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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Oct 10. 2021

화려한 멕시코 공동묘지(feat.코코)

멕시코 방황기(彷徨記) 6편

그날은 마리나의 엄마가 치과진료 예약이 있어 어떤 마을로 가야 했다. 

우리는 와하까에서 관광을 할 수 있었지만 나도 그 마을이 궁금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작은 시골마을 그리고 상점가 사이에 치과가 있었다. 마리나의 엄마는 진료를 보고, 마리나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해야한다며 치과에 남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나는 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마을은 조용하고 평범했다. 로컬 마트, 구멍가게, 악세서리 가게들이 보였고 골목길로 들어서면 길가에 노인들이 의자 하나씩 갖고 나와 앉아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벽에는 벽화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혼자만의 방황을 한지 1시간만에 다시 치과로 돌아갔다. 




마리나와 책상 하나를 두고 나란히 앉아 마리나는 디자인 스케치를 시작했고, 나는 멕시코에서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펜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작업에 열중인 마리나와 내가 그린 멕시코 풍경

마리나는 나에게 한국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내가 갖고 있던 음악을 틀어줬다. 흥 많은 마리나는 모르는 곡인데도 흥얼거리면서 이상한 한국어로 부르는 척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노래의 후렴구에서 마치 원래 알고 있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미아네~~이제 느느느느나나나나~” 


동시에 둘의 눈이 마주쳤다. 


“레나, 이 노래 한국 노래야?” 

“응. 한국 노랜데 니가 어떻게 알지?” 

“아니야. 이 노래는 멕시코 노래야! 카밀라의 ‘미엔떼스'(Mientes)란 노래야!” 


내가 갖고 있던 음악은 박정현의 ‘미안해’란 곡이었는데 멕시코의 노래를 번안한 곡이었다. 마리나가 갑자기 자기 노래도 아닌데 눈썹을 위아래로 흔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작업을 마친 마리나와 다시 한번 동네 구경을 갔다. 마리나는 그 근방에 공동묘지가 있다고 했다.

멕시코의 공동묘지라 하면...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이 아니던가!


공동묘지의 입구
묘지 내부 전경 1
묘지 내부 전경 2


실제로 본 멕시코의 공동묘지는 정말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에서 본 모습과 일치했다! '죽은자의 날 (Día de los muertos)'은 아니었지만 모든 묘소에 꽂혀진 십자가와 꽃을 담는 화통과 꽃들이 있어 내가 보았던 그 어떤 묘지들보다 확.실.히 화려했다. 


마리나는 꾸며져있지 않는 묘지를 보면 쓸쓸하다고 했다. 


다음엔 '죽은자의 날'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형색색 꽃들과 해골 인형들로 꾸며질 이 곳에 말이다.




마리나 엄마의 진료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혹시 마리나네 엄마는 그냥 와하까가 좋아서 오시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짧은 진료였다.  덕분에 우리는 오후에 와하까와 주변 마을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와하까 인근의 마을에는 동네 여인들이 손수 만든 옷, 카페트, 공예품들을 파는 곳들이 많았다. 면솜으로 실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망또나 작은 사이즈의 카페트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였지만 실제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시 와하까의 시내로 돌아갔다. 마침 성당 옆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다들 춤을 추고 있었다. 어떤 악단이 와서 음악을 연주하자 흥에 취한 사람들이 광장 중심부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게 일상인 듯 했다. 그때 갑자기 마리나네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유유히 몸을 흔들며 걸어 들어갔다. 마리나도 어느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며칠 전 클럽이 생각났다. 그때 배웠던 스텝 ‘원~투우~쓰리~포오~”를 기억해내며 나도 그 옆에서 조용히 춤을 췄다. 악단이 몇 개의 곡을 연달아 연주하고 멈출때까지 둘의 춤사위는 계속 되었다. 스텝을 밟다 지친 나는 옆에서 몇 시간 전에 시장에서 사둔 망고를 까먹으며 둘을 기다렸다. 왜 그들의 몸에 새겨진 댄스와 흥의 DNA가 나에게는 없는 것인지 의아했다.  


내 손에 쥐어진 3가지 망고. 다 다른 종류라고 하는데 내 눈엔 덜 익은 망고, 아예 안익은 망고, 잘 익은 망고로만 보일뿐. 사실은 셋다 잘 익은 망고가 맞다!


와하까 시내를 한참 둘러 보고 나니 해가 져 있었다. 

다시 날씨는 추워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산 속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또, 까만 산길과 자갈길을 지나 산 정상의 별채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갑자기 그날 새벽의 지진이 생각났다. 


“근데 마리나, 새벽에 지진 왔던거 알지?” 

“응? 지진이 왔었어?” 

“…”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와하까 여행의 하이라이트 ‘이에르베엘아구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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