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리가,
"인연을 만날 확률"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88 _ Riga, Latvia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라트비아 리가,

인연을 만날 확률.



라트비아로 향하는 버스 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 존재와 존재, 이 두 거대한 우주가 닿아서 만나 새로운 연결과 관계성을 형성하는 것. 두 우주 사이의 공간이 너무 촘촘해질 경우, 불가피한 충돌이 발생해 서로를 파괴하기도, 그 파괴를 안고서 하나의 우주를 형성되기도, 반대로 이러한 충돌을 피하고자 서로 적당히 멀어지기를 선택하는 유기적인 접촉 속에서 우리는 인연을 발견한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까지의 거리는 300km, 버스로는 약 3시간의 거리다. 빌뉴스에서의 출발시간은 의도적으로 아침으로 정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이 생소한 두 나라들의 풍광을 빛이 있는 낮에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인간이 축조한 어떤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연출 없이 자연의 순수함 속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발트 3국의 풍경은 목가적이고 평화로웠다. 버스 맨 앞의 창가자리, 창 밖으로 흘러가는 부드럽게 퍼지는 햇살, 그리고 그 햇빛을 반사하는 슬라브인 고유의 백금발. 라트비아의 풍경보다 라트비아의 사람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들 사이의 관계성,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와의 연관성, 우연 속 그 인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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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가진 지인이 연기하는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연출자와 출연자는 모두 전문적인 배우들이 아닌, 직장인 혹은 뮤지컬 취미의 사람들이 모여 준비한 공연이었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그들 공연에 초청받은 나는 예술활동을 적극 응원하고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12월 아리고 시린 추위의 겨울날, 신촌을 지나 아현역 근처 위치한 공연장을 향하는 길, 인생은 우연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유난히 연속적인 행운을 만나는 날이 있다. 무대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우연히 들렀던 홍대 책방에서 구하기 어려운 사진집을 발견한 일, 그렇게 사장님과의 대화 중 책방이 참여하는 전시회 티켓을 얻어 초청받게 된 일, 사장님과 친구가 된 일, 이후 지인을 위해 꽃을 사러 들어간 꽃집에서 시인을 만나 그녀가 쓴 시집을 선물 받은 일 등. 이날의 행운들로 따뜻한 감사를 안고서 하루의 끝을 장식할 무대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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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놓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지금 너의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야.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中


어딘가 익숙한 대사로 시작한 이 공연은 금세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눈부신 계절이 지나'라는 제목으로 인해 몰랐지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뮤지컬로 각색한 무대였다. 뮤지컬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위의 대사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 장치임과 동시에 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하루 종일 마주했던 행운들, 인연으로 인해 또 다른 우연한 인연들이 생기고, 연결되고, 새롭게 이어지는 것. 어쩌면 우연은, 행운은, 행복은 모두 사람 속 인연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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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또 어떤 우연한 행운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앞으로 마주할 그 모든 변수가 기대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자그마한 희망과 감사를 가지는 한 그 인생은 영원한 행복 속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또 그 희망과 감사를 나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영원한 행복은 더욱 배가 되지 않을까.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한 라트비아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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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라트비아는 발트 3국 중 가장 중앙에 위치한 국가다. 폴란드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경유지가 아니었다면, 먼 타지에 있는 이 생소한 국가를 방문할 기회도, 관심을 가질 기회도 없었을 것 같다. 과거 유럽인들에게 지구 반대쪽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생소했던 것처럼 왠지 비유럽 국가 사람들에게는 라트비아가 그런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트비아라는 존재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중세시대 이후일 것이다. 서유럽의 시선으로 라트비아 사람들은 중세시대까지 발트 지역에서 부족단위로 살아가며 이교도의 신앙을 가진 야만인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십자군, 기사단 등을 통해 가톨릭이 전파되고, 서유럽 및 주변 국가들과 교류가 잦아지며, 발트해의 일부이자 라트비아 앞바다인 리가(Riga)만을 통해 무역이 활성화되자 그 일대 도시들은 점차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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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국토 전체 중 절반 이상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예로부터 목재를 수출하며 부를 쌓아왔다. 이는 습하고 서늘한 라트비아의 기후가 한몫했는데 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 목재의 품질을 향상함과 동시에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라트비아의 문화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런 배경을 깨닫고 보니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올라오는 길 내내 녹음 가득한 숲을 끊임없이 지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의 인간은 평화롭다. 그렇기에 라트비아인들에게 여유와 평화가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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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환경의 라트비아이지만, 늘 평화와 행복의 시간만 있지는 않았다. 발트 3국과는 역사적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 국가 '러시아'가 등장한다. 라트비아는 과거 러시아 제국에 편입되었던 역사가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구소련의 한 국가로 강제병합된 역사가 있다. 이 당시 주권을 지키며 소련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했던 라트비아인 다수는 소련에 의해 시베리아로 강제이주 당하는 등 수난의 시기가 존재했다.


