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두괄식이기보다 미괄식인 인간이었다. 이를테면 ㅇㅇㅇ가 되고 싶다, ㅇㅇㅇ가 되어야겠다, 같은 목표를 첫 문장으로 두고 그에 맞춰 정진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흥미와 처한 상황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연들을 따라서 시간의 보폭대로 걷다가 'ㅇㅇㅇ가 되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맞닥뜨리곤 하는 식이었다. 미괄식의 나쁜 점은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인지 종종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남에게만 그렇게 보이면 모르겠는데, 내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척 피곤해진다.
<다정소감>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