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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Sep 06. 2022

우리는 예술작품 앞에 더 이상 무릎을 꿇지 않는다.

헤겔의 미학 - 예술종언론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
“우리는 예술이 항상 더 상승하여 스스로를 완성시키기를 희망할 수 있지만, 이미 그 형식은 정신의 최상의 필요가 되기를 중지했다. 우리가 여전히 고대 희랍의 신상들을 탁월하다고 생각하고, 하느님과 예수 그리고 마리아가 아무리 존귀하고 완벽하게 예술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더라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러한 예술작품 앞에 더 이상 무릎을 꿇지 않는다.”


이 당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예술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예술이 고대 그리스나 르네상스 시기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겔에게 최고의 예술은 이미 예전의 예술이었다. 옛날 고대 그리스 시절엔 아직 철학적으로 반성하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었으나 미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에 최고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헤겔 시기)은 생각이 많아지고 이성적인 통찰을 많이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예술이라는 것이 최고의 궁극적인 형태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헤겔의 말에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 헤겔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한다.


헤겔의 철학 체계 내에서 예술의 위치

헤겔에게는 '절대정신'이라는 영역이 있다. 모순적인 만물들이 변화에 변화를 거쳐 더 이상 변화될 필요가 없어진 영역, 즉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영역이다. 헤겔에 따르면 이 진리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세 가지 있는데 바로 예술, 종교, 철학이다. 예술에서는 감각적으로 직관되고, 종교에서는 내면적으로 표상되고, 철학에서는 개념적으로 사유가 되면서 진리의 인식(절대정신)으로 향한다. 또한 이 세 가지 형태가 절대정신의 영역을 함께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에는 어떤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예술은 종교에 의해서 극복되며 종교는 철학에 의해서 극복되고 해체된다. 이들은 어떤 문제가 있길래 각자의 영역에서 절대정신을 이루지 못하고 극복되거나 해체되어야 할까?

예술

예술에서 절대정신이라는 것은 감각적으로 직관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거나 듣자마자 어떠한 감각을 확 느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예술은 어떤 악기에 의해서 연주되어야 한다거나, 그림과 같은 물질적인 것을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종교

종교는 예술 이후에 등장하는 절대정신이다. 예술의 '물질의존성'이라는 결함 때문에 종교는 좀 더 고차원적인 형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자신의 고유한 내면 속에서만, 즉 표상으로 진리를 위한 참된 형식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각 영역은 이러한 부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여기서 진리를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거나 상상력을 위해서 종종 활용된다.

철학

예술과 종교 이후에 비로소 완성된 절대정신이 바로 철학이다. 어떤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것에 영향을 받지도 않고, 감각적 물질성에도 전혀 의존하지 않아도 되며, 전적으로 정신의 순수하고 내면적인 활동을 통해서 절대정신이 인식될 수 있다. 세 영역 중에서 철학이 최종 단계로 간주되며 절대자는 비로소 철학에서만 올바르게 파악될 수 있다.


헤겔 미학의 구조

헤겔의 저서 [미학강의]는 1부 일반론, 2부 예술 형식론, 3부 장르론으로 나뉜다.

일반론

일반론은 헤겔의 미학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헤겔은 미학이라는 것을 '예술미'라는 것으로 한정지었다. 이 제한을 통해서 그동안 미학의 전통적인 대상이었던 자연미를 아예 제외하게 되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자연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명시적으로 현시되지 않은 단계로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냥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신의 산물인 예술에 비해서 그 가치가 질적으로 저급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유는 자연미가 예술미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도 그것은 예술미의 변형된 형태로 설명된다. 우리가 자연적인 사물을 보고서 극찬하는 경우, 우리는 이미 그 대상을 하나의 그림으로서 보고 있다. 자연물을 미적 대상으로 지각할 때 우리는 이미 조형예술가의 눈으로 그것을 지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미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연미는 예술미에서 제외된다.

헤겔의 이러한 예술 규정에 대해서 주목해야 할 점도 두 가지 있다.

헤겔은 이 규정을 통해서 예술적 허구성의 위상을 질적으로 격상시켰다. 헤겔은 예술이 가지는 가상적인 성격에 주목했다. 어떠한 물체를 그 자체로 보면 그 물체 자체로 인식하지만 음악이라는 예술로 표현하면 우리는 이것을 직관적으로는 알 수 없고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 헤겔은 이런 점에 '가상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 가상이야말로 본질의 본질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예술적 허구는 오히려 현실보다도 더 높은 존재론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 규정을 통해서 헤겔은 전통적인 모방 미학을 결정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예술이 자연에서 왔다고 말했고, 자연을 모방했다고 말했지만 헤겔에 의해 거절된 것이다. 그에 의하면 예술은 정신에서 온다. 외적 현실의 모방은 예술의 진리가 아니고 한낱 정확성이다.

예술형식론

헤겔은 예술이 역사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각 시대마다 그 시대 예술가들, 사람들의 이념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헤겔은 예술형식론에서 이러한 예술사를 유형에 따라서 상징적 예술형식, 고전적 예술형식, 낭만적 예술형식으로 구분했다. 이 삼분법적인 구분은 매우 색다르다. 기존 예술사들은 고대와 근대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상징적 예술 : 고대 선사시대, 희랍시대 예술을 칭한다. 자신들의 우상인 신적인 것을 밖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시대이다. 그들의 예술에는 분명히 신적인 무언가가 담겨있기 때문에 (헤겔이 생각하는) 예술에 해당하지만, 그 표현은 너무 투박했다. 헤겔이 보기에 상징적 예술은 신들을 위한 장소만 제공할 뿐이지 그 신을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하지는 못했다. 예술이긴 하지만 예술미는 없는 예술이었다. 이에 헤겔은 '미적'이라는 표현보다 '숭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고전적 예술 : 상징적 예술의 결함이 고전적 예술형식에서 사라지게 된다.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정갈한 표현법과 방법으로 이상화시켰다. 미의 이상, 예술의 이상에 진정한 실현을 이룬것이다. 예술은 고전적 예술형식에서 이미 완성되었다.

낭만적 예술 : 예술의 완성이 아니라 예술의 해체로 기능한다. 여기서 해체란 이전 단계로의 퇴행이 아니라 넘어선다는 뜻을 가진다. 음악사에서 조성음악의 끝을 보고 음악이 해체되고 있는 것처럼. 헤겔은 이 넘어선다는 전진을 가능케 하는 것이 기독교에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정신의 진리에 이르는 길을 더 이상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적인 주관성 그 자체에서 찾았다.

장르론

예술형식론을 예술장르로 확장하여 설명해준다.

상징적 예술 - 건축

고전적 예술 - 조각

낭만적 예술 - 음악, 회화, 시문학

세 가지 예술 형식들은 이와 같이 대응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형학적으로 구분해놓은 것일 뿐 오직 그것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낭만적 단계의 건축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처럼.


예술종언론

헤겔의 미학 구조에서 살펴보았듯이 예술의 진리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은 고전적 예술시대였다. 낭만적 예술 시대를 살고 있는 헤겔에게 최고의 예술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당시에는 진리가 아닌 것도 예술로 표현하고 있었고, 때로는 절대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예술미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헤겔은 이러한 현상을 '예술종언론'이라 칭했다. 아름다운 것만 담느라 감각적 재료에 의존하고 있게 된 예술은 더 이상 진리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식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더 이상 예술은 종합이 아닌 하나의 해체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결론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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