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나이와 부부의 직장문제, 경제적 여건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의 시기를 판단했을 때, 뉴질랜드로 떠나기까지 우리 가족에게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짧지 않은 그 기간 동안 가장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언어' 준비였다.
특히나 나는 현지에서 1년 과정의 대학원과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영어에 대한 부담은클 수밖에 없었다.
내 영어 수준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학창 시절 내내 시험용 영어를 주야장천 공부했으나, 정작 입밖으로는 문장하나 뱉지 못하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었기에, 나는 꽤 긴 시간을 영어공부에 쏟아야만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또 한편, 주어진 2년이 꽤나 길게 느껴졌을뿐더러, 만일 언어가 해결안 되면 외국행은 그냥 포기해야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기에, 그다지 절박하게 공부에 매달리겠다는 결심은 또 없었다. 사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의 바탕에는,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는, 본인 스스로도 너무 잘 아는 기질과 성격이 깔려있었다. 내가 나의 작심 3일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그 당시 꽤 유명하던 팟캐스트를 통해 시작된 영어공부는, 기나긴 출퇴근 시간과 맞물려 일상의 루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렇게 내 영어공부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전혀 돈이 들지 않은 영어공부방식이었다. 그 당시 내 영어 관련 루틴은 이랬다.
1) 아침, 저녁 출퇴근 시 영어 팟캐스트 청취(주 5일 2시간 정도)
2) 출근 후 근무 전 EBS 영문법 강의시청(20~30분)
3) 점심시간 EBS 영작 공부 (20~30분)
4) 문장, 단어 외우기, 관련블로그 찾아 공부(틈틈이)
보다시피 돈도 전혀 안 들인 별거 아닌 루틴이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도 별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하루, 한 달, 여섯 달, 일 년.. 기간이 길어지자 내 영어실력도 같이 늘어났다. (역시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 한 문장, 두 문장 이 입에서 나오고, 영어로 글도 쓸 수 있게 되자, 더더욱 자신감이 생기고,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그 자신감을 토대로, 영어시험 IELTS도 치르고, 유학을 하게 될 학교 테스트에도 임하게 되었으며, 외국살이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외국 대학원에서 1년 과정도 무사히 마치고(심지어 한국의 학부시절보다 높은 성적으로 수료), 현지기업과 잡인터뷰도 하고, 아이들 학교와 소통도 하고, 현지생활도 무사히 마쳤으니, 내 영어공부의 결과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슬픈 현실은 한국에 돌아온 후 내 영어실력 수준도 형편없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