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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Apr 14. 2024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스로를 지키기"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30 _ Barcelona, Spain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 번째 이야기: 스스로를 지키기.




카탈루냐와 저항 정신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에게 눈이 간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개성 있는 다양한 관광객이 있는 반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인생을 살아나가는 현지인들이다. 관광객과 현지인을 구별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바로 '눈빛'을 보는 것이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주위를 둘러보기에 바쁜 눈동자가 보인다. 그러나 현지인들의 눈빛에는 그와 사뭇 다른 진지함이 느껴진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나름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을 관찰하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 있다. 그들의 눈에 '독기'가 서려있다는 것. 모두가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삶에 대한 투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하면 바로 따라오는 지역 이름이 있다. 바로 '카탈루냐'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이자 대표 도시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상도와 대구, 부산인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현재 카탈루냐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독립 정서'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다 보면 심심찮게 카탈루냐 깃발을 볼 수 있고, 지하철과 상점 등에는 카탈루냐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학 당시 스페인어를 공부했기에 간판이나 안내문, 식당 메뉴를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달랐다. 처음 보는 단어들과 발음법에 적지 않게 당황하였고,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였다. 이처럼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과 언어, 문화를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카탈루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역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과거 각각의 지방들은 다른 왕국들이었지만 외세(이슬람)의 침략을 이겨내고, 힘을 키우기 위해 스페인(에스파냐)이라는 국가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왕족의 결혼을 통해 평화적으로 흡수되었다. 그러나 통일 후, 마드리드가 있는 스페인 중심부와 비교해 바르셀로나는 변방에 있기에 정책적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차별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산업적, 경제적으로 번영을 충분히 이룬 카탈루냐이기에 현재 독립의 목소리를 높이며 그 싸움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특히 그들의 독립 정서는 축구 경기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 유명한 '엘 클라시코'다. 이 경기는 스페인의 수도이자 중심인 '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대표 도시인 'FC 바르셀로나'간의 경기이다. 워낙 유명한 라이벌이며 실력도 뛰어나 늘 관심을 받는 경기이고, 축구 팬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지역감정까지 더해지며 경기장 안팎으로 종종 과격한 모습이 목격되고는 한다.



    이처럼 저항을 통해 자신들의 주권과 이권을 지키는 카탈루냐와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누군가에게 크게 저항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다시 되돌아 올 보복이 두려워, 관계가 서먹해지는 게 싫어서, 어차피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으로 부딪히기보다는 피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유연하게 불의를 피해 가는 것도 인생의 현명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맞서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불의의 상황에 의견을 떳떳이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을 느꼈다. '누군가와 갈등을 빚는 게 싫어서, 내가 한 번 참으면 그만인 것을, 부딪힌들 달라질까'하는 생각에 그냥 침묵하거나 희생할 때도 많았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그런 내 모습에 염증을 느끼며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심한 갈등 상황에선 여전히 한 발 물러설 때가 많다.


    이타적인 양보나 희생과 같은 미덕이 어떤 이기적인 사람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어 이용당할 때가 많다. 무조건 참고 넘어가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을 살아오며 점점 깨닫게 되었다. 차별과 착취의 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응해야 함을 느꼈다. 자신이 받는 상처를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뿐더러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지름길이다. 강한 외부적 충격과 자극에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외유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차별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저항하는 '카탈루냐'의 저항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행복노트 #27

자신이 받는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건축물 이상의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한다. '몬주익 언덕'을 오르면 예전 도시를 지키던 고성의 모습이, '에스파냐 광장'에는 탁 트인 넓은 광장과 투우장이, '그라시아 거리'에는 즐비한 명품 매장과 곳곳에 숨겨진 가우디의 흔적들이, '고딕 지구'에는 좁은 골목을 간직한 중세 모습이, '시우타델라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벙커'에는 바르셀로나 전경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이, '캄노우'에는 축구 경기에 열광하는 전 세계에서 온 축구 팬들이, '바르셀로네타 해변'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음악과 젊음의 풍경이.



    솔직한 개인적인 심정으로 바르셀로나 여행후기를 남기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 훨씬 더 큰 도시였다.


    바르셀로나는 규모가 큰 도시이자 관광도시 이미지가 있어 휘황찬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도시를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분주하고 지저분한 환경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가끔 거리 분위기를 보면 '내가 중남미에 있나?'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또한, 스페인 여름의 폭염 속 어느 실내를 들어가도 더위를 피할 수 없음에 힘겨웠다. 게다가 도시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느끼기에는 스페인의 타 역사적 도시들보단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기대가 너무 컸었던 탓일까 기쁨보다는 실망의 순간이 더 많았다. 바르셀로나가 여행하기 안 좋은 도시라기보다는 단지 나와 잘 맞지 않는 도시였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여도 내 성향과 잘 맞지 않으면 여행이 재미없을 수 있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여유를 훨씬 더 느낄 수 있었던 '네르하' '톨레도' '코르도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관광도시들이 마음에 남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며 좋은 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만큼 도시 안에서 다양한 현장을 우연히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도로 속 말싸움을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들,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이성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젊은이들,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작별인사하는 사람들 등 도시 곳곳에는 각자만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런 드라마를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도 여행의 가장 큰 묘미이다.


    이처럼 한 도시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바르셀로나이기에, 여유롭게 도시를 즐기며 여행하기를 바란다.





'행복노트와 남유럽여행'을 마치며



    약 3주간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하며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마쳤다. 100일이 넘는 유럽여행의 첫 출발지였기에 설렘과 신선함이 가득한 여행지로 기억에 남았다. 포르투갈의 습한 더위,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빛이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지만, 이조차도 이 나라들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의 청량하고 푸른 바다 위 반짝이는 햇빛과 스페인의 건조하고 드넓은 평야가 그리울 것 같다. 포르투갈, 스페인을 떠나는 것에 마음 한편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앞으로 방문할 나라와 도시가 훨씬 더 많았기에 가슴속 두근거림을 안고 프랑스 리옹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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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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