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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친절을 잃어버린 시대"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61 _ Ljubljana, Slovenia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첫 번째 이야기: 친절을 잃어버린 시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지나 중간에 잠깐 프랑스를 경유하고, 스위스를 지나 이탈리아를 떠나는 날이다. 5, 6월 상대적으로 덜 더운 여름에 유럽 남쪽의 지중해 지역을 여행했다. 곧 7, 8월 제일 더울 시기는 동유럽을 지나서 북유럽으로 도망갈 계획이다.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반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잦은 이동과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야위어지는 몸을 이끌고 여행인지 고행일지 모를 나의 동유럽 여행을 시작했다.


나의 첫 동유럽 여행지는 '슬로베니아'였다. 유럽 동남쪽 이탈리아의 오른편에 위치한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와 헝가리로 가기 위한 길목이며, 슬라브 문화의 최전방으로써 라틴계 문화와 만나는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슬로베니아' 국가명만 보아도 '슬라브인의 땅'이라는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으며, 남쪽에서 동유럽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느낌이다.


이탈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가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메스트레' 역의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밴을 예약했다. 이탈리아에서 슬로베니아까지 기차보다 밴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는 평이 많았고, 수도 '류블랴나까지 직행이 있어 밴을 예약했다. 떠나는 날 당일 아침, 혹여나 밴을 놓치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에 출발시간보다 조금 일찍 기차역 앞으로 갔고, 때마침 대기하고 계시던 기사님을 만나 바로 탑승해 슬로베니아로 떠났다.


밴의 첫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신형 '스타렉스' 같은 자동차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웬 옛날 '봉고' 차가 앞에 서있었다. 회사 폴로셔츠 유니폼을 입은 기사님은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잘 왔다며 먼저 트렁크에 내 짐을 싣고 내가 앉을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내 자리는 운전석 옆의 좁은 중간 좌석이었고, 구겨지듯 들어가 앉았다. 뒤를 보니 나 말고도 히잡을 두른 여성 한 분,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두 분, 이렇게 총 3명이 이미 뒷 좌석에 타고 있었고, 우리는 마지막 탑승객 한 명을 기다렸다. 출발시간에 맞춰 마지막 사람이 왔고, 이렇게 나는 이탈리아를 떠났다. 밴에 꽉 찬 우리 6명은 약 두 시간이 넘는 이동시간 동안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며 류블랴나로 향했다.


밴의 대시보드에 무릎이 바로 닿을 만큼 좁은 앞자리 중간좌석이었다. 심지어 기어가 수동인 차라서 속도를 바꿀 때마다 기사님의 팔이 내 어깨를 밀며 기어봉을 움직였다. 또한 도로 지면 위에 뭐가 있는지 고스란히 다 느껴질 만큼 좌석으로 충격이 그대로 올라왔고, 앞으로 두 시간이나 가야 하는 이 불편한 여정에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오히려 즐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불편함이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는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앞자리의 뻥 뚫린 시원한 앞유리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가는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앞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에 잠시 졸기도 하고, 맑은 날씨 속 생소한 슬로베니아의 모습을 한눈에 담으며, 불평불만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낯선 땅을 여행하는 설렘으로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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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계획하기 전까지 '슬로베니아'라는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다. 나라가 유럽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수도가 어디인지 등의 지식도 없을 만큼 나에게 생소한 나라였다. 여행을 계획하던 도중 유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루트를 짜면서 발견한 나라였으며,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에서 헝가리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일정에 추가하게 되었다.


