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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ug 12. 2021

유리(遊離)의 체험

신입의 이직이란

회사를 다니며 줄곧 갈망한 삶이 있었다. 일상의 감각에서 자연스레 격리되는 것,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로운 것. 갑작스러운 경영권 이관 문제로 전 회사가 시끄러워진 직후, 이직을 결심했다. 다니면서 이직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내던지고 불확실성으로 몸을 던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군데의 기업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첫 시도에서 재 취준을 마감했다. 사실, 취업 준비를 해 본 적도 없지만 이토록 쉽게 이루어져도 될까 싶을 만큼 말도 안 되게 운이 따랐던 일이다.


새로운 회사의 계약서를 썼다. 원래 있었던 곳도 문과 치고 연봉이 낮은 편은 아니었으나 이곳의 신입 초봉은 기존 직장의 대리를 상회하는 곳이다. 삶에서 연봉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던 적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기존 직장 사람들은 "연봉이 줄어서 괜찮겠냐"는 물음을 던졌다. 왜 그렇게 민감해야 할 질문에 둔감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웃어넘겼다.

지쳐있었다. 신입치고 과분한 업무에 지쳐있었고 계속해서 책임이 늘어나는 상황이 못 견디게 괴로웠다. 3개월 영업을 하는 동안 이미 지쳐버렸고 폭언을 견디다가 마음은 누더기가 되었다. 그런 곳에서의 삶을 지속하다가는 내가 지워질 것 같았다. 매일 떠나는 상상을 했다. 이곳에서 사직서를 내고 차라리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는 상상.



평소와 다른 침대에서 잔다는 것

평소와 다른 침대에서 글을 쓰는 이 느낌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직 사이의 텀은 고작 2일밖에 없지만 그것마저도 소중하다. 낯선 침대에서 잠드는 상상을 줄곧 해왔던 내게, 지금의 순간은 기쁨으로 충만한 기록이다.

낯선 동네의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는 상상을 한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은 생각보다 더 충만하다. 스피커 하나와 핸드폰을 들고 내려가면 그곳이 곧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계획이란 책을 읽다가 안온함에 치여 잠드는 것이다. 현재의 기분을 기록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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