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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May 21. 2021

일일 만원의 행복 식비 챌린지

요리를 즐길 수 있을까

나는 요린이다. 실은 요리를 싫어했다. 자취할 때도 주로 사 먹었고, 결혼한 뒤에도 2인 가구는 '집에서 해 먹나 사 먹나 식비가 비슷하다'는 핑계로 외식을 선호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배달 음식을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며칠 먹으면 질렸고, 가끔 조리 상태가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실망했다.


그랬던 내가 요리에, 정확히 말하면 집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운동만큼 음식도 중요하다'는 주장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 한편에는 '이거 건강에 참.. 안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잔뜩 쌓이는 것도 불편했고.


또 하나의 이유는 '식비 절감'이다. 매일 최소 한 끼는 사 먹다 보니 식비 지출이 어마어마했다. 엥겔지수가 매우 매우 높은 상태. 간단한 집밥 레시피를 제공해 주면서 멤버들과 함께 인증하는 형태의 모임에 참가하려고 정보를 수집했지만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없었다. 요린이인 내가 같이 하기에는 너무 거창해 보였다. 특히 매일 레시피대로 집밥을 먹고 사진으로 인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산만큼 커졌다. 집밥에 대한 열망은 큰데 모임에 들어가긴 두려운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이웃 TamTam 님의 블로그에 '만원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음식 사진이 올라오고, 간단한 레시피도 있어서 눈여겨보았다. 무엇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만원의 행복'에 대해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겼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혹시 함께 하겠냐고 하셨다. 어머! 이게 웬일!!


5주 진행, 회비 없음, 매끼 식사(간식 포함) 사진 인증, 매일 저녁 통장 인증(5주 시작 전에 미리 전용 통장을 만들어 40만 원을 입금해 놓고 지출할 때마다 이체하는 방식), 자유롭게 레시피 공유, 지인 찬스 가능, 각자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식비를 절약하자는 가벼운 마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일일 만원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냉장고를 텅텅 비워봤다'라는 그녀의 말이 가장 솔깃했다.  

2021년 5월 3일 ~ 5월 11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일 만 원의 행복 식비 챌린지' 9일 차다.


5주 식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외식 대신 집밥을 먹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냉장고 구석에 숨어 있던 식재료를 찾아 간단한 반찬을 해 먹기도 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식재료를 쌓아 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통기한을 훌쩍 넘겨 버리는 음식도 많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유통기한이 3일 지난 김밥용 단무지와 우엉 볶음을 발견해서 김밥을 해 먹었고, 남은 단무지는 모임에서 알려준 레시피로 밑반찬을 만들었다. 며칠 뒤에는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떡볶이를 찾아냈고,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냉동새우도 볶았다. 갈비탕에 국수를 삶아 먹기도 하고 어묵볶음을 해 먹었다.


어묵은 떡볶이와 함께 볶거나, 어묵탕용을 구입해 끓이기만 하던 나에게 어묵볶음은 굉장한 변화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요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요리하는 시간은 아깝다'라는 깊은 믿음이 깨졌다는 점이다. 간단한 밑반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요리를 귀찮아하고 피했기 때문에 더 하기 싫어졌던 것 같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있다. 식사 때 나 자신을 좀 더 배려하게 된다. 예전이었다면 국에 밥을 말아 대충 먹었을 텐데, 사진 인증을 위해 계란 프라이라도 해서 깔끔하게 차려 먹는다. 처음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시작한 식탁 차리기가 시간이 갈수록 나를 위한 시간이 되고 있다. 대충 먹지 않기, 혼자 먹을 때도 꼭 차려 먹기. 식비 챌린지에서 의외로 얻게 된 큰 소득이다.


이제 2/3 남았다. 지금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기간도 잘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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