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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Dec 04. 2021

글이 준 선물

글벗들과 서촌 나들이

지난주 일요일, 매글(3주 간격으로 운영하는 글모임) 멤버의 연락을 받았다. 블로그와 브런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나기로 했다. 오랫동안 랜선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다. '언제 한번 만나요'라는 말은 '만남을 미루자는 말'임을 알기에 바로 날을 잡았고, 서촌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촌에 사는 다른 멤버도 합류하여 셋이 만났다.


오랜만에 퇴근길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3호선을 갈아타려고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서야 지하철이 들어와서 사람이 더 많아졌다. 퇴근길 지하철이라니. 발 디딜 틈 없이 좁은 공간에서 겨우 중심을 잡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분을 만났다. 비가 와서 꽤 추운 날이었음에도 반가움에 추운 줄 몰랐다.


서촌으로 초대한 멤버가 좋아하는 집이라며 파전과 국수를 파는 집으로 안내하셨다. 안 그래도 비를 보며 파전에 막걸리가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통했다. 잔치국수를 좋아해서,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걸 즐겨서 여러모로 신이 났다. 




처음 만나지만 글을 통해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근황은 알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파전에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달콤하고 진한 막걸리에 약한 취기가 들뜬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다음 코스는 초소책방. 걸으면 30분 거리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택시를 탔다. 택시가 안 잡혀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님이 길을 헤매시는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기사님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는 콜을 받으면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취소를 하는 게 서로에게 좋단다.




초소책방으로 가는 길에 야경이 어찌나 멋지던지. 따뜻한 날엔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참 좋겠다.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며 매글, 브런치, 부동산, 주식, 파이어족, 영어 공부, 책방 운영 등등 다양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 운영 이야기에 함께 가슴이 뛰고, 책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방은 돈은 안 돼'라는 편견을 깨는 시간이기도 했다.


카페 2층을 마감하는 시간까지 앉아 있다가 슬슬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보일 듯 말 듯 한 눈이 날렸다. 이런 날 눈이라니. 눈인가 아닌가 싶게 슬쩍 날리고 말았지만, 오늘의 마무리로 눈만큼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글이 만들어 준 선물 같은 시간들.

찬 바람 속에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눈을 만난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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