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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May 07. 2021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

요즘엔 생각의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가지 않는다. 한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글도 술술 잘 써지는데, 몇 줄 쓰다 보면 툭 끊긴다.


미작에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독하고 최소 이틀은 지나야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모임 3일 전에 지정 도서를 완독하고 여유롭게 글을 쓰던 때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모임 전날까지 읽기에 급급하다. 주제나 형식, 내용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써도 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책 앞날개부터 뒷날개까지 글이란 글은 모조리 읽어야 직성이 풀리니.


완독하지 않아도, 한 문장이라도 붙들고 써나가면 될 텐데. 왜 안 될까. 완벽주의 성향 때문일까. 성향을 바꿔보려고 기를 써 본 적이 있는데 그건 나 자신을 미워하는 지름길이다. 결국 완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상이 정돈되었던 시기, 아침 루틴과 영어 공부 시간을 딱딱 지켰던 때엔 바빴지만 바쁘지 않았다. 하는 일이 꽤 많았지만 쫓기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저 매일 작은 일을 밥 먹듯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지금은 일상이 흐트러져 있다. 이불을 개지 않고 일어나 활동하거나, 늦게까지 이불속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날이 많다. 왜일까. 여행을 다녀온 뒤 일상의 리듬을 찾지 못한 걸까. 병원을 오가며 일상이 흔들린 건가.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글 모임에서 허덕이는 느낌이다. 책을 읽을 때도 허덕, 글을 쓸 때도 허덕. 지난주에는 글쓰기 모임에 글을 제출하지 않았다. 황홀한 글감옥에서 조정래 작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삼다三多’를 말한다.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다작多作에 들이는 노력을 4:4:2의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요즘 나는 겨우 매달 독서 목표(다독)를 채우고 다상량에 0.5, 다작에 1을 배분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생각 없이 글을 쓰고 다시 책을 읽는,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차분하게 앉아 글을 쓰는 시간도 짧아졌다. 어떤 글이든 최소 2시간 이상 여유를 가지고 집중해야 정리가 된다. 요즘엔 한 시간 이내에 후다닥 쓰고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도 별로 없다. 깊이 고민한 주제일수록 풀어낼 이야기가 많아지는데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글이 툭툭 끊어지는 건가.


대부분의 모임에서 허덕이고 모임 전날 급하게 글을 마무리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 관리를 못해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시간 관리를 못하는 이유는 일상이 무너졌기 때문이고. 일상을 재정비해야겠다. 작은 루틴을 지키면서 일정을 체크해서 모든 일에 여유를 두자. 특히 ‘생각’에 많은 시간을 주자.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싯다르타 p.98)’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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