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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r 06. 2023

포르투갈 포르투,
"길을 잃는 것"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8 _ Porto, Portugal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포르투갈 포르투,

첫 번째 이야기: 길을 잃는 것.





아침 산책



    새벽 5시, 시차적응이 안 되어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5월 말의 포르투였지만 새벽의 쌀쌀한 공기가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와 추위에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호텔의 낯선 천장을 마주하며 내가 지금 유럽에 와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피곤함에 침대에서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씻고 바로 외출 준비를 하였다. 호텔 방으로 전해지는 아침 도시 소음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포르투 사람들의 소리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아침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한적한 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기에도 수월하다. 카메라 주위로 아무도 없어 혹여나 누가 물건을 훔쳐갈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관광 명소조차 아침에는 사람이 없어 혼자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고, 아무런 방해 없이 그 장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포르투에서의 첫날 아침,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포르투의 아침


    약 두 시간 정도 포르투 도심을 걸어 다녔다. 빠듯하게 하루 정도면 주요 관광 명소는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도시였다. 사람들이 한 두 명씩 거리에 나타나 점점 활기를 더했고, 포르투의 새로운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특히, 골목 어딘가에서부터 은은히 퍼지는 빵 굽는 냄새가 너무 좋았다.


수정궁 정원의 전망대

    아침 8시쯤 되어서 포르투 수정궁 정원(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으로 향했다. 이 공원에 있는 전망대에서 포르투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었다. 평일 아침 일찍 방문해서 그런지 공원은 매우 한적했다. 가끔 조깅하는 사람들과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가지기 어려운 이른 아침의 여유로움이었다. 나도 포르투 시민들 사이에 섞여 같이 여유를 즐기며 포르투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였다.


수정궁 정원의 공작새

    수정궁 정원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공작새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로이 활보하고 다녔던 것이다.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공작새들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음에 놀랐고, 사람들을 무서워하거나 피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이 공원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왔을지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나름 공작새들과 친해져 보기 위해 조심히 다가가 보았지만, 나와는 영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나 보다. 먹을 걸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물질주의에 물든 녀석들이었다.


행복노트 #4

아침 산책은 정신을 맑게 해 주며 활력과 상쾌함을 느끼게 해 준다.





길을 잃는 것



    포르투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휴대폰을 개통해야 하는 것이었다. 미리 한국에서 개통할 수도 있었지만, 유럽 현지에서 개통하는 것이 제일 가격도 저렴하고 혜택도 좋다는 정보를 접하였다. 그래서 여행 시작점인 포르투에서 개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문제는 휴대폰을 개통하기 전까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통신사 대리점 위치 검색이 불가능하였다. 물론 호텔 와이파이를 통해 미리 대리점 위치를 확인한 후 찾아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모험심으로 가득 찬 나는 무작정 거리로 나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통신사 대리점을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Porto, Portugal

    아침에 산책하며 길을 어느 정도 외워두었기에 쉬이 통신사 대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포르투의 도시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을 알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포르투 도심의 골목들을 이곳저곳 탐방하기 시작했다. 발길이 닿는 곳으로 이동하며 거리 구석구석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했다. 그리고 포르투의 그 작은 매력들을 내 시선으로 담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돌아다니는 즉흥적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걸었을까. 꽤 오랜 시간 둘러보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통신사 대리점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느덧 거리에는 아침에 비해 사람 수가 부쩍 늘어나 있었다. 급기야 나는 친절해 보이는 시민분들께 길을 물으며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갔다. 영어로 질문했음에도 다행히 알아들으시고 영어로 잘 대답해 주셨다. 포르투 시민분들의 친절함이 너무 감사했다. 항상 마지막엔 "Obrigado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베풀어준 호의에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설명을 따라 걸어가니 금세 대리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무사히 휴대폰 개통에 성공하였다.


