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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un 20. 2023

아폴론의 악기와 디오니소스의 악기

고대(3) - 그리스 악기

고대 그리스에는 어떤 악기를 사용했을까? 아무래도 오래전이라 간단한 악기만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두루두루 사용되었던 시기였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했던 악기는 리라, 키타라, 아울로스인데 그 외에도 (지금과 형태는 다르겠지만) 하프, 호른, 북, 심벌즈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오늘은 가장 인기 있었던 세 가지의 악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리라(Lyre)

리라는 아폴론의 악기이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ㅣ 출처: 네이버블로그

이 아폴론 맞다.(요즘애들은 이거 모르겠지..) 지금 다시 보니 아폴론이 항상 끼고 있는 게 리라였구나 싶다. 리라는 기원전 3,000년경(메소포타미아시기)부터 사용되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키타라와 함께 가장 신성한 악기로 여겨졌다. 리라를 배우는 것은 아테네 교육의 핵심이었고 남녀불문하고 모두 리라를 연주할 줄 알았다고 한다.

무사(무사이, 뮤즈 신)가 리라를 켜고 있는 모습 ㅣ 출처: 위키백과

리라는 하프의 원조 악기이기도 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손으로 줄을 튕겨 연주하는 듯 보이는데, 채 같은 도구로 튕겨서 연주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연주방식을 가진 악기를 ‘발현악기’라고 한다.) 리라의 종류는 5개의 현부터 15개의 현까지 다양했다고 하는데, 보통 7개의 현이 가장 흔했다. 참고로 현재 하프의 줄 개수는 보통 47개이다.

https://youtu.be/nmExqfKa1Uc

현대의 리라

위 영상은 현대의 리라이다. 고대의 기록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울림통의 재질이다. 영상의 리라는 몸통이 전부 나무로 되어있는데, 위의 아폴론 그림처럼 고대의 리라는 소가죽이 팽팽하게 쳐진 거북이 등껍질을 울림통으로 사용했다. 또한 영상에서는 왼손으로 악기를 지탱만 하고 있지만 고대에는 왼손을 더 다양하게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키타라(Kithara)

(외국인들은 키ㄸthㅏ라 라고 발음한다)

사포가 미틸레네의 아카에우스의 키타라 연주를 듣고 있다. ㅣ 출처: 위키백과

키타라는 기타의 조상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빅사이즈 리라이다.(ㅋㅋㅋ) 리라계열의 악기여서 그런지 역시 아폴론의 악기이고, 특히 조화, 절도의 그리스 이상을 나타내는 아폴론에 가장 적합한 악기로 평가되어 아폴론의 제전에서 최고의 지위를 가졌다고 한다. 리라와 흡사하지만 리라보다 발달했고 공명통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현의 수는 시대별로 다른데 5줄(기원전 8세기), 7줄(기원전 7세기), 11줄(기원전 5세기)로 점점 늘어났다.

https://youtu.be/6adj7Xoo9Us

키타라에 대해 설명해주는 영상(약 9분)

이 영상을 보면 리라보다 발달한 악기라는 것이 실감된다. 일단 악기가 커져 리라보다 음역대가 살짝 낮아졌다는 인식이 먼저 들고, 다양한 도구를 부착해서 비브라토처럼 음정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바쁘신 분들은 2분 23초, 3분 20초를 보면 된다.) 4분 40초경에는 도구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화음을 연주하기도 하고, 5분 14초경에는 하모닉스를 연주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아직 영상에 나오는 영어를 세세하게 해석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하모닉스는 당대 연주법이 아니라 현대의 이런 기법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울로스(Aulos)

아울로스는 디오니소스의 악기이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책임져'의 장본인
이사람은 오르페우스

태양, 교육처럼 똑바른 이미지의 아폴론과는 다르게, 디오니소스는 다산과 술의 신이다. 아폴론은 규격 있는, 딱딱한 이런 키워드가 떠오른다면 디오니소스는 오락, 유흥, 술 이런 키워드가 떠오른다. 정반대의 이미지라서 그런지 플라톤은 아울로스가 정서교육상 좋지 않은 악기라고 생각했다.

오른쪽의 사티로스가 아울로스를 불고 있다.

아울로스는 갈대 또는 줄기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관악기이다. 오른쪽의 사티로스가 관을 두 개 들고 불고 있는데 하나를 위아래로 움직인 모양을 표현한 게 아니라 진짜 두 개를 한꺼번에 불고 있는 모습이다. 더블리드를 사용해서 두 관의 리드를 깊게 물고 소리를 낸다.

리드란 관악기를 불 때 입에 끼워 진동을 내서 소리를 내게 만드는 얇은 막(나무막)을 뜻한다. 플루트는 리드가 없고, 클라리넷은 나무막이 한 개라서 홑리드, 겹리드는 나무막 두 개가 겹쳐있는 형태라서 더블리드라고 부른다.

아울로스는 오보에와 바순(파곳)의 선조인데, 현대의 두 악기 모두 더블리드를 사용한다. 연주회장에 방문해서 오보에 연주자가 입을 힘줘서 앙 다물고 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더블리드 악기를 소리 내는 방법이다.

https://youtu.be/6zVgCvTWVBY

현대의 아울로스 연주 영상 (약 4분)

아울로스에 대한 추측은 두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학자는 똑같이 생긴 두 악기를 한 번에 연주하면서 같은 음이 연주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주 미세한 음정차이를 가진 두 악기가 공명하면서 구슬픈 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런데 막상 아울로스를 재현해 보니 하나의 관이 높은음으로 선율을 연주하면서 다른 한 관은 저음 혹은 다른 선율을 연주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생겼다. 위의 영상은 후자의 예시를 적용한 사례이다.


음악경연대회

고대 그리스 시기에는 음악경연대회도 있었다. 아마 최초의 콩쿠르가 아닐까 싶다. (나를 포함한 주변 음악가들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냐며 절규하기도 했다ㅋㅋ) 독주악기로 사용되었던 아울로스와 키타라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이 경연대회는 기원전 5세기 이후 점점 대중화되었다. 경연을 위해 점점 더 화려한 모습과 연주를 갈망하다 보니, 음악은 더욱 복잡해지고 화려해졌다. (ㅠ)  전문 음악가도 점점 증가했고, 경연대회에서 명성을 얻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기보법(악보)이 있었지만, 그림에는 연주자들이 두루마리나 서판을 읽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음악을 주로 귀로 배우고 관습대로 연주했다는 뜻이다. 경연대회 영향으로 음악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음악이 외우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거나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알아본 몇 가지 이야기처럼 고대그리스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음악활동이 활발하게 있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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