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교육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은 누구나 짐작하듯 '영어'다. 몇십에서부터 몇백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기간도 참 길다. 영유부터 시작한다 치면 (대입 전까지) 학원비로만 몇천이 들것이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어학연수까지 간다 치면, 그 비용은.. 참 크다..
가정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뿐더러, 그렇다고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반드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처음 뉴질랜드로 넘어갔을 때, 큰애는 한국기준 초1(한글은 알지만, 영어는 알파벳만 아는 상태)였고, 둘째는 5살로 영어는커녕 한글도 모르는 상태였다. 생각해 보면 참무모했으나, 또 용감하게도 애들은 무조건 잘 적응하리라자신했었다.그리고 (너무도 짠하고 맘 아픈 여러 사연들이 있었으나) 역시나 고맙게도, 2년 후 두 아이는 현지언어에 너무 잘 적응해 주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4년이 지났음에도 그 자산(?)은 잘 지키고 있는 중이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4가지 영역(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중 '말하기'는 퇴보한 것이 맞다. 언어환경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 부분을 유지하려면 역시 사교육비가 들어가야 하기에 과감히 유지를 포기했다. 그 이유는 경험상 '말하기'는 환경이 주어지면(다른 3 영역을 잘 지키고 있는 한) 다시 금방 실력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굳이 유지한다고 해봤자 당장 그 능력(?)을 써먹을 기회도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당시 체크해 본 아이들의 (한국기준) 영어실력은, 큰애(당시 초4)가 고1 수준, 작은애(당시 초1)가 중2 수준이었으므로 두 아이 모두 영어사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았다. 원어민들은 잘 모르는 한국식 영문법이 조금 걱정되었으나, 그 역시 초등에서는 필요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마찬가지로 두 아이 모두 영어사교육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중학생이 된 큰애를 위해 영문법과 Teps문제집 정도만 구매하였다. 말하기를 제외한 영역들은 돈이 들지 않는 나름의 방법으로 곧잘 유지하고 있다. (듣기는 본인이 흥미 있는 분야의 영어 유튜브 영상으로, 읽기는 영어원서로, 쓰기는 에세이와 일기 등으로..)
부모마다 삶의 가치관이나 중요도를 두는 부분이 모두 다를 수 있기에, 당연히 무엇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순 없다.
단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즐겁게 언어를 받아들이고 익히며,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왜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하는지, 또 어떤 점들이 좋은지를 스스로 느끼고 체험하게 되면, 한국에서 수백만 원씩 써가며 10년을 넘게 영어공부라는 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보다 훨씬 행복하게, (돈 안 들이고)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데 확신이 있다.
물론,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뉴질랜드에서의 체류비용을 영어교육비로 표현하고 싶다면, 굳이 반발은 안 하겠다. 그 또한 적은 비용이 아님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영어'를 위한 비용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평생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끈끈하며 가장 뭉쳐있었던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의 대가'였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름으로써 지금 우리 가족의 삶은 너무 만족스럽고, 구성원 각자 느끼는 행복도 또한 상당히 크다. 그 시간들로 인해 아이들과 부모의 사이, 형제간의 사이, 부부간의 사이가 돈독해졌고,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졌다. 더하여, 타국에서 느끼는 미묘한 인종주의, 애국심, 다양한 인종, 문화와의 만남 등등은 한낱 영어교육이라는 단어로는 다 포함할 수 없는 큰 교훈과 경험들을 안겨주었다.
결국, 현시점에서 한국의 대입을 위한 영어시험은 (일정 수준만 넘기면 되는) '절대평가'이기에 앞으로도 아이들의 (도서구입비 제외) 영어사교육비는 들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 영어를 '지겨운 공부'가 아닌 단순히 내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나의 다른 능력'으로 받아들인 아이들 이기에 앞으로 적어도 우리 가족 안에서 영어스트레스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