    프로계획러인 나에게 확실한 동선을 인지하지 않고 이동하기란 눈감고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낯선 곳에 다다라 미아가 되면 어떡하지' '위험한 곳에 들어서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획에 없던 낯선 곳을 헤매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돌아다니며 항상 주요 장소들을 중간중간 기억해 둔다. 머릿속으로 장소들을 이미지화해 대략적인 지도를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 중 "길을 잃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길을 잃음으로 계획에 없던 다양한 곳들을 탐험하며,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는 거리, 사람, 상황 등 '뜻밖의 재미'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포르투에서 잠시나마 지도 없이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며 이곳에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 중 발생하는 생각지 못한 변수들에 취약한 편이지만, "즉흥적 여행 스타일"도 나름 매력 넘치는 여행법임을 깨달았다.






포르투의 명물



유명한 음식


    포르투갈에는 유명한 음식이 많이 있다. 바다를 넓게 접하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로 만들어진 요리도 많고, "에그 타르트" 같이 잘 알려진 디저트들도 있다. 포르투에서는 여행하며 출출해질 때마다 "프란세지냐"를 자주 먹었다. 포르투갈의 대표 샌드위치로 한눈에 봐도 칼로리가 어마어마할 것 같은 비주얼을 보여준다. 두꺼운 패티와 치즈, 소스가 잘 어우러져 미국 수제 햄버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금세 프란세지냐의 매력에 빠져 여행 중 자주 찾아 먹게 되었다.


에그타르트 (Pastel de nata) - 프란세지냐 (Francesinha)



유명한 명소


    포르투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유명한 명소들이 많이 있다.


"마제스틱 카페 (Majestic Cafe)"

    마제스틱 카페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예쁜 카페 중 하나일 것이다. 외부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훌륭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마치 과거 벨 에포크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 모습에 더해 마제스틱 카페가 더욱 유명해진 이유는 소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이곳에 자주 들려 해리포터 초안을 집필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가격은 조금 높지만 한 번쯤 이곳에 앉아 마제스틱 카페만의 예쁜 분위기를 즐겨보는 걸 추천한다.


"맥도날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여기 알리아도스 거리(Avenida dos Aliados)에 위치한 이 맥도날드이다. 내부 인테리어가 아까 언급했던 마제스틱 카페처럼 인상적이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여느 다른 맥도날드처럼 전체적인 운영방식이 동일하지만, 실내 디자인 하나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 되었다. 이곳에서 맛본 빅맥 또한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자칭 빅맥 전문가). 포르투에 방문한 김에 한 번쯤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맥도날드 빅맥을 먹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듯하다.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는 조금 전 언급하였던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이 잠시 거주하며 해리포터에 대한 영감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포르투에서 해리포터 소설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대표적인 장소는 렐루 서점이다. 이곳 내부에 있는 독특한 곡선 형태의 계단은 호그와트에 등장하는 계단을 상상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해리포터 팬들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들이 렐루 서점에 방문해 계단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해마다 많이 찾아오는 인파 때문인지 줄을 서야 서점 내부로 입장이 가능하고,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으면 방문 입장료를 내야 한다.


마제스틱 카페 - 맥도날드 - 렐루 서점



아줄레주 타일


    파란 색깔의 도자기 타일 "아줄레주 타일(Azulejo)"은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명물이다. "아줄레주" 단어는 "윤을 내는 아름다운 돌"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하였다. 타문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포르투갈 자문화로 승화시킨 한 가지 좋은 예시이다. 포르투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건축물 미관에 아줄레주를 통해 그들만의 특색을 더한다.


    포르투 도심을 걷다 보면 건물 외벽에 장식된 아줄레주 타일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각 타일마다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타일의 섬세한 디자인과 정교함을 통해 얼마나 포르투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위해 정성을 들였는지 볼 수 있었다. 특히 파란색과 하얀색 색깔 조합의 웅장한 공예 작품을 가까이 집중해서 감상하고 있으면, 문득 이 세계를 직접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아줄레주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포르투를 방문할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클레리구스 교회 - 산토 일데폰소 교회 - 카르모 교회 - 상벤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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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 해당 글의 모든 사진은 작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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