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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Jan 20. 2022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였다?

살리에리에 대한 오해

1791년 12월 5일, 서른다섯 살의 아까운 나이에 모차르트는 사망합니다. 당시 모차르트의 죽음을 놓고 많은 소문이 나돌았는데 병으로 인한 사망 설과 함께 누군가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프리메이슨 단원이었던 모차르트가 비밀조직이었던 이 단체의 비밀을 자꾸 폭로하자 다른 단원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설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가십거리 정도의 억측들이 나돌았습니다. 그중에서 동시대의 음악가인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 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1984년에 나온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재능을 시기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작곡하게 만들어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그려냅니다. 이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알고 있는데 이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출신인 안토니오 살리에리 (Antonio Salieri 1750-1825)는 16세 때 빈으로 건너와 궁정작곡가로 활동하다 궁정악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의 오페라 <Les Danaïdes 다나이드>와 <Les Horaces 오라스>가 파리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 약 40곡에 이르는 오페라 ·발레음악 ·교회음악 ·오라토리오 등이 있는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보여주었듯이 살리에리는 당시 성공한 음악가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재능에 시기심을 품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로 당시 빈의 많은 음악가들이 모차르트에 대해 같은 마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가 죽은 후 한 신문에는 음악가들 사이에 이런 대화가 실렸습니다. "그런 천재가 일찍 죽은 것은 아까운 일이야. 하지만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고 오래 살았다면 우리는 몽땅 굶어 죽었을걸."


영화 속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비밀리에 레퀴엠 작곡을 의뢰하여 그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레퀴엠 작곡을 비밀리에 의뢰한 사람은 살리에리가 아닌 프란츠 폰 발세크-스투파크 (Franz von Walsegg-Stuppach) 백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추어 작곡가이기도 한 발세크-스투파크 백작은 20세에 요절한 죽은 아내를 위해 미사곡을 의뢰했고 후에 영화 속 살리에리처럼 이 곡을 자기 곡인 것처럼 발표하기 위해서 비밀리에 의뢰한 것이었습니다.


억울하게도 살리에리는 평생 모차르트를 살해했다는 소문에 시달려야만 했는데 임종 직전 제자인 이그나스 모슐레스(Ignaz Moscheles)에게 자신의 오명을 벗겨달라고 부탁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것에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살리에리의 불명예를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 발생했는데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더 푸시킨이 1830년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을 그린 단막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발표하였고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cholai Rimsky-Korsakov)는 1898년 푸시킨의 희곡에 곡을 붙여 오페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럼 모차르트의 진짜 사인은 무엇일까요? 모차르트는 1791년 11월 20일경 병에 걸려 2주일을 앓다가 사망했습니다. 그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모차르트의 사망진단서에 적힌 병영 열(military fever) 혹은 티푸스 때문이라는 것이 오랫동안 정설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 후 1966년 스위스 의사 칼 바르(Carl Bar)는 모차르트의 병력을 검토한 결과 류머티즘 열(rheumatic fever)이라는 꽤 신빙성 있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고, 2001년 워싱턴 의과 대학의 전염 병리학자 잔 허쉬만(Jan V. Hirschmann)은 모차르트가 설익은 돼지고기를 먹고 선모충 증에 걸려 죽었다는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모차르트가 죽기 한 달 반 전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이 있는 것과 선모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선모충 증에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사망 당시 증세가 선모충 증 감염 증세와 일치한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살리에리는 당시의 어쩔 수 없는 시대상과 편견, 그리고 후대의 예술가들에 의해 모차르트의 살인범이라는 거짓된 불명예를 안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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