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1-1) ‘러브레터’

5장. 밀고 당기는 기술 / 1) 미묘한 감정

by 휘련

1-1) 러브레터 (1995) - 싫은 듯 좋은 듯한, 그 미묘한 감정



애정사이에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가 바로 미묘한 감정이 아닐까? 나를 과연 좋아하는지 혹은 그냥 잘 대해주는 건지?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많은 시간동안 고민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 재미난 것은 아마 자신을 그렇게 대하는 상대 또한 자신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자신조차 정말 좋아하는 지 모를 수가 있을 것이다. 애매하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확실하게 어떠한 대상을 좋아하는 지 모른다. 순간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대상을 향한 사랑인지 조차를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담겨져 있다. 바로 이러한 순간에서 아름다운 상황의 결실이 점차 싹이 트고 있다는 것이다. 대놓고 '좋아한다 우리 사귀자!' 이러한 급한 표현은 확실해서 좋기는 하나 너무 시들기 마련이다. 꽃을 키우려면 적어도 많은 영양소 공급이 필요하듯 토양, 햇빛, 물, 거름 등과 같은 애정의 영양소 또한 더불어서 키워야 한다.



그 중 애매한 감정이 없는 사랑의 시작은 마치 영양소 한가지가 파괴된 거 같다. 마치 잘 모르는데 외모에 끌려서 막상 사랑하다보니 이 사람의 내면의 가치관이 달라서 실망하는 것과 같다. 사랑은 천천히 순리대로 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첨부터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는 감정에 이끌려서 현혹되는 점이 많다. 이 순리를 억지로 급하게 자기 충족에 넘쳐 역류를 하면 하지 않았던 시점보다 더 악화될 수가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우범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성미가 급한데 감정에 너무 빠져들다보면 대상을 좋아하기 보단 어쩌면 그 자기 감정에 취한 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그렇다고 너무나 애정 사이를 끌면 처음에는 폭발적으로 좋아했으나 급하게 지쳐서 나중에 너무나 무딘 경우가 있을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지낸 한 가족이 되어버리는 격이다. 그렇다면 언제가 적정선일까? 그것은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사람은 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기에 이를 단정지어서 기점을 제시할 수 없다. 아마도 그 기점을 잡는다면 적어도 미묘한 감정이 서서히 물 흐를 때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점차 빠져드는 이 미묘한 감정. 영화 속에서는 '싫은 듯 좋은 듯'하게 그려내고 있는 한편의 동심의 드라마.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서정적 영화 '러브레터'다.


* 러브레터 (추억의 부스러기_KBS)

https://www.youtube.com/watch?v=iFqLr1nDwIA


영화 속에서는 우선 유키구라모토의 "the winter strory"의 감미로운 OST와 일본의 눈이 덮힌 산을 배경으로 더 감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아득한 옛사랑을 떠나보낸 히로코. 그녀는 자신의 예전 남자친구에게 돌아오지 못할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이게 어떠한 일인가? 그 편지가 도착이 된 것이다. '이츠키' 라는 이름으로 온 것이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 자신의 남자친구 학창시절 같은 반이었던 '이츠키'라는 여자에게 온 것이다. 그 둘의 만남을 영화 속에서는 다시 회상을 하듯 아련한 10대의 순수한 시절로 빠지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OST인 "SWEET MEMORIES"가 더 애절하게 들리우게 된다.


둘은 이름이 동일하여 선생님의 출석을 부르면 서로 대답하곤 했다. 이 자체가 둘은 틀별히 점지해 놓은 사이처럼 그녀내고 있다. 이렇게 자연스레 둘은 서로를 인식하게 된 것이며, 동일한 이름안에서 여자도 남자도 싫은 내색이 짙어 보였다. 표정을 보면 마치 남자는 화가 난 거 같았고 여자는 꽤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보였다. 이들의 감수성이 잘 내포된 이미지다. 그들은 이름순으로 하기에 당연히 같이 주번을 하기 바빴고, 이에 주변 친구들은 둘이 연인이냥 약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주번을 같이하다보니 어느 새 이야기를 하고 친해질 수 있지만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늘 틱틱대는 말투였다. 마치 말을 함께 하는 거 자체가 귀찮아보였다. 그러한 남자 이츠키의 문답에 여자 이츠키는 당연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거라고 느꼈을 것이다.


