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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n 19. 2021

침묵도 대화

말센스 / 셀레스트 해들리 지음

'서평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4기 (일과삶님 운영)' 지정 책이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하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듣는 법,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표지와 얇은 두께에서 풍기는 가벼운 이미지와는 달리 생각지도 못한 보물들이 가득 담겨 있다. 가벼이 후루룩 읽고 덮어버리기에는 아쉬운, 알찬 책이다.


15개의 주제를 통해 말재주를 이길 수 있는 말센스를 보여준다.       


주인공이나 선생님이 되려는 욕구 참기,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 표현하기, 대충 아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기,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기,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안테나 세우기, 불필요한 내용을 시시콜콜 떠들어대지 않기, 대화를 하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흘려보내기,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기,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지 않기,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기, 누군가와 좀 더 친밀해지고 싶다면 말을 통해 대화하기, 기기를 통한 소통의 편리함도 좋지만 때로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필요,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부터 배우기, 옳음보다 친절함을 택하기, 실수했다면 바로 사과하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 표현하기'와 '머릿속의 생각은 그대로 흘려보내기'에 나오는 '침묵' 이야기다. 상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침묵의 순간을 불편해하는 편이다. 당황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붙들고 아무 말이나 늘어놓게 되면 대화는 금세 산만해진다.  


한 문장이 끝나고 답변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 약 0.2초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극이 가장 짧은 나라는 일본이었는데 0.007초였다. 이는 그들이 기본적으로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덮어 씌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극이 가장 긴 나라인 덴마크에서조차 그 시간은 고작 0.47초 밖에 안 되었다. 비교를 해볼 수 있도록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기억으로부터 단어 하나를 끄집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0.6초 정도다. 따라서 0.2초 안에 응답을 한다면, 문자 그대로 생각할 시간도 갖지 않고 말부터 하는 셈이 된다. 《말센스》 p.120     


대화의 간극이 1초도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대화 중 생기는 침묵의 시간도 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짧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얼마 후 글 모임(온라인)을 했는데, 한 멤버가 이야기 도중 잠시 침묵했다. 불편하고 어색한 감정을 인식하고 입을 닫은 채,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확인해 보았다. 정말 놀랐다. 침묵의 시간은 고작 2초에서 5초 사이였다.     


일단 좋은 질문을 던졌다면, 답변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상대방에게 허용해 주어야 한다. 침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들의 답변 역시 사려 깊은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센스》 p.52     


짧은 순간임에도 불편해하는 나를 인식하게 된 그날의 경험은 특별했다. 입을 열지 않고 잠시 기다리자 멤버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다른 말을 뱉었더라면 멤버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 누군가가 침묵한다면 기다리기로 다짐했다. 불편한 마음을 이기고 연습하다 보면, 상대의 말을 성급히 자른다거나 대화 주제를 이리저리 오가는 산만한 대화와는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고민의 많은 부분은 의사소통에서 발생한다. 의사소통의 주요 방법 중 하나는 말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말센스 15가지를 내 것으로 소화해 실천한다면, 말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관계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술술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소통으로 고민하는 모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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