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을 통한 인간의 욕망

레드 바이올린 (1998)

by 김예훈

바이올린은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악기입니다. 전공자는 물론이고 취미로 배우는 아이와 성인들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악기의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명기(名器)라 불리는 바이올린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비싼 바이올린은 영국 옥스퍼드 애쉬몰리언 (Ashmolean)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메시아'로 2000만 달러, 한화로 약 248억 원에 달합니다. 이 악기는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과 요제프 요하임이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악기들은 최고의 악기들로 통하며 연주가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꿈의 악기입니다. 현재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미거래 바이올린 중에는 가격을 매길 수조차 없는 것들도 있고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악기의 가치는 계속 올라갑니다. 또 다른 이태리 장인 '과르네리 델 제수'의 바이올린도 유명한데 스트라디바리우스 '메시아' 다음으로 고가 (1600만 달러)인 그의 악기 '뷔외땅'은 19세기 벨기에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앙리 뷔외땅' (Henri Vieuxtemps, 1820~1881)이 소유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나무 조각으로 된 악기 하나가 수천만 달러나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기라 불리는 악기들은 그 자체만으로 고흐의 그림처럼 훌륭한 예술작품이며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소리는 악기의 가치를 더욱 고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연주자를 만날 때 명기는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메시아'


프랑스와 지라르(Francois Girard) 감독의 1998년작 <레드 바이올린>은 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가 엄청난 가격의 가치를 갖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캐나다 출신인 지라르 감독은 천재 피아니스트 ‘굴렌 굴드’를 소재로 한 영화 <굴렌 굴드에 대한 32편의 단편들>로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의 영화 <레드 바이올린>은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예술의 시대적 변천과 인간들의 탐욕과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스트라디바리가 살았던 17세기 이탈리아로부터 시작됩니다. 바이올린 제작자 니꼴로 부조티는 곧 태어날 자신의 아기를 위해 생애 최고의 걸작 ‘레드 바이올린’을 제작합니다. 하지만 출산과정에서 아내와 아기가 죽게 되고 레드 바이올린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8세기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의 천재소년 캐스퍼에게 전해집니다. 하지만 캐스퍼는 천재적 재능을 피어보지 못한 채 궁정 오디션에서 심장발작으로 죽게 되고, 또다시 레드 바이올린은 집시들의 손을 거쳐 19세기 영국의 바이올리니스트 포프의 손에 들어갑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모델로 한 캐릭터 포프는 탁월함을 넘어서 악마적이기까지 한 신들린 연주로 대중을 사로 잡지만 그의 성적인 기벽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아내에 의해 바이올린은 망가지고 포프는 자살하고 맙니다. 다시 레드 바이올린은 20세기 격변의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서양문물을 배척하고 불사르던 문화혁명 시기에 레드 바이올린은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그 후 세월이 지나 20세기 후반 우연히 발견된 이 바이올린은 몬트리올의 한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죠슈아 벨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음악은 미국의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가 맡았으며 그는 이 영화음악으로 2000년 오스카상을 수상합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그의 바이올린 음악들은 완성도 높은 수작들로 지금도 일반 연주회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는 매우 주목할 만한 곡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맡은 죠슈아 벨은 1967년 미국 인디애나주의 블루밍턴 출신으로 14세 때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고 17세에 카네기 홀에서 연주할 정도로 어릴 적부터 신동으로 주목을 받은 미국의 중견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죠슈아 벨은 2000년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었고 수려한 외모로 많은 여성 팬들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포프가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장면에서 단원으로 출연) 죠슈아 벨이 영화에서 연주한 바이올린은 1713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깁슨 & 후베르만'입니다.


레드 바이올린 OST 중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

바이올린: 죠슈아 벨

지휘: 에사-페카 살로넨 / 연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gNlI-Oko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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