사전 정보와 지식은 없었지만,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천천히 이곳에 대해 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확실히 지금까지 여행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지닌 국가였다. 역사가 오래돼 보이는 허름한 건물들과 특이한 현대 양식의 건축물이 한 데 뒤섞여 있었고, 이 두 다른 종류의 건물들은 묘하게 색감과 모양이 이질감 없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었다. 도시의 어떤 구획은 동유럽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느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깔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렇게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첫인상은 평온한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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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까지는 간판이나 표지판, 안내문 등이 영어와 비슷한 단어가 많아 뜻을 유추하며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슬로베니아로 국경이 바뀌는 순간,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과 문자 배합들이 등장했고, 뜻을 전혀 유추할 수 없어 갑자기 여행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생소했던 슬라브어 계열의 문자와 단어들에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슬로베니아 제2의 언어로 영어가 채택되어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영어를 꽤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슬로베니아어에 대해 조사하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 지리 등의 이유로 과거부터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헝가리어의 영향을 받았고, 산이 많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방언이 많이 존재한다. 또한 슬라브어 계열이지만 키릴 문자가 아닌 라틴 문자를 사용하여 타 슬라브 언어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슬로베니아어에 심한 욕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어에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저급한 뜻을 가진 비속어가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어에서 종종 사용되는 비속어의 뜻을 해석하면 다른 언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귀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300마리 곰/악마', '신은 널 사랑하지 않아', '수탉한테 걷어차여라', '악마가 너를 데려가기를', '벼락 맞아라', '하얀색 길' 등 왠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지는 욕설들이 있다. 물론 더 안 좋은 뜻을 가진 단어들도 있겠지만, 위 예시들만 보았을 때 생각보다 별로 모욕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어쩌면 이들은 욕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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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의 국가명을 영어로 적으면 'Slovenia'가 된다. 국가명 안에는 영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Love' 단어가 들어가 있고, 이를 두고 국가 차원에서 'Love'를 활용한 각종 로고를 제작함과 동시에 '사랑'의 국가로 브랜딩 하며 박애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름에 사랑이 들어갔기 때문일까 실제로 류블랴나 도시 곳곳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런 브랜딩이 과장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슬로베니아를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왠지 모르게 어둡고 차가운 느낌이 물씬 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의 이미지가 있어서일까 동유럽 구소련 특유의 삭막한 느낌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여행 내내 아름다운 풍경의 연속과 사람들의 일상 속 여유가 나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상적인 여행지였다. 작고 아담한 수도 류블랴나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심심한 도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고요함과 평안함을 주는 완벽한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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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작가는 누구보다 평범하여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그들이 나와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여행객, 특히 아시아인 여행객이 많이 없는 슬로베니아에서 내가 눈에 띄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했지만, 그들의 일상에 최대한 서서히 녹아들어 그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삶을 지긋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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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블랴나 사람들은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유와 지루함 사이 어딘가에서 행복을 충분히 찾고 누리는 듯 보였다. 슬로베니아는 유럽 내에서 잘 살지도 그렇다고 못 살지도 않는 딱 중간 정도의 국가다. 근처 해안선의 대부분이 이탈리아 혹은 크로아티아의 땅이지만, 다행히 '코페르 (Koper)'라는 항구 도시 하나를 보유해 국내 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무역 중심의 경제를 키워나갔다. 류블랴나가 슬로베니아의 수도지만 가진 것이 많거나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많이 풍족하진 않더라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와 함께 인생의 다른 부분을 풍족하게 채우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듯 보였다.


슬로베니아와 우리나라 경제 규모만 두고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인구가 20배 이상 많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급 차이가 나지만, GDP per capita의 1인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 두 나라의 소득 수준은 비슷하다. 도시 내 인프라, 편의성, 규모, 수출 중심의 경제, 첨단산업 등 여러 방면을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좋은 듯 하지만 왜 행복지수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슬로베니아보다 한참 뒤처지는 걸까. UN에서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5년 기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8위로 19위의 슬로베니아뿐만 아니라 다른 중진국,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나는 '왜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불행함이 만연할까'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와 류블랴나를 2박 3일 잠깐 방문했다고 이곳이 우리나라보다 진정 행복한 나라라고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이곳에서 우리나라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분주하지 않은 일상, 천천히 흘러가듯 살아가는 사람들. 유럽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이 낯선 나라에서 내가 산책하며 본 광경과 그로 인해 다가온 감정들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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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잃어버린 시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를 여행하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박애'와 '여유'에 대한 가치는 지금의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한 때 ''으로 통하는 국가였다. 이웃끼리 돈독하고 가깝게 지내며 옆 집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던 시절이 있었다. 마을의 온 어른들이 다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체 사회였으며, 서로 음식을 나눠먹고, 이웃의 경사가 마을 잔치가 되는 등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과거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비교와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혹여나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지 못하거나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는 경우, 사회 혹은 직장에서 도태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삶의 수준이 어느 정도 엇비슷하고, 국가의 성장을 실감하던 과거에는 물질적 보상이 따라오기에 상대적인 심리적 안정감이 있었다면,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 위기를 여러 번 겪은 지금에는 한정적인 자원과 사회적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한 비교경쟁의 굴레에 빠져들게 되었다.


