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실러
실러는 철학가이기도 하지만 시인, 역사가, 문학이론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극작가가 가장 큰 정체성인 그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중 4악장 <환희의 송가> 시 부분을 지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예술에 조예가 깊어서였을까, 실러는 예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철학가이기도 했다.
실러의 미학은 인간 정신사의 이해를 위한 중요한 자료이다. 그에게 미란 "전체 인간에게서만 취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험적인 관점에서 미학을 바라보았다면 그는 인간학적 그 자체의 관점에서 미를 바라보았다. 인간은 미 안에서 감성적 본질로 나타난다. 이성적이면서도 느끼고 의욕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러에게 예술이란 인간의 본성 그 자체였고, 예술적인 충동은 인간 본성의 모든 충동 중에서도 가장 왕성하고 활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란 경험에서 오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명령이다. 그것은 확실히 객관적이며, ..... 그것은 그렇게 객관적이어야 한다.
실러는 미를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명령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미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즉 미는 경험에서 얻을 수 없다. 이에 따르면 미의 개념은 '진리가 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절대적인 필연성을 가진 '반드시 그것이어야만 한다.'가 된다.
실러가 인간학적으로 바라본 미는 개별 인간에서 전체 인류로 가도록 하는 필연적 조건이다. 미는 개별 인간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벽을 허물어주며 소통해주는 것이다. 그는 예술의 역사를 예술이 인간 본성에 끼친 영향사로 이해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인간의 발전 과정이 아닌, 그 시작이다. 미적인 것이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실러의 이러한 생각은 형이상학적이고 경험적으로 보이지만, 그 근본에 흐르는 정신은 인간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러는 미의 객관적인 근본 명제를 찾고 싶어 했다. 그것을 객관적 원리의 *연역에서 찾으려고 했고 그 후 체계적인 내용을 담은 서신을 쾨르너와 주고받았는데, 그 서신을 정리한 글이 [칼리아스, 또는 미에 관하여]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현상에 있어서 자유(Freiheit in der Erscheinung)", "유기적인 것의 자율(Autoanamie des Organischen)", "기교성 안에서의 자연(Freiheit in der Technik)" 등의 개념들이 중추를 이룬다.
*(어떤 명제로부터 추론 규칙에 따라 결론을 이끌어 냄)
현상에 있어서 자유
자유란 미적인 것 또는 예술작품의 생산 과정에서의 자기 활동이다. 그러므로 현상에 있어 자유는 자기 활동적이고 자기 구성적이다. 미는 '현상에서의 자유'의 유일하게 가능한 표현이다. 현상은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상이다. 즉 현상이란 "사물에 있어 자기규정"인 것이다. 모든 현상들이란 다양한 소재를 부여하는 주체에 의해 그 형식들을 유지한다. 실러는 이러한 생각 아래에서 인간의 본질을 수동적으로 겪으면서도 동시에 능동적으로 행하는 이중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기교성 안에서의 자연
실러는 미를 "기술성(기교성) 안에서의 자연"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현상에서의 자유"는 미의 근거이지만, 기술이나 기교는 자유에 대한 우리의 표상의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자유는 직접적으로 미의 조건이지만, 기술은 간접적으로 자유에 관한 우리들의 표상의 근거이다. 미는 또한 그 스스로에게 부여되는 규칙, 즉 자연이다. 그러나 미는 기술상 안에서의 자연이다. 이때 자연이란 사물에 존재하는 내적인 원리를 말하며, 바로 형식의 내적 필연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학의 역사(미학 대계 간행회 제1권)> - 쉴러 미학에 대한 인간학적 이해(김광명)
실러는 '이렇게 이중적인 인간이 어떻게 그 대립 갈등을 화해하고 완전히 조화에 이르게 될까' 하는 물음에 다섯 가지 지평에서 고민했다.
인격과 상황 - 인간은 시간의 내용으로서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그 스스로 시간을 채우는 존재인가?
충동 - 유희 충동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유희 충동 : 완전한, 살아 있는 형자 - 미를 생각하며 동시에 느끼고 의욕하는.
미적 영(Null)의 상태
문화 - 미적 문화가 해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실러에 있어서 인격은 사태의 확정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세계 안에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자신을 현상에다 가져다 놓는다. "어떤 특정의 규정된 상황에서의 인격은 인간의 현실사나 현실성을 통하여 존재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개념에서가 아니라 자유의 외적인 정황이나 우연적인 사용에서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실러의 미적 상황은 곧 자유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유의 일방적인 공략에 감성과 인격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일이 문화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가 예술의 역사를 예술이 인간 본성에 끼친 영향사로 이해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볼 때, 미와 문화는 인간 본성이 가지고 있는 여러 힘들을 조화롭도록 해주며 이것이 미적 문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