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제3번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
말러는 지휘자로서의 바쁜 생활로 인해 여름휴가를 이용해 오스트리아의 슈타인바흐 호숫가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에서 작곡에 몰두하곤 했습니다. 명 지휘자이자 말러의 제자였던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가 말러의 오두막을 처음 찾아간 것은 발터가 19세였던 1895년 여름이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발터는 주위의 자연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선생님, 창밖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러자 말러는 자신의 책상 위의 놓여있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두꺼운 3번 교향곡 악보를 가리키며 대답합니다. “발터, 굳이 바깥을 내다볼 것 없네. 그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다 있으니까” 발터의 회상처럼 말러의 제3번 교향곡은 말러의 자연관과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총 6악장으로 이루어진 대곡으로 곡은 크게 두 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다른 초기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표제적(表題的)인 성격이 나타납니다.
제1부
제1악장, 건강하게-결연히 <목신이 잠을 깬다. 여름이 행진해 온다>
1악장은 연주에 40분이 소요될 만큼 규모가 크며 전체 악장 중에서 가장 늦게 작곡되었고 작곡 기간도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말러는 1악장에 대해 "희극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을 포함한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여름이란 자라고 피어나는, 기고 나오는, 상상하고 그리워하는, 그리고 느껴질 수 있는(천사, 종, 초자연) 모든 것들 가운데 승리자이며, 이 모든 것 위에 빛이 렌즈에 모아지는 것처럼 사랑이 머문다"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2부
제2악장, 미뉴에트의 템포로, 절도 있게 <목장의 꽃이 내게 말하는 것>
2악장은 가장 먼저 작곡된 악장으로 말러의 친구인 나탈리 바우어-레히너의 일기에 따르면 슈타인바흐의 작곡 오두막에 도착한 첫날 말러는 오후에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며 이 곡을 스케치했고 단번에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1896년 여름, 말러는 2악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꽃이 그저 편히 피어있는 모습은, 음악으로 묘사하기에는 금세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나는 폭풍으로 던져진 후 다시 미풍으로 부드럽게 흔들리는, 햇빛 아래 변화되고 어루만져지는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제3악장, 적당한 속도로, 스케르짠도, 빠르지 않게. <숲의 동물들이 내게 말하는 것>
3악장은 1892년 말러가 작곡한 초기 가곡 '여름의 변화 (Ablösung im Sommer)'의 소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가곡은 뻐꾸기의 죽음(뻐꾸기의 울음소리는 유럽에서 여름을 알리는 소리)으로 시작되어 나이팅게일이 그의 후계자임을 선언하면서 끝나는 내용입니다. 무서운 유머를 담고 있는 이 악장에 대해 말러는 "방해받지 않은 삶을 누리던 숲의 동물들이 인간의 첫 출현을 보고 그가 가져 올 미래의 문제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제4악장, 아주 느리게, 신비롭게. <인류가 내게 말하는 것>
'밤의 노래'라고도 불리는 4악장은 알토의 독창으로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에서 가져온 가사를 인용하여 인류가 당면한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한밤중에 무엇을 말했는가. 나는 자고 있었다. 깊은 잠에서부터 깨었다. 세계는 대낮에 생각한 것보다 깊다. 오! 인간이여 깊도다. 그 번민은 깊도다. 쾌락은 마음의 아픔보다 깊도다. 번민은 멸망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쾌락은 깊은 영원을 욕망한다.” 4악장은 인간의 고통에 대한 디오니소스적인 해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5악장, 밝은 템포와 대담한 표현으로. <천사가 내게 말하는 것>
어린이 합창이 종소리를 모방한”빔 밤”을 반복하고 여성 합창을 배경으로 알토 솔로가 독창을 합니다. 5악장의 가사는 말러의 가곡집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 중에서 인용되었습니다.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천국에서 즐겁고 복되게 울려 퍼졌고 그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베드로는 죄가 없다고, 그리고 주 예수께서 식탁에 앉으시어, 열두 제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셨다. 그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왜 여기 서 있느냐? 보아하니 너는 나로 인해 우는구나” “자비로운 주여, 제가 울어서는 안 되나이까? 저는 십계명을 어겼습니다. 저는 방황하며 비통하게 울고 있습니다. 아, 오소서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네가 십계명을 어겼다면,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라! 오직 영원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구하라! 그러면 너는 천국의 기쁨을 얻게 되리라. 자복의 도시와 같은 천국의 기쁨을, 더 이상 끝이 없는 천국의 기쁨을! 예수를 통해, 그리고 모든 이의 축복을 위해 베드로에게 천국의 기쁨이 준비되었나니"
제6악장, 느리게, 평온하게, 깊이.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6악장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디지오와 버금가는 매우 아름다운 느린 악장으로 말러는 이 마지막 악장을 통해 모든 피조물(被造物)의 대한 구원의 열쇠는 ‘사랑’ 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랑’은 속세의 사랑이 아니라 어떤 영원한 개념으로서의 '사랑'이며 말러는 사랑을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고 여겼습니다. “모든 피조물에 대한 내 감정의 요약이다. 나의 감점은 깊은 고통의 느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축복 어린 확신으로 전개되어 갈 것이다.” 원래 말러는 7악장으로 천상에서의 삶을 표현한 <아이들이 내게 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 스케치는 제4번 교향곡의 4악장으로 쓰이게 됩니다.
말러 교향곡 제3번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