20세기말 소련이 무너지자마자 발트 3국은 독립과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의존성을 낮추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등 노골적인 반러정서를 드러내왔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벌어지자 가장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견제한 국가들이다. 다만 독립 이후에도 라트비아에 그대로 남아 살아가는 러시아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며, 라트비아어가 있음에도 이들로 인해 러시아어가 종종 일상에서 사용되는 등 아직 완전히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정체성을 살리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러시아인들도 대거 본국으로 돌아가는 등 점점 그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를 두고 인구유출로 치부할지 혹은 민족성을 되찾는 과정으로 봐야 할지 애매한 사회문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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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7월의 한여름, 리가의 여름은 시원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맑고 청명한 하늘.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뜨겁고 습한 공기를 날려주어 쾌적함 속에서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리가에서 머무는 하루의 짧은 시간 동안 리가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자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담한 리가 구시가지의 골목을 놓칠세라 막다른 길을 마주할 때까지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선선한 공기 덕에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분위기와 장면을 연출하는 리가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발트 3국의 도시들 중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라트비아 외부에서는 리가를 이미 '발트해의 진주'라 부르며 예로부터 리가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리가 도시 중앙에는 러시아로부터 시작해 벨라루스, 라트비아를 지나 발트해로 이어지는 '다우가바 강'이 긴 수로를 형성해 주었다. 이에 리가의 무역은 활성화되고, 강 유역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유럽의 많은 상인들이 드나들어 도시의 성장과 함께 점차 부유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하에 구시가지 강변에는 발트 3국 대표 교역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는 웅장하고 세련된 다양한 건물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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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는 선물상자처럼 새로운 골목어귀에 들어갈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색감과 다양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치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킹스크로스역 벽면을 통과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것처럼, 리가의 골목 한 블록 한 블록 지날 때마다 전혀 다른 도시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런 신선한 경험은 아마 리가의 다양한 건축양식으로부터 기인한 듯하다. 어떤 골목에는 고딕 양식이, 또 어떤 다른 골목에서는 빅토리아풍이, 북유럽풍이, 또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색다른 리가만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리가는 대표적으로 '아르누보' 건축양식으로 유명하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유행했던 '아르누보 (Art Nouveau)'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기존의 효율적이고 획일화된 건축양식을 타파해 건물의 벽면을 보다 더 화려한 조각과 색감으로 장식한 것이 그 특징이다. 이는 리가가 전성기를 맞이한 19세기말, 20세기초와 공교롭게 시기가 겹쳐 리가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건물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어졌다. 자본과 건축은 거의 한 몸 같은 관계로 이런 격변의 시기에 리가가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어떻게 보면 리가에게 행운이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현재까지도 과거의 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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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오후가 되어 빛과 그림자가 더욱 짙은 대비를 이루게 되자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는 점점 바다에 담겨가고, 산란되지 않은 붉은색조의 햇빛은 금발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반사되며 마치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듯 아른거렸다.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좋은 환경, 가장 좋은 분위기, 가장 좋은 만남. 예측불가의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의지대로 한 순간 한 곳을 이루어 완벽함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완벽함을 완성해 주는 것일까, 완벽함 속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리가에서의 하루, 그 하루가 완벽한 것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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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만날 확률



