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쓰는 공간은 식탁이다. 아버지가 결혼을 축하하며 선물해 준, 원목으로 된 2인용이다. 결혼할 때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최소의 비용을 들였다. 특히 가구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취향도 없어서 대충 싼 것을 살 예정이었다. 아버지가 가구를 선물하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가구점에 갔다가 원목으로 된 것이 무척 마음에 들어 고민하지 않고 구입했다.
몸에 좋은 나무라고 했는데 어떤 나무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세세한 것들을 잘 잊어버린다. 기억하고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이러저러한 나무라서 몸에 좋다고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을 텐데. 과거를 교훈 삼아 꾸준히 기록해야지.
두툼한 원목으로 제작된 식탁은 일반적인 2인용 식탁보다 넓고 4인용 보다 좁다. 식탁이지만 책상처럼 상판 아래 공간이 있어서 작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가구점 사장님이 책상으로 써도 좋다고 하셨다. 가족이 늘어나서 더 넓은 식탁이 필요해지면 책상으로 쓰려고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4인용 식탁은 필요가 없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나는 자연에서 평안함을 느낀다.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집 주변에는 마트나 미술관 등 공공시설이 많았지만 4차선 도로 곁이라 시끄럽고, 나무가 별로 없어서인지 안정감이 적었다. 초안산 곁에 있는 지금 동네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중랑천 옆이라 좋다. 나무와 중랑천을 매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식탁에 앉아 있을 때도 나무라 그런지 괜히 편안하다. 식탁과 화장대, 침대가 모두 같은 원목이라 가끔 집안을 둘러보면 나무로 둘러싸인 기분이 든다. 수리를 받을 일이 있어서 파주공장에서 수리 기사가 왔다가 신혼부부가 어떻게 이런 가구를 선택했냐며 신기해했다. 원목은 무겁고 상처를 잘 받아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이 구입한단다. 신혼부부는 변화(이사, 출산 등)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가구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하긴.. 보통의 식탁보다 무겁고, 쉽게 상처가 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무거운 만큼 묵직한 안정감이 있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만큼 애정이 쌓인다. 그 식탁에서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편안함을 주는 이 공간에서 올해 200여 편의 글을 쓰고 싶다. 글 쓰는 삶의 목격자가 되어 줄 내 공간, 내 나무.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