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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22. 2023

내 사업의 방향성을 회고하며

'천 원을 경영하라'를 읽고

어릴 적보다 나아졌긴 하지만, 나는 베스트셀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뻔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책 또한 같은 연유에서 볼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신화화 한, 그저 그런 책일 것이라고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은 그런 내 생각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이소'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박정부 회장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서 얼마나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는지 알게 된 탓이다. 밀리의 서재에 이런 좋은 책이 있었음에 감사하며 독서논술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읽자고 제안해 준 학생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항상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되고, 그것을 다시 나의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챕터 소개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챕터인 '열정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파트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박정부 회장이 겪었던 고뇌가 나온다. 그 또한 회사에서 떠밀리듯 나오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 사업을 해야 하던 처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몸으로 직접 부딪혀가며 사업을 일구기 위해 애

썼던 과정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두 번째 챕터인 '본질만 남기고 다 버려라' 파트에서는 일본과의 협력 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에 다이소를 만들고, 매장을 키워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파트는 97년 IMF 외환위기에 힘입어 확장해 나가던 다이소의 이야기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챕터 '천 원짜리 품질은 없다'에서는 다이소의 가치를 확립하기까지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싸구려 물건을 판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성비 좋은 물건을 파는 브랜드로 굳건해지기까지의 과정이 나와 있어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


경영철학의 중요성

출근 전 카페에서. 손으로 적는 것이 더 깊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은 '자영업' 수준에 머물러있기는 하지만 나 또한 내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처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쉬는 연휴에도 일을 확장시킬 방법을 고민하느라 책을 읽고 있는 거겠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가격은 저렴하더라도 품질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나의 사업모델이 판매하는 것은 '교육서비스'이다. 고객들은 무형의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효익을 얻기를 희망하며 내게 돈을 지불한다.


처음에는 '가성비 전략'으로 가고자 했었다. 내가 어릴 때에 사교육비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일해야 했고, 하루에 10시간씩 수업하다 보니 이동시간을 빼고 나면 사실상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남지 않았다. 결국 일은 일대로 오래 하는데 정작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리 좋지 않은 상태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에 하던 수업은 원래 가격을 유지하되, 이후 잡는 수업들은 시장가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다. 대신 수업 준비에 시간을 더욱 많이 쏟기 시작했다. 학생들, 학부모님들이 '지불한 비용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라고 느끼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사고는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좋았으면 좋겠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박정부 회장이 1000원짜리 상품에서 시작하여 2000원, 3000원, 5000원까지 가격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한 것을 보면서 무작정 저가 정책만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본다면 좋지 않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 내게, 정말 보석 같은 책이었다. 아래에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정리해 두었다.




Part1. 열정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돌이켜보니 창업하고 나서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도 죽을힘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사표를 내며 ‘내게 아직 열정이라는 게 남아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물론 20대의 거침없는 열정과는 다를 것이다. 자식과 가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감,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라는 그런 생각들이 내 앞에 놓인 일에 ‘초집중’하게 만들었다. 참 신기한 것은 집중하면 할수록, 그리고 간절할수록 더 크고 대단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더 간절한 쪽으로 에너지가 모이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싶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흔히 아성다이소의 성공요인을 상품 개발력과 소싱 능력이라고들 하는데, 아마도 그때 그토록 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일 것이다. 미국에서 익힌 유통구조와 상품개발 과정, 스페인에서 본 저가상품의 소비패턴과 다양한 샘플제품들, 그리고 중국에서 찾아다닌 생산라인들…. 그 시간이 숙성되어 나온 성과가 아닐까?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덩달아 우리도 다른 거래처는 신경 쓸 틈이 없을 만큼 바빠졌다. 비로소 보따리 장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무역업체의 규모를 갖게 되었지만, 회사의 가파른 성장만큼이나 나의 불안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다이소산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업모델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하지만 난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균일가 사업에서 물류센터야말로 성장을 위한 ‘탈피’ 역할을 해주지 않았던가. 미래는 예측할 대상이 아니고 선택할 대상이다. 과거의 껍데기에서 벗어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선점해야 한다. 부산허브센터는 2025년까지 물류역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고객을 위한 투자, 즉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한 투자였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끊임이 없고 멈춤이 없어야 가능한 일

사업이란, 자전거와 헬리콥터를 타는 일과 같다.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하려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 기업이 하나의 자전거라면 회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커다란 자전거에 올라타서 함께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자전거는 얼마 가지 못해서 넘어지고 말 것이다.

사업은 때로는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헬리콥터를 타는 일처럼 급박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자전거처럼 헬리콥터 역시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프로펠러가 돌아가야 한다. 자전거 페달을 멈추면 잠깐 넘어지는 것에 그치지만,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멈추면 모두가 추락하고 만다.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자전거와 헬리콥터. 한일맨파워에서 시작해 아성다이소까지 오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자전거의 페달과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것 같은 삶을 살아왔다. 한순간이라도 멈추었다가는 곧바로 넘어지고 추락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Part2. 본질만 남기고 다 버려라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판매가격을 먼저 결정한 후 어떻게든 상품을 개발했다. 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 혹은 신데렐라 언니가 신데렐라 구두에 발을 맞추는 것과 같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이처럼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품까지 잘 구성해 두는 것도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안 팔린다고 해서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투자를 해서 효과를 본 셈이다. 꽃이 열매를 맺는 데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현재 팔림세가 좋지 않더라도 단종시키지 말고 꾸준히 구색을 갖추면 고객의 눈에 드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그 시간을 준비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다이소에 가면 다 있을 거야’라는 고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단 한 분이 찾을지 모르는 상품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소 매장에는 시멘트 1kg 포대, 안전장갑, 지주대, 낫, 호미처럼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품들이 많다.

학생은 학생으로서의 생활이, 주부는 주부로서의 생활이 있다. 각자 생활의 방식이나 영역은 다르지만, 필요한 생활용품만큼은 다이소에 모두 구비해 놓겠다는 조금은 방대한 야심이다. 주위에서 타깃 고객이 너무 폭넓은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며 묻는다. 그 많은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타깃은 성별이나 나이가 아닌 ‘라이프’다. 우리의 목표는 ‘가성비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그러고 보면 부가가치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자료에서 보니, 성공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했던 대부분의 기업은 생각처럼 소위 유망 업종이나 첨단산업에 투자한 기업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단일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그 자료를 보며 언뜻 그 일이 떠올랐다. 나도 한때 외도를 꿈꾼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했다. 그 후 건설 관련 사업은 모두 정리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예기치 않았던 첫 외도는 이렇게 대실패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결국,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다져놓은 일로 다시 돌아와 보니 알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일에서 막연하게 성공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다.

실패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한눈팔지 않고 우리만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 좌우명이 되었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Part3. 천 원짜리 품질은 없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이유를 답으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제는 늘 일어나기 마련이고, 안 되는 이유 역시 넘치도록 많다. 일을 일로써 풀어내는 것이 바로 위의 경우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번 더 고민하고 풀어낼 수 있는 조직력이 필요하다. 안 되는 일은 포기하고 되는 일만 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유로 답하지 마라. 이유를 대면서 문제가 생긴 순간을 넘어가려고 하지 마라. 이것은 일을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유가 답이 되는 변명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의 답은 문제해결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 천 원을 경영하라, 박정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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