 희미한 불빛들을 응시하며 새벽잠에 든 도시들을 상상하였다. 여행의 시작이 즐거운 것을 느꼈다.


    비행기 좌석을 예약할 때 가장 고민이 많이 드는 것은 바로 좌석 선택이다. 이코노미 좌석들 중 창가 쪽 좌석을 선택할지, 통로 쪽 좌석을 선택할지, 늘 이 선택지들은 나를 괴롭게 만든다 (창가도 통로도 아닌 그 사이에 위치해 있는 중간 좌석은 제일 최악의 선택지이다). 비행시간이 짧으면 고민 없이 창가 쪽 좌석을 선택하겠지만, 비행시간이 늘어날수록 통로 쪽 좌석으로 마음이 기울 때가 많다. 통로 쪽 좌석은 화장실을 쉽게 드나들 수 있으며, 때때로 다리를 펴고 스트레칭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창가 쪽 자리만을 고집한다.


    나는 하늘을 보는 것을 정말 사랑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문득 예쁜 하늘을 우러러보았을 때, 그때 느끼는 감동은 마음에 큰 위안을 가져다준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항상 하늘을 많이 담는 구도를 좋아한다. 맑은 하늘, 노을 진 하늘, 비 오는 하늘, 별이 쏟아지는 하늘 등 하늘의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 아마 지붕 위에 누워 몇 시간 동안 여유롭게 하늘만 바라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늘멍. 이런 이유에서 나는 장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보기 위해 항상 창가 자리를 선택한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별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저 멀리 동이 트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떠오르는 해로부터 도망치듯 서쪽으로 하염없이 날아가고 있었다. 암흑 속 어둡고 깊은 바다 같던 바닥은 잿빛을 띈 구름이 되어 그 모습을 드러냈고, 비행기는 마치 구름 위를 유영하듯 미지의 세계, 서쪽의 대륙을 향해 순항 중에 있었다.


행복노트 #2

예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나에게 여유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카타르 도하 공항 (DOH)



    약 10시간 반의 비행을 거쳐 카타르 도하 공항에 다다랐다. 비행기에서 잠을 설쳐 몸이 피곤했지만, 처음 방문하는 중동 국가를 비행기 창문 너머로 살펴보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제일 먼저 카타르의 대기질에 놀랐다.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라 그런지 앞이 잘 안 보일 정도의 모래먼지가 대기를 뒤덮고 있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보딩 브릿지가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버스를 타고 공항 터미널까지 가야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로 걸어가던 그 잠시동안 활주로를 뒤덮은 모래먼지가 피부를 스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대기질뿐만 아니라 기후에 한번 더 놀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카타르의 고온다습한 더위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중동 국가는 생에 처음 방문해 보았다. 공항에 잠시 경유하는 거지만 새로운 곳의 땅을 밟는다는 것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착륙 직전 비행기 창문으로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내려다보았을 때, 사막 한가운데에 높은 빌딩이 세워져 있고, 그 주위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곧 카타르에서 개막할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품은 여러 구조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중동하면 항상 "두바이"나 "아부 다비" 같은 도시만 알고 있었지 "도하"와 카타르는 나에게 아주 생소한 곳이었다. 나에게 카타르는 그저 국가 “바레인”의 국기와 비슷한 국기를 가진 나라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공항을 방문해 둘러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흥미로운 곳이었고, 카타르에 대해 더 조사하고 알게 될수록 여러 가지 다른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구상에 방문해야 할 흥미로운 곳들이 많이 남아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약 두 시간 정도 잠깐의 환승시간을 가진 뒤,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으로 곧 나에게 벌어질 어마어마한 시련을 꿈에도 모른 채...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Doha Int'l Airport,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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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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