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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May 19. 2022

[책] 오케스트라 = 회사?

피터드러커와 오케스트라 조직론 - 야마기시 쥰코


오케스트라 수입을 상징하는 웃지 못할 농담이 있다.
어떻게 하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까?
청중의 수를 늘리고, 연주 횟수를 늘리고, 티켓 값을 올리면 되는가?
아니, 연주회를 하지 않으면 간단히 흑자가 된다.
-제 5장 매니지먼트 발췌


최근 두 오케스트라가 '국립'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서 대립했던 일이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비율이 지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타이틀 논쟁은 각자에게 너무나 중요했다. 이쯤 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왜 오케스트라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일까. 나는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음악회의 티켓값으로 운영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적은 있었다. 사실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관심하게도 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 연주 단체로만 생각해왔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이 책에 손을 뻗는데 더 이상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크게 총 6장의 구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4장까지 서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탄탄한 기초작업을 끝낸 후, ‘매니지먼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5장에서 본론을 시작한다. 비영리조직이라는 측면에서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살펴본다. 위의 발췌처럼 이익을 올리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직접적인 성과가 아니다. 연주하는 것도 목적이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목적은 음악을 통해서 인간과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다. 참 막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들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너무 친절하다. 6장 중 4장을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 음악 전공자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악보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와 같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손을 놓기엔 이르다. 피터 드러커가 겪은 유명 오케스트라의  ‘썰'들이 친한 친구 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를 준다. 앞서 본론이라고 언급한 5장 이후에는 오케스트라를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탐구한 시선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자금이 풍부하게 운영되는 오케스트라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일면을 궁금해하지 않았었던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오케스트라를 '회사'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수익이 목적이 아닌 회사라니 참 특이하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책을 읽으니 오케스트라의 조직 구성은 회사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색다른 시선으로 오케스트라를 더 깊게 알고 싶거나, 경제학자의 시선에서 조직의 다양한 구성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피터 드러커'가 주목한 점을 '야마기시 쥰코'가 말하는 책이기에 드러커의 시선으로 서술된 책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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