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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an 17. 2023

성어(成語)로 알아보는 고대 중국미학

성어 : 한자성어나 관용구

초병정(焦秉貞)의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 (출처 : 세계유교문화박물관)

공자성적도 : 중국 유학의 시조인 공자의 행적을 여러 장면으로 도해한 그림


성어악(成於樂)

시와 예에 더하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음악

주술적인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졌던 가악무는 세속화의 영향으로 인간 자신의 내면적인 정신능력을 함양하는 수단이 되었다. 자연스레 예술은 인격 형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공자가 말한 '시를 공부함으로써 일어나고 예를 통하여 확립하고 음악을 통하여 완성한다'라는 유교 전통의 미적 교육의 명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순자 또한 음악이 인간의 감정과 직결되고 인격의 완성에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

군자는 종이나 고(북)를 통하여 마음의 뜻을 선도(좋은 길로 올바르게 인도함)하고, 금(거문고)이나 슬(비파)을 통하여 마음을 즐겁게 한다. - 순자[악론樂論]

순자는 악기와 음악이 우주와 자연의 구조와 질서를 상징한다고 보았고, 이는 자연의 이치가 군자 인격수양의 궁극점이라고 암시하는 것과 같다.



문질빈빈(文質彬彬)

외견이 좋고 내용이 충실하여 잘 조화를 이른 상태를 이룸

공자는 군자를 설명할 때에도 문질빈빈을 중요시 여겼다. 예술미가 특출 나게 뛰어나다고 한들 내용이 선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질이 문보다 지나치면 조야하고, 문이 질보다 지나치면 번지르르하다. -공자[논어論語]



진선진미(盡善盡美)

착함과 아름다움을 다한다. 완전 무결함을 이르는 말

선해야 하는 것은 예술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까지도 포함된다.

선생께서는 소韶(평화집권)에 관하여 '미를 다하고 또 선을 다하였다' 하고, 무武(유혈집권)에 관하여 '미를 다하였으나 선을 다하지 못하였다'라고 하셨다. -공자[논어論語]

이 언급은 논어 연구자들에게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소는 평화 집권을 상징하는 악무를 말하고, 무는 유혈 집권을 상징하는 악무를 말한다. 따라서 미는 악무의 형식적인 미를 지칭하고 있게 된다.

미선상락美善相樂 : 미와 선이 서로 즐거워한다. - 순자[악론樂論]
사람들이 음악을 통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예를 닦아 행실이 완성되면, 세상의 살아가는 모습이 착하게 바뀌고 천하가 평화를 달성하게 되는 상태



낙이불음(樂而不淫)

 즐기기는 하나 음탕하지는 않게 한다. 즐거움의 도를 지나치지 않음을 뜻함

공자는 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서경]에 의하면 신과의 합일을 꿈꾸는 염원이 언어화되어 시가 되기 때문이다.

시는 뜻을 말하고, 노래는 그 말을 늘인 것이며, 소리는 그 늘인 것에 의거하고, 율은 소리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팔음이 지극히 어울리고, 서로 질서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면 신과 인간이 이로써 화합하게 된다. - 공자[서경書經]

노래와 음악이 되기도 하는 시는 정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효용성이 크다. 시를 통해 어떠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도리를 체득할 수도 있고, 자연환경을 이해하는 지식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시는 선을 넘게 되면 가정과 사회의 윤리를 해치게 되는 도덕의 문제로 직결된다. 작품에서 표현되는 남녀간의 연정이 절제를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때문에 작품의 창조나 감상이나 모두 적절한 심리적 태도와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때의 기준은 정서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가 연계되어 성립된다.  



유어예(游於藝)

예에서 노닌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지어도, 거어덕, 의어인, 유어예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고, 인에 의지하고, 육예에 노닐어라." - 공자[논어論語]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육예를 익히는 것이었다. 육예란 주나라에서 행해지던 6가지 교육과목이다.

예(禮, 예법)

악(樂, 음악)

사(射, 활)

어(御, 말타기)

서(書, 서예)

수(數, 수학)


입상진의(立象盡意)

형상을 세워 참뜻을 전달한다.
진실로 이치를 마음에서 얻어도
말이 아니면 펼 수가 없고,
사물을 말에 고정시켜도
이름이 아니면 구분할 수 없다.
구양건(歐陽建) [언진의론(言盡意論)]

언어는 참 불완전하다. 내 생각대로 말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전해질 때도 있고,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범위도 참 많기 때문이다. 유가(공자의 학파)에서는 정치의 책임으로 인해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언행일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말수가 적은 것 혹은 넌지시 말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하지만 언어가 아무리 불완전한 존재라고 해도 인간은 언어를 떠날 수 없다. 주역의 계사는 말로 뜻을 다 할 수 없다면 형상으로 뜻을 전달하라고 말한다.

공자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속뜻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書不盡言 言不盡意/서부진언 언부진의)
그렇다면 성인의 속뜻을 알 수 없단 말인가?
공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인은 상(象, 형상)을 세워서 속뜻을 다 표현하고, 괘(卦, 점괘)를 두어 참과 거짓을 모두 표현하고, 사(辭, 말씀)를 엮어 그 말을 다 표현하느니라.'
-  [주역(周易)·계사 상(系辭上)]-
사람의 도리란 노랫소리와 움직이고 정지하는 몸짓, 그리고 마음속 감정의 변화가 이것(음악과 춤)에서 모두 표현된다. - 순자[악론樂論]



득의망언(得意忘言)

뜻을 얻었거든 말을 잊어라.
인간은 모름지기 언어를 초월하여
이러한 진리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장자[제물론齊物論]


장자는 기본적으로 입상진의의 견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고자 하는 수단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그것은 그만 잊어버린다. 올가미는 토끼를 잡으려는 데 쓰는 도구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그것은 잊어버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언어, 문자란 마음속의 생생한 의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 수단인데, 그것도 의미 내용이 파악되고 나면 결국 잊혀진다. 내가 어디서 저 득도得道한 망언忘言의 인물을 만나 더불어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장자[외물外物]

장자에 의하면 언어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사물의 대략적이고 피상적인 부분이다. 그 본질은 의(意, 뜻 의)로만 체득이 가능하고, 진리는 언어를 떠나 있는 것이다. 진실의 작용은 형체가 없으며 마음으로 전해줄 뿐 언어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터득할 뿐 보이도록 나타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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