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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an 10. 2023

인물로 알아보는 고대 중국미학

공자, 맹자, 순자, 장자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흥어시, 립어예, 성어악
나는 시를 통하여 일어나고 예를 통하여 확립하고 음악을 통하여 완성했다. - 공자[태백泰伯]

서양미학에서 예술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이론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면 중국미학에서 가장 중심적인 문제는 도덕적 가치였다. 쾌락의 추구로 주나라가 망하는 것을 목격한 고대 중국인들은 감각적 쾌락의 추구와 통치계급의 기득권 유지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고, 예술적 과목이 인격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인간의 감각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공자

공자孔子 (B.C. 551 ~ B.C. 497), 중국

공자는 도덕적 가치인 인(仁, 어질 인)이 결여된 예술형식이란 아무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말한다. 예禮이든 악樂이든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이 인仁하지 않거나 예술의 내용이 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도덕적 기준에 의거하여 음악을 좋은음악과 나쁜음악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좋은음악을 아악, 나쁜음악을 정성이라고 일컬었다.

아악雅樂 : 임금을 찬미하는 전통의 제례악

정성鄭聲 : 남녀간의 연애를 노래했던 음악들

주나라의 질서가 날이 갈수록 문란해지던 때의 모습을 개탄하던 공자는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는 간사한 사람을 내쫓고 사태를 바로잡고자 하였다. 이러한 비판의 연장선에서 정성은 아악을 어지럽히는 원흉으로 신랄하게 지목되었다.


맹자

맹자孟子(B.C. 372 ~ B.C. 289), 중국

맹자는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이 맛있다고 느끼거나, 같은 음악을 듣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들의 감각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감각의 한계와 위험성을 직감했다. 감각적인 쾌락의 위험성을 일찍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신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세속화 되어가던 주나라 초기에 감각의 기능자체 역시 다분히 인간적인것으로 규정되고 있었다. 감각을 바라보는 시선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했다. 감각의 잘못된 흐름을 발견하는것도, 경계하는것도, 극복하는것도 오로지 인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이런 세속화의 경향이 계속되면서 맹자의 시대에는 음악이 고악과 신악으로 나누어졌고 세속음악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악 = 옛음악 = 제례음악

신악 = 새로운 음악 = 세속음악


순자

순자荀子(B.C. 298? ~ B.C. 238?), 중국
악자락야 樂者樂也 : 음악이란 즐거운 것이다.

순자때에 이르면 속악은 이미 당시 사회에 만연해있게 된다. 순자는 악론이라는 자신의 책에 첫 대목에서 음악을 '악자락야'라고 명쾌하고 자신있게 정의했다. 즐거움은 피할 수 없는 본능적 현상이며 음악은 반드시 그로부터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순자에게서 음악의 발생은 두 가지 원천을 가진다.

정情의 표출

여기서 말하는 정情이란 인간의 선천적인 감성능력을 말한다. 순자에게는 더이상 음악이나 춤의 몸짓이 절대자의 무서운 소리도 아니고 절대자의 존재를 증거하는 춤도 아니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정으로서의 즐거움이 표출될때 저절도 소리와 몸짓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곧 음악이 된다.

선왕先王의 제작

선왕이란 인간의 이성능력을 말한다. 후천적이거나 외래적인 이유로 생긴 능력이다. 정을 표출하는 음악이 선왕의 제작이념을 쫒음으로서 비로소 도덕적 가치를 구현한 올바른 음악을 실현하게 된다. 다시말해서 정만 표출하며 즐거움만 좆다가는 단지 쾌락에만 빠질 수 있다. 때문에 일부러라도 도덕적가치를 구현해내야 쾌와 도덕이 잘 조화를 이룬 좋은 예술이 된다. 결국 음악은 신만을 위하는 존재가 아니라 군자를 탄생하게 하는 수양의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장자

장자莊子(B.C. 369 ~ B.C. 289?), 중국

장자는 감각을 불신했던 노자를 계승하며 감각을 초월한 자연세계의 빛과 소리에 주목했다. 그는 감각을 초월함은 물론 언어마저 벗어나야한다고 말하며 자연자체의 무한한 소리와 모습을 더욱 값지게 받아들였다. 인간의 뒤에는 지배하는 절대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절대자는 작용 그 자체, 변화 그 자체 바로 그것이다. 진실의 세계에는 소리도 모습도 없다. 음악에서의 무성無聲(소리가 없음)의 의미에 관해서는 자신의 저서 [제물론]에서 말하고 있다.

“소문이라는 금(거문고)의 명수가 금을 타면, 거기에는 확실히 묘한 멜로디가 성립한다. 그러나 그의 손에 성립하는 멜로디 너머에는 그의 손에서 성립되지 않는 무한의 멜로디가 존재하고, 그의 멜로디는 그 무한인 멜로디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손으로는 타낼 수 없는 무한의 멜로디가 남아있다. 그의 손은 하나의 멜로디를 이룸으로써 무한의 멜로디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립을 없애고 모든 멜로디를 성립케 하려면 멜로디 없는 멜로디, 즉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다시말해서 금을 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장자 [제물론]


이미 고대 중국인들은 감각적 쾌락과 도덕적 가치가 갈등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고 결국 최상의 가치는 서로가 조화를 이룰때 구현된다는 점에서는 확고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와 선이라는 두 가치의 영역에 관해 분리하여 인식한 이후에도 오히려 더 끈끈해지면서 불가분의 관계 합일의 형태를 지향해서 계속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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