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 Aug 20. 2022

우리 이야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지친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에 모여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위로받으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이웃들의 블로그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작년에 한동안 많은 분들이 리뷰를 올리고 좋다고 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사실 밀리의 서재 첫 화면에 자주 뜨는 걸 보고 '광고를 참 많이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정말 책이 좋아서 많은 이들이 입소문을 낸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알고 보니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데,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휴남동 서점' 주인 영주. 대기업을 퇴사하고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에 서점을 연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의욕 없이 서점에 앉아 손님 맞을 생각도 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영주의 우울한 모습에 이내 방문이 뜸해졌다. 자신의 개인 공간인 듯한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지친 마음을 달랜 영주는 서점 오픈 몇 개월 뒤, 힘을 내어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서점을 오픈한 뒤 꾸준히 찾아오는 민철 엄마 희주, 바리스타 민준, 만사가 귀찮은 고등학생 민철, 로스팅 업체 고트빈 대표 지미, 서점에서 뜨개질을 하는 정서, 작가 승우 등 '휴남동 서점'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가 드러나며 서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를 통해 위로받는 이들이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조금만 많아져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의욕 없는 고등학생과 아이 엄마의 고민, 독서모임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엄마들, 취업만을 목표로 내달리다가 내려놓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시간을 누리는 사람, 과도한 업무에 번아웃이 와서 서점을 안식처 삼아 뜨개질을 하는 사람, 직장 생활을 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작가가 된 사람 등 주변에서 들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가까운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좋아하는 책과 동네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개도 흥미로웠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설정들이 '휴남동 서점'을 실제 존재하는 공간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점을 알리고 이벤트를 여는 모습, 북토크, 독서모임 등이 그렇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휴남동 서점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영주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할 때마다 책 제목을 기록하고 휴남동 서점에 찾아가 구입하고 싶었다. 민준의 커피 맛도 궁금하고.


언젠가 서점을 운영하게 된다면 '휴남동 서점' 같으면 좋겠다. 조용한 동네의 골목길에 위치하고, 전문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 서점. 의아했던 것은 '수입이 없는 초기에 어떻게 바리스타를 고용할 수 있었을까..'다. 바리스타 월급을 주고도 수익이 났던 건가. 그에 대한 것은 끝까지 의문을 풀 수가 없었다.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소설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라면 좀 슬플 것 같다.


우리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충분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질만한 따뜻한 책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지쳐 위로받고 싶은 사람, 책과 동네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 요즘 사람들의 고민이 궁금한 사람, 마음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미괄식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