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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sil Blossom Jun 26. 2020

첫 글

언제나 첫 글처럼 너에게 가겠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고 처음 발행하게 된 글은 우리家한식 공모전의 출품작이다. 이렇게 뜬금없이 비빔국수 이야기로 나의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 브런치 작가가 된 이야기를 찾아보면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자의로 혹은 주변인의 권유로 신청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다수이다. 나는 이전에 구글 검색을 통해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브런치 상의 글들을 몇 차례 읽어본 적이 있었으나 글 발행과 관련한 작가 시스템의 존재는 알지 못하였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와 소비하는 주체로 나눌 때, 나는 주로 소비 성향이 강하고 온라인 상에서는 보수적인 편이라, 소셜 네트워크라고는 카카오톡이 전부 인, 심지어 카톡도 귀찮아라 하는 SNS 미니멀리스트였다.


이런 내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브런치였다.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른 그날도 역시 난 구글을 검색하며 배회 중이었다. 아쉽게도 어느 작가님의 글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클릭하여 이동한 페이지 속에서 글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한식과 가족을 주제로 그려낸 작품을 뽑는다는 홍보 배너였다. 이는 브런치와 인연의 시작이 되어 주었다.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인 이동욱이 전생의 짝이었던 유인나의 손을 잡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 나는 모양과 같았다. 쓰고 싶은 주제와 대략적인 내용이 재빠르게 머리에 스쳤다. 무조건 이 공모전에 참가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작가 자격을 갖춘 자만이 출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작가가 되기로!



저 결심했어요. 맘먹었어요 제가. 저 작가 할게요. 사랑해요 브런치 ><



작가가 되어 공모전 참가하기, 공모전 참가를 위해 작가 되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있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는 잊고 살았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아마 중학생때 였을 것이다. 드라마 보는 낙으로 살았던 나는 참신하고 정신을 홀딱 빼놓는 K-drama의 소재와 연출들 사이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한 편이 두 편 되고, 두 편이 세 편 되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드라마만 줄기 차게 봤었다. 엄마는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보라며 닦달을 하셨고 학교에선 장래 희망을 연신 궁금해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적어 냈다.

취미: 드라마 보기, 장래 희망: 방송 작가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지 못한 내 장래 희망은 바람 따라 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결국 졸업 이후 자연스레 글쓰기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지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내 타이핑은 브런치로 인해 작가라는 꽃을 피우게 되었다.


나는 흥미로운 일이 있으면 일단 입 밖으로 꺼내고 보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글 꽤나 쓴다는 사람들이 모인 플랫폼의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는 이 흥미진진한 사실을 감추고 있을 순 없었다. 이건 특별할 것 없는 잔잔한 일상에서 건져낸 월척이었다. 아빠는 내가 가진 능력 중 글 쓰는 게 최고라며 글쓰기가 체질이라 하셨다. 어렸을 적 썼던 일기로 동네 아주머니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야기부터 작가로 성공하게 될 10년 후의 김칫국까지 우리는 자정이 넘도록 떠들어댔다. 이제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이작가로 불린다. 이작가는 그날 밤을 꼴딱 새웠다고 한다. 무릇 작가는 글 생각에 밤을 새우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브런치 작가 신청 시 적었던 자기소개처럼 '많은 공감을 얻고 통찰력을 공유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첫 다짐이 변치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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