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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Jan 19. 2022

클래식 음악의 다빈치 코드

작품 제목과 번호 이해하기

집에서 쉴 때 아이들과 함께 ‘다빈치 코드’라는 보드게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 방법은 0부터 11까지의 숫자 중에서 각자 4개를 골라 코드를 만든 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상대방의 코드를 추리하여 맞추는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접할 때도 풀어야 하는 암호 같은 코드들이 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W. A. Mozart, Serenade No.13 in G major, K.525 "Eine Kleine Nachtmusik"

이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클래식 곡의 표기입니다. 그런데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마도 첩보원들의 복잡한 암호같이 느껴지실 겁니다.


그럼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처음에 나타나 있는 “W. A. Mozart”는 작곡가의 이름입니다. “W. A.”는 모차르트의 성과 중간 이름 (Wolfgang Amadeus)의 약자이지요. “Serenade No.13”은 곡의 제목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13번째 세레나데를 뜻합니다. “in G major”는 조성으로 이 곡이 사장조의 곡이라는 설명이고 “K.525”는 작품번호를 말하며 모차르트의 출판된 작품 중 525번째 작품이란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Eine Kleine Nachtmusik"는 곡의 별칭으로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지크 (소야곡)”입니다.


처음 접하면 어려울 수 있지만 보통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 곡명, 조성, 작품번호, 별칭 (존재할 때만 표기)의 순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좀 더 알아야 할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품번호'입니다. 일반적으로 작품번호의 표기는 “작품”을 의미하는 라틴어 Opus의 약자인 Op. 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 '운명교향곡'의 작품번호는 67이고 다음과 같이 표기합니다. <L. v. Beethoven, Symphony No.5 in C minor, Op. 67> 하지만 위의 모차르트의 작품처럼 Opus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번호 표기가 다른 작곡자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번호를 붙인 것은 베토벤 시대부터인데 이전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은 작품번호를 거의 붙이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쓰이는 이들의 작품번호는 대부분 후대의 학자들이 정리하여 붙인 것으로 작품을 정리한 학자의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경우 K, 또는 Kv를 사용하는데 모차르트의 작품을 수집, 정리하였던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였던 루드비히 폰 쾨헬 (Ludwig von Kochel)의 약자입니다. 바흐의 작품에는 BWV가 붙는데 바흐의 작품을 정리한 독일의 학자 '볼프강 슈미더'가 1955년에 펴낸 “바흐 작품 목록” (Bach-Werke-Verzeichnis)의 첫 글자를 딴 것이지요. 하이든의 경우 네덜란드의 학자 안토니 판 호보켄(Hoboken)의 약자 Hob. 를 사용하고 비발디의 경우 그의 작품들을 정리하여 목록을 출판한 프랑스의 피터 리옹(Ryon)의 약자를 써서 R. 또는 RV.로 표기합니다. 비발디 사계 중 ‘봄’의 작품번호는 RV 269이지요. 슈베르트의 경우는 그의 작품을 정리한 오스트리아 음악 문헌 학자 '오토 에리히 도이치(Deutsch)'의 이름을 따서 D.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베토벤의 작품 중에 WoO.라는 번호가 붙은 것들이 있는데 이것은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 (Werke ohne Opuszahl)의 약자로서 독일의 음악학자 한스 할름과 게오르크 킨스키가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미 출판되었거나 사후에 발견된 작품에 붙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작품번호는 출판된 순서로 붙여서 작곡된 연도와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멘델스존의 5개 교향곡의 경우 출판된 번호와 달리 실제로 완성된 순서는 1,5,4,2,3번이지요.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대순이기에 작품번호를 통해 그 작품이 작곡가의 어느 시기에 작곡된 것인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번호를 통해 작곡가의 작풍이 변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지요. 예를 들어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작품번호는 Op.68인데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Op.15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늦게 작곡된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브람스는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는데 매우 신중을 기해서 20여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운명교향곡’과 ‘전원교향곡’의 작품번호가 각각 Op.67, Op.68인 것을 보면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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