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 May 15. 2021

그래서 돈은 어디로

‘도지 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식 화폐다. ‘doge’라는 명칭은 dog에 알파벳 e를 붙인 것이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급등했고, 현재는 시가총액 70조가 넘는다. 장난으로 만들어진 코인도 거래가 되다니.


요즘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1분기에만 2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가상 화폐 하루 거래량은 20조 원을 넘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량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직접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돈이 몰리는 곳은 모든 이의 관심을 받는다.


2015년 결혼하면서 매달 10~30만 원씩 적금을 붓듯 주식에 투자했었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기업의 주식을 사면서 별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다. 적금보다 나은 수익률을 얻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아는 것 없이 주식을 사 모았으니 투자가 아니라 투기인지도.     


당시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동산 강의도 몇 개 들었다. 경매, 빌라 월세 투자, 아파트, 재개발 등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어느 누구도 쉽게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나는 요행을 바랐다. 적은 돈으로 집을 사서 오르면 팔고, 다시 집을 사서 팔고. 치열하게 공부할 생각보다는 고급 정보를 얻어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런 요행은 생기지 않았지만.     


5~10만 원의 수익을 위해 어마어마하게 공부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투자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당시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태도(부동산은 정보를 가진 자들이 하는 투기, 주식은 도박)는 그 시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친구와 함께 주식 관련 책을 읽고 남편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엄청나게 많은 주식 관련 영상이 있다. 알면 알수록 꽤 흥미롭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세계 이슈에 따라 흔들리는 우리나라 시장의 모습, 요즘 음식료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 등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매수해 둔 기업을 재점검하게 되었다.     


가끔 코인 영상도 보는데 그때마다 놀란다. ‘코인 = 24시간 도박장’이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코인에 대해 깊이 공부한 유튜버들의 영상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코인에 대해 알게 되면서, 2015년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대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코인, 암호화폐에 대해 아는 것 없이 무턱대고 ‘코인은 실체 없는 도박’이라고 여기는 나의 시각은, 그때처럼 무지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액이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고 나니,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현금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노동력을 월급으로 바꾸고 착실하게 모아서 안정적인 삶을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개인마다 돈이 가지는 의미는 모두 다르고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곳은 돈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다. 내가 속한 체제의 기본인 돈의 흐름을 모르고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지에서 비롯된 외면은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킬 뿐이다.     


그래서 코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거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직 암호화폐 시장은 무엇 하나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위험성이 높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장난으로 만들어진 도지 코인의 시총(약 70조)이 Sk 하이닉스의 시총(약 87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