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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l 10. 2021

과정 즐기기

한동안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 뭘까’를 찾느라 고심했다. 퇴사 후 ‘나찾기’라는 이름으로 독서와 글쓰기, 영어, 포켓볼 등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았고, 그것들로 일상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늘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요즘 남편과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매일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데다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성과는 없어서 힘든 시간이 많다. 지금까지 ‘나에게 재미를 주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분주했는데 ‘갑자기 뭘 하고 있나..’ 싶어서 피로감이 몰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밥하기, 청소하기, 건강을 위해 운동하기, 병원에 가서 치료받기 등 매일 좋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 일로만 채우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를 주기로.

매일 아침 남편과 하루 일정을 점검하면서 해야 할 일을 계획한다. 그리고 소소한 보상을 정한다. 먼저 달성하는 사람에게 용돈으로 커피나 간식 쏘기, 설거지나 청소, 빨래하기 등. 힘들 때는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춤을 춘다. 춤이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스트레칭과 다를 바 없는 몸 흔들기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딱딱하게 굳은 몸과 함께 기분도 풀린다. 아직 일은 재미없지만, 사실 앞으로도 이 일이 재미있어질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이전에 비해 즐겁다는 건 분명하다.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서도 지루한 시간이 많았다. 영어 공부와 요리가 그렇다.

작년에 라푼젤로 영어를 공부할 때 발음을 지적받거나 단어를 쌓아 놓고 암기하는 것이 힘겨웠다. 하지만 ‘돈을 냈으니까, 이번에는 꼭 이겨내고 싶으니까, 블로그에 소문을 냈으니까’라는 이유를 붙여 열심히 했다. 그리고 요즘, 새로운 영어 강의를 들으면서 슬슬 흥미가 더해지고 있다. 재밌는 것은 영어 자체보다 강의 플랫폼의 시스템이 꾸준히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강의를 듣고 간단한 미션을 완료하면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데, 포인트를 받는 재미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요리는 우연한 기회로 집밥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 결혼한 뒤 주로 외식을 했는데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요리가 귀찮고 어렵다고 느껴서 멀리했었다. 집밥 챌린지에서 인증을 위해 집밥에 도전하다 보니까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식재료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되었을 때, 남편이 감탄하며 맛있게 먹을 때,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 있다.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 헤매기보다는 하고 싶은 활동이 생겼을 때 일단 뛰어들어 경험해보는 것이 낫다. 처음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재미보다는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일 자체보다 과정을 즐길 방법을 찾아 적용하다 보면 그 활동만의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신나게 해 봐도 재미가 없다면 그때 다른 활동을 해도 괜찮겠지.

재미있는 무언가를 찾기보다 다양하게 경험하며 과정을 즐기는 것.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고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요즘 지루함을 견디며 일하는 내가 깨달은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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