인연에 대한 문학적 표현, 밀씨가 떨어져 바늘에 꽂힐 확률. 영국의 한 대학교 교수는 자신이 이상형을 만날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다 더 이성적으로 접근했다. 백커스 교수는 자신이 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호기심에 자신만의 방정식을 세웠다. 런던에 사는 연애 적령기 독신 여성들 중 본인이 원하는 외모 및 조건들을 추가하며 범위를 점차 좁혀나가자 그 조건을 만족하는 여성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고, 결론적으로 영국 내 자신의 이상형은 단 26명만 존재할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이는 영국 시내를 활보하다 만날 수 있는 확률이 0.00000333%, 즉 28만 5,000분의 1이라는 주장을 끝으로 독신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넸다.


이상형을 만날 확률을 사람마다 단순 게스티메이션을 하더라도 그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한다. 특히, 조건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그 확률은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길거리에 보이는 기혼자와 연인들은 어떻게 이 극악의 확률을 뚫고 만난 것일까. 분명, 그들은 이런 기적 같은 확률을 이겨낼 만큼 전생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자들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에 초연해지면서도 조건은 늘어나는 모순 속에서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고 밀씨가 바늘에 꽂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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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남자란? 좋은 여자란?


세상에 약 80억 명의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상형의 기준도 약 80억 개나 존재할 것이다. 성격적 기질, 배경, 환경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유사하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도 모든 조건을 세밀하게 나눌 경우 각자가 상대에게 바라는 점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친구들, 군대, 혹은 사회에서 수많은 지인들과 이상형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눠보았지만, 역시나 셀 수 없는 각자만의 명확한 기준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좋은 남자' '좋은 여자'를 일반적으로 정의하려는 행동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모든 것을 가진 이상형의 사람을 만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적당히 포기하거나 만족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모두 적용할 경우, 백커스 교수가 자신의 기준으로 구했던 28만 5,000분의 1보다 더 낮은 확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세상에 그런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은 관계 속 필연적이다. 그저 이상형에 부합하지 않는 결점이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포용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둘이서 하나의 아름다운 우주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오히려 이상형을 만나는 게 독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경험과 통계상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더라도 그 과정과 말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상형이라 함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완벽함을 상대방에게 적용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또는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이상 상대적으로 열등감이나 불안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게중심이 무너진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무게를 맞추기 위해 더하거나 덜어내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는 더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혹자가 말하길 진정으로 '매력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유혹당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가진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집중하고, 애가 타며, 미련이 남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과거 내가 많이 좋아했던 연애는 이상하게 잘 안되고, 내가 조금 덜 좋아했던 연애는 잘 풀렸던 경험이 있다. 아마도 상대방을 많이 좋아했던 나머지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이상화하고, 그에 따라 무게가 무너진 관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은 결말의 관계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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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성 앞에서 매력을 뽐내고 싶어 한다. 또한 누구나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장일단, 매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남성미를 과하게 뽐내는 사람일수록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연약한 자신을 숨기기 위한 처세일 수도 있고, 이외에 허세나 보수적인 사고관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아름다운 미모가 때로는 독이 되어 원치 않는 관심을 이끌 때도 있고, 반대로 외적인 치장에만 집중하다 보면 개인의 내적 성숙도, 내적 성장이 저해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안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는 생각은 든다. '이기적인 사람' '그릇이 작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관계란 기본적으로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관계를 위해 적당한 타협과 희생은 필연적이며, '내'가 아닌 '우리'라는 정체성으로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기적인 사람은 모든 사고의 회로 끝에 '자신'만이 존재하기에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하게 바라보는데 명확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며, 이런 격차는 상대방을 그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진정한 사랑이라 보기 어렵다. '그릇이 작은 사람' 또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고의 범위가 좁고 남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성향 또한 좋은 관계에 적합하지 않다. 서로의 그릇 크기가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천생연분이겠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보통 큰 그릇이 작은 그릇을 포개어 담을 수밖에 없고 그 남는 공간만큼 공허함만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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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붉은 벽돌의 한 교회를 우회하자 어딘가 익숙한 한 동상을 마주하였다. 그림 형제가 펼쳐낸 동화 중 한 편이며, 당나귀와 강아지, 고양이와 닭 순서대로 등에 올라탄 모습이 특이해 한 번 보면 뇌리에 오래 남게 되는 '브레멘 음악대'다. 이는 독일 '브레멘'시에서 리가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으며 기념하기 위해 보낸 선물이었다. '브레멘 음악대'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어쩌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 수 있어도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이토록 적합하게 잘 표현한 우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멘 음악대' 요약

