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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an 30. 2021

2020년 쓰기의 역사, 그리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지구불시착(공릉동 독립서점)에서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참석을 할지 말지 꽤 망설였다. 이미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주 1회)이 있고, 2월까지는 화목토에 학원 알바를 가야 하기 때문에 수요일 저녁 시간을 뚝 떼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지를 본 순간부터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신청했다. 평일 저녁에 잠깐 글을 쓴다고 다른 일정에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요즘 나는 너무너무 글을 쓰고 싶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미작, 서평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매글(매일 글쓰기), 내 글에서 빛이 나요’이다.


미작’은 작년 1월에 시작한 글쓰기 모임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제출한 뒤 모여서 합평하는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장르나 주제에 상관없이 글을 쓴다. 일 년 동안 성실하게 참여하면서 에세이, 독후감, 소설, 동화 등에 도전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이 너무 낯설고 두려웠다. 글은 참 신기해서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곳곳에서 내가 드러난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를 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그런 내가 꾸준히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던 건, 미작의 힘이 매우 크다. 미작은 참 포근한 곳이다.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리더가 진행하는 곳이라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었고, 멤버들 모두가 진지하게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해 준다. 망했다고 생각하고 겨우 글을 제출한 날에도 신기하게 내 글의 장점을 찾아 예쁜 말로 전해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만 들리던 칭찬들이 차곡차곡 내 안에 쌓여 자신감을 키워줬다. 덕분에 꾸준히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지금은 ‘지구불시착’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서평으로 시작하는 글쓰기’는 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나누는 모임이다. 두 달에 한 편의 글을 쓴다. 미작에서 글을 쓰면서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차츰 편해졌는데 서평은 쓸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두려웠다. 책을 요약하는 것도 어렵고 거기에 내 생각을 더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서평에 대한 고민이 쌓이던 즈음에 모임이 개설되어 신청했다.


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한 달간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고 3주 뒤에 서평을 제출한다. 일주일마다 글을 쓰던 패턴에서 벗어나 느린 호흡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이 모임 덕분에 서평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매글’은 블로그에서 함께 할 멤버를 모집해서 진행하고 있는 ‘매일 글쓰기’ 모임이다. 모임 첫날에 각자가 2주간 쓸 주제를 정해서 공유하고 9편의 글을 쓴다. 주제도 분량도 형식도 자기 마음이다. 이 모임의 목적은 오로지 매일 글 쓰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하루키처럼. 조정래 작가처럼.


꾸준히 쓰고 싶어서 여러 모임에 참여하지만 모임이 끝나면 글을 쓰지 않게 된다. 보다 나은 글을 쓰려면 다양한 모임에서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임이 아니라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오로지 ‘매일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모임.


내 글에서 빛이 나요’는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SNS에 업로드한 뒤 멤버들끼리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모임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을 정성껏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전한 미작(글쓰기 모임)에서 글을 나누면서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궁금해졌다. 미작 멤버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글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그래서 신청했고 1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모임을 통해 글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미작을 마음의 안정망으로 삼고 조금씩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오늘 지구불시착에 도착했다.


글이다클럽’이라는 이름의 지구불시착 모임은 글을 미리 써서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인 자리에서 글을 쓰고 나눈다. 글쓰기 멤버의 동네 서점에 이런 형태의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참여하게 되다니.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어떨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엄청 재밌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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