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 밤에도 글을 쓰려고 집 앞 카페에 갔다가 소식을 들었다. 각별한 애정이 없었는데도 충격적이었다. 한 살 차이가 나는 또래였기 때문일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떠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기사만 찾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친구들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다. 소식 들었냐고, 힘들면 꼭 말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며칠 동안은 지난 몇 년간 잠깐씩 봤던 종현이 떠올랐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빛내던, 과하게 느껴질 만큼 진지하게 말하던 모습이었다. TV 속 그는 마치 모든 걸 가진 것처럼, 적어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이룬 성취 못지않게 큰 가능성을 품고 있던 고인을 생각할수록 황망했다.
당연하게도 세상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SNS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글 사이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목표를 이루는 효과적인 방법’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평소에 종종 쓰는 종류의 글이었는데도 제목조차 보기가 힘들었다. 문득 ‘종현이 떠나기 직전 이런 글들을 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시간에도 종현처럼 홀로 힘들어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매일 우리는 성공하는 법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은 실패해도 큰 일 나지 않는다고. 성패는 좋은 삶, 아름다운 삶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행복과 전혀 상관없다고.
또, 너의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가볍다고 여겨진다고 해서 너의 힘듦조차 가벼운 건 아니라고.
다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 중 하나인 자기 자신이 싫어지고 견딜 수 없을 때는 세상 밖으로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왜냐하면, 너는 결코 싫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니까. 네가 어떤 사람이든 말이다.”
말해주고 싶었다.
더 잘해보자고, 목표와 꿈을 이뤄보자고 말하는 글 사이에서 실패해도 괜찮다고, 무언가를 더 잘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고 말하는 글이 있었으면 했다. 내 글을 한 편쯤 보태고 싶었다.
도대체 인생이란 뭘까. 올해 이 질문만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점점 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아주 잘 알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도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사실. 힘내라는 말 대신 이만하면 됐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진심이다.
우린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