늙은 당나귀가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자
브레멘에 가서 음악대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집을 떠난다.

길에서 늙어 쫓겨난 사냥개를 만나 함께 브레멘으로 가기로 한다.
이어서 늙어 쥐를 잡지 못해 버림받을 처지의 고양이도 만나 일행이 된다.
마지막으로 잡혀서 닭고기 수프가 될 운명인 수탉도 합류해 네 동물이 함께 여행한다.

브레멘으로 가던 길에 밤이 되어 숲 속에서 쉬려다 불이 켜진 집을 발견한다.
집 안에는 도둑들이 음식과 돈을 나누고 있었다.
동물들은 도둑들을 쫓아내기 위해 꾀를 내어 서로의 위에 올라타 큰 소리를 내며 집으로 뛰어들었고,
도둑들은 이 기괴한 모습에 마녀가 나타난 것이라 착각하며 놀라 도망을 쳤다.
도둑을 쫓아낸 동물들은 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각자 자리를 잡아 잠을 잔다.

도둑 정찰병은 어두컴컴해진 집을 다시 확인하러 왔다.
이를 발견한 고양이가 도둑의 얼굴을 할퀴고,
놀라 뒷걸음친 도둑은 사냥개의 꼬리를 밟아 다리가 물렸으며,
당나귀 뒷발에도 맞은 뒤 수탉의 울음소리를 마녀의 괴성이라 착각해 달아났다.

도둑들은 괴물이 있다고 믿고 돌아오지 않았고,
동물들은 브레멘에 가지 않고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단점 혹은 결점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 단점 또한 매우 상대적인 것이라 다른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단지 관계 속에서 서로의 단점에만 집중해 관계를 무너뜨릴 것인지, 아니면 각자의 장점을 최대치로 부각하고 단점은 단점대로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만 있다. 나는 서로가 관계를 형성함으로 서로 더욱 발전하는 것을 최고로 삼는다. 이렇게 건설적인 관계 안에서 함께 있을 때 나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되고, 상대방도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내 이상형에 부합하지 않는 그 사람의 결점까지 사랑하게 된다. 오히려 상대방이 지닌 그런 결점 앞에서 인간다움을 느낀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려,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려 하며 서로를 보완해 주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에 자기 효능감까지 얻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을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 누군가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호발전과 정서적 안정감을 함께 쌓아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이상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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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만날 확률을 높이는 데 있어 사실 꽤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상형을 완벽한 대상으로만 그려서 찾다 보면 결국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사람만 찾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은 결핍의 간극을 좁힘과 동시에 타인의 결핍까지 채워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난다. 좋은 관계를 위해, 그리고 미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상대방에게 완벽함을 들이대지 말고, '과연 나는 상대방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를 두고 먼저 고민하는 자세를 가지는 게 어떨까.


오늘 꽃 한 송이 사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고백해 보자.


행복노트 #85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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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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