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쓰고, 읽는 일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쓰거나 읽지는 못해도 지금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지속하고 싶은 일이다.
나는 쓰는 사람, 읽는 사람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주저되는 이유는 그것으로 정식 계약을 하거나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수익은 없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일 뿐.
그런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도 된다면 내 직업은 이미 작가인 걸까?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은 나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활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최근에는 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지면서 본가에 내려가야했다.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터질 때마다 제일 먼저 뒤로 밀려나는 일은 글쓰기와 독서다. 겨우 숨을 돌릴 틈이 나면 간신히 가져온 책을 펼쳐 한 두장을 읽어보지만 그것마저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덮는다.
에세이레터로 연재하기로 한 글만 겨우 마감하고, 다른 것은 손도 대지 못했다.
그렇게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일로 밀려나는 그 일들에게 미안했다.
감정과 정신은 온통 소진되어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저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당장 돈도 안 되는데.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앉아 노인을 간병하고,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해주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고, 택시를 운전하고, 죽을 만들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그 모든 노동을 보며 내가 부끄러워졌다.
내 글이 어떻게 사회에 쓰일 수 있을지. 그럴 가치는 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행위는 한가하고 여유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지금은 고작 나를 계속 살게 해주는 일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글과 작품도 누군가에겐 삶을 살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런 것을 어떻게든 만들고 싶어서 이 일을 계속하기로 했는데. 종종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은 갈수록 글을 읽지 않는 것만 같고 나도 시간낭비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그러나 정말 그런 것 같아? 내 삶에서 읽기와 쓰기를 빼면 어떤 것이 남을 것 같냐고 했을 때는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쩌면 많은 숭고한 노동 중에 하나처럼, 그 일도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또 하루를 더 살아보자고 마음 먹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읽고 쓰는 일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의심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믿기로 했다. 그것만이 소중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