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제4번
"천국은 절대적 평온이 지배한다.
나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천국에서의 삶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말러는 제4번 교향곡에서 이전까지의 교향곡들과 달리 모차르트와 하이든을 연상시키는 간결하면서 고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주시간도 그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확연히 짧은 50분여 정도이고 트롬본과 튜바와 같은 무거운 저음역의 악기를 제외시키고 팀파니도 한조로 줄입니다. 말러 자신은 이러한 시도가 동시대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지만 초연 후의 반응은 (거의 모든 그의 교향곡이 그랬듯)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 에른스트 오토 노드나겔은 "현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것이지만, 미래는 말러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의 말은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4번 교향곡의 작곡이 시작된 것은 1899년 여름 슈타인바흐의 그의 작곡 오두막이었습니다. 당시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아 말러는 작곡하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작업이 지연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휴가 기간에 위기감을 느낀 그는 교향곡의 반 이상의 작곡을 휴가의 마지막 열흘 만에 마무리합니다. 그 후 바쁜 지휘자 생활로 악보는 서랍 속에서 일 년을 보낸 후 1900년의 여름 마이에르니히에서 완성되었고, 1901년 1월에 최종판이 나오게 됩니다. 초연은 1901년 11월 23일, 말러 자신의 지휘로 뮌헨에서 열리게 됩니다.
곡은 고전적인 형태인 4악장으로 되어있으며 전체 분위기는 매우 밝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말러는 이 곡을 통해 죽음 후의 삶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굶주림으로 죽어간 소년이 가난, 질병, 굶주림이 없는 천상의 세계에서 보고 느끼는 절대적 평온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말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천국은 절대적 평온이 지배한다. 나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천상의 삶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어린아이는 방금 천국을 경험하고 우리에게 그곳이 어떤 곳인지 꾸밈없이 들려준다"
제1악장, 신중하게, 서두르지 않고
썰매 방울소리로 시작되는 이 악장은 간결하고 명확한 구조로 밝으면서 활기가 넘칩니다.
제2악장, 많은 생동감을 가지되 빠르지 않게
‘죽음의 춤’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장은 죽음의 무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바이올린 솔로에 '스코르다투라(한음 높게 조율하는 것)'를 적용합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악장은 한음이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을 따로 준비합니다.
제3악장, 평온하게(포코 아다지오)
전원적이면서 말러 특유의 서정성이 잘 나타나있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더욱 친숙한 악장입니다.
제4악장, 매우 편안하게
제4번 교향곡의 정점을 이루는 악장으로 소프라노의 독창이 들어갑니다. 원래 이 악장은 교향곡 제3번의 7악장 “아이들이 내게 말하는 것”으로 작곡되었으나 계획을 바꾸어 제4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말러는 제4악장을 곡의 음악적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 악장들을 제4악장과 주제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특히 1악장에서 이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결과적으로 1악장부터 3악장까지는 4악장을 위한 일종의 전주곡, 또는 서곡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4악장의 가사는 말러의 가곡집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에서 가져온 것으로 내용은 '천상의 삶에 대한 즐거움'을 담고 있습니다.
천국에서의 삶!
우리는 천국의 기쁨을 누린다.
이곳은 지상의 소란함이 없고
모두가 평화스럽게 살고 있다.
천사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춤추고 뛰고 노래한다.
성 베드로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요한이 어린양을 놓아 보낸다.
헤롯이 백정을 시켜 양을 잡을 준비를 한다.
우리는 순결하고 잘 견디는 어린양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성 누가는 소를 잡는다.
천국은 걱정 근심이 없는 곳.
천국의 포도주는 모두 공짜.
천사들은 빵을 굽고 있다.
모든 초록의 야채들이 천국의 밭에서 자라고 있다.
아스파라거스와 콩,...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거기에 다 있다.
이제, 근사한 요리가 준비된다.
맛있는 사과, 배,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당신이 사슴이나 토끼고기를 원한다면 거리에 나가보라.
여기저기에 뛰어다니고 있을 테니.
만약에 금식해야 할 날이 오면,
모든 물고기가 뛰놀며 즐거워할 것이다.
거기에 성 베드로가 그물과 미끼를 가지고 천국의 연못으로 갈 것이고,
성 마르타가 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할 것이다.
지상에는 천국과 비교할 음악이 없지만,
이곳은 만천명의 처녀들도 성 우슐라와 함께 웃고 춤추고 있다.
세실리아와 친구들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천사들도 한 목소리로 즐겁게 노래한다.
말러 교향곡 제4번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지휘
안네 슈바네빌름스 소프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