모든 것이 급변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이 사회에 지친 사람들은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감정소모를 기피한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밀집되어 흔히 발생하는 사람들과의 마찰, 불화, 범죄 등 살아가며 우연히 마주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신뢰 혹은 친절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과 과포화 상태의 공공장소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직장과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삶의 여유조차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개인주의'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선택했다. 여기에 더해 서로 신뢰를 잃어버린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사회는 각 개인이 손해보지 않도록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모든 것에 책임 소재를 두어 점점 피곤하고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점점 사람의 '온정'을 잃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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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The Dragon Bridge - (우) Ljubljana Castle


도시 류블랴나의 상징은 '용'이며, 류블랴나 도심 중앙에는 랜드마크인 '용의 다리'가 있다. 도시의 상징이 '용'이 된 이유는 과거 그리스 로마 신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영어 이름 '제이슨(Jason)'의 어원인 신화 속 '이아손'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아르고호 원정대'를 꾸려 황금양털을 찾아 모험을 떠났고, 모험 중 만난 여인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털을 지키던 용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때 이아손이 용을 물리치고 세웠다는 도시가 류블랴나이며, 류블랴나성 밑에는 용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신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야기 끝부분 이아손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메데이아를 배신한다는 점이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반해 친절을 베풀고 도움을 주었으며, 이아손도 메데이아의 마음을 받아 둘은 결혼을 기약했었다. 그러나 이아손이 목적을 이루자 고향에 돌아와서는 권력을 위해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진행했고 이에 큰 배신감을 느낀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비극을 안겨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일화는 친절과 관련된 심리를 잘 담고 있다. 물론 메데이아는 목적을 가진 채 친절을 베풀어 참된 친절로 보기는 어려우나, 어쨌거나 베푼 친절에 있어 배신으로 돌아올 경우, 사람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도 사회를 살아가며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그 끝에 배신을 겪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은 믿을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럼 '믿을 존재가 되지 못하는데 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친절로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인간사회는 '친절' 없이는 절대 굴러갈 수 없는 사회다.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해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는 일, 다음 사람을 배려해 머무른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는 일,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 무거운 짐을 옮기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 아이들의 순수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아이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일, 미소와 감사인사를 통해 받은 친절에 보답하는 일, 이런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이자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친절이 없어도 사회가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같지 않고, 그런 사회에서 별로 살고 싶지 않다.


2000년에 개봉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며, 소년이 제시한 대답이 어쩌면 정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누군가로부터 친절을 받은 한 사람은 그 보답으로 다른 모르는 사람들에게 세 번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 그 친절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렇게 친절의 연쇄작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보다 더 친절한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불친절'은 낮은 도덕성과 낮은 사회 지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친절의 부재'는 사회관계적 낮은 신뢰도와 두려움, 삶의 여유가 없는 것에서 비롯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모두가 전전긍긍하며 힘들게 살아가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친절을 행함에 있어 망설이게 된다.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친절을 베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친절에는 높은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 가치를 통해 친절을 받는 사람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애덤 그랜트 작가가 쓴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눠지는데, 사회적 위치와 경제계층을 따졌을 때 기버들이 제일 하층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슨 기버와 테이커가 만나면 테이커에게 계속 착취당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호되게 당한 기버가 만약 매처(기브앤테이커)로 진화하면 테이커를 응징하며 사회 상층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사회 최상층에는 또 기버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버가 먼저 친절을 베풂으로써 인해 사회와 조직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에 대한 좋은 결과와 피드백이 따라올 경우 사회적으로 높이 인정받고 추앙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인과응보, 사필귀정을 믿는다. 결과를 바라고 친절과 선행을 베푸는 것은 아니지만, 그 행동이 사회와 이웃에 좋은 영향을 끼쳐 그 연쇄작용으로 인해 언젠가는 나에게 친절로 되돌아올 것을 믿는다. 서로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는 점점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줄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비중이 늘면 우리의 각박한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불친절을 겪고 배려가 손해로 돌아온 경우도 있겠지만, 한 번만 눈 딱 감고 넓은 아량으로 타인에게 조금만.. 조금만 더 친절하게 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좋거나 싫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 돕고 살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착각이다. 우리는 협업하며 능률을 올리고, 관계를 통해 정서적 소속감을 느끼며,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자아를 실현한다. 인간으로서 사회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것인데, 이왕 사는 이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친절'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자 매우 귀중한 가치다. 이 가치를 기억하며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친절한 말투와 사소한 선행으로 말이다.


행복노트 #58

사소한 친절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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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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