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도르노의 현대음악 듣는 법
우리는 삶의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적절한 분석을 통해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나 부동산 혹은 주식에 투자를 할 때도 분석은 필수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음악에도 분석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음악가, 음악 이론가들이 음악을 분석해왔지만 내가 말하는 분석은 그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들도 감상과 동시에 분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감동을 주는 음악의 시대는 지났다. 현재의 음악을 듣고 공감하려면 적절한 분석이 필요하다.
감상하면서 머리 아픈 분석을 해야한다고?
생각만으로도 이미 질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걱정하지 말길. 투자처럼 이익을 위한 분석은 실패하면 나에게 손해로 돌아오지만, 청취자로서의 분석은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알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어차피 나만의 분석이 논문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그냥 여유롭고 즐겁게 분석하면 될 일이다.
'현대음악'이라고 칭해지는 음악들은 명확하지 않다. 작곡가들의 욕구가 수많은 갈래를 탄생시켰고 모든 곡은 각각 특별한 뜻을 가지고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진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청자들은 처음 마주치는 막연한 음악들에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 사실 접수 전의 판단으로부터 두려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자들에게 '분석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보길 권해본다. 그 태도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처음 겪는게 많은 어린아이처럼, 일단 관찰해보고 그냥 받아들여보기.
처음 마주친 이상한 음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으면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곤 한다. '느려지네'라고 생각한 그 순간! 그것이 바로 분석이다. 박자가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음정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거나, 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모두 음악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이도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부분이 변화하면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요소를 '매개변수'라고 부른다. 리듬, 선율, 화성, 움직임과 공간 등 음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매개변수에 포함된다.
하지만 시간예술인 음악에서 이 매개변수를 순간적으로 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자들은 자신이 감상할 음악에 대해서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내가 듣게 될 음악의 재료는 무엇인지, 작곡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혹은 그 시대에 어떤일이 있었길래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되었는지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주 작은 단서 하나조차도 음악 감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음악은 재미있는 퀴즈이다. 작곡가가 어떤 매개변수를 사용해서 시간을 꾸미고 있는지 맞춰보는 퀴즈.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오답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청자가 느끼는 것이 곧 정답이기 때문이다. 작곡가는 청자를 설득해보기도 하고 의견을 수용하기도 하며 한걸음 더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매력있는 현대음악에 관심을 가져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음악과 친해지도록 도와주는 선생이 되어보고자 한다. 취미를 시작할 때에도 기술 습득을 위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듯이, 새로운 음악에 즐거움을 얻기 위한 연습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자신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고, 쉽게 느껴진다고 해서 그 음악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도, 같은 작품 다른 연주도, 청자의 직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