한 번은, 여자 이츠키가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 뒤에서 나타나 푸대자루로 얼굴에 씌우며 방해하던 사내 이츠키였다. 하루는 시험을 봤는데 여자 이츠키에게 남자 이츠키의 쪽지시험을 건내 받은 것이다. 하나 하나 따져보니 너무나 형편없는 영어시험 점수였다. 그 쪽지를 어두운 밤 여자 이츠키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가며 그 불빛으로 남자 이츠키가 보는 아련한 추억도 한자락 자리잡았다. 보통 남자가 멋지게 페달을 돌려야 하는데 여자 이츠키에게 시키고 자기가 글을 읽는 무례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그들의 그런 싫은 듯 좋은 듯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저며들게 한다. 여자 이츠키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그 말을 하려고 찾아온 때 아닌 자상한 남자 이츠키. 제 아무리 철부지며 무뚝뚝한 그가 그러한 말을 하니 어찌나 웃긴지 여자 이츠키는 웃기만 한다. 그 모습에 화를 내며 틱틱거리는 남자 이츠키. 둘은 그러한 사이다. 같은 반 친구이면서도 또한 동명이인이었기에 얽히고 설켜진 미묘한 감정만이 송두리 째 남겨진 것이다. 마치 오랫도안 그 한폭의 영화 같은 나위가 영원할 것만 같았으나 그 흐름이 어느 덧 사그라진 것이다. 남자 이츠키가 갑작스레 아무런 말도 없이 전학을 가게 된 것이다. 여자 이츠키는 분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떠난다는 여운의 메시지도 없이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성격이 무뚝뚝해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이제 서야 서서히 둘이 좋아하려고 하는 이 감정을 두고 어찌 말없이 떠난단 말인가? 너무 어려서일까? 혹시나 잘 못 되지 않으려나 조심스러워서 일까?

그렇게 숨기려한 것이 남은 자에게는 덧없는 상처가 되는 것인데, 너무 어린 그들은 다른 이목들의 비아냥 거리는 것이 싫어서 때로는 내색하지 않는 풋사랑. 남자 이츠키는 아마 자신만 혼자 간직한 채 그렇게 유유히 떠난 듯하다. 아마도 그녀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는 성격대로 행한 거 같았다. 무엇보다 그를 잘 아는 그녀는 그래도 이러한 상황을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분에 못 이겼다. 그래서 그의 책상에 남겨진 꽃병을 깨며 울었다. 자신만이 좋아했고 자신만이 사랑한 것인가? 과연 그렇게 아련한 좋고 싫은 듯 한 감정이 의미없이 사라졌는가? 그는 그녀에게 전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인가? 그는 냉혈인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예전 그 주번활동을 함께한 도서관에서 한 장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남자 이츠키가 여자 이츠키를 그린 것이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그림으로 사랑의 표현을 한 것이다. 그 사진이 훗날 여자 이츠키의 도서관 후배로부터 알게 된 것이다. 아직도 그 학교에서는 그 것이 일종의 전설로 자리잡은 아려한 추억이다.


우리에게는 어릴 적 풋사랑을 누구나 간직할 것이다. 보통 중학생 때, 혹은 고등학생 때 일찍이 시작했을 것이다. 말도 못 붙인 채 그저 보기만 해도 가슴 뛰는 이 감정. 그러다가 실수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심장이 멎어 어찌할 바 몰랐던 그 시절. 이제는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 말로 쉽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에 이미 익숙한 더라 예전 풋풋한 이 미묘한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좋은 듯 싫은 듯. 이렇게 사람을 헛갈리게 하면서 상대가 가슴앓이하게 만들고, 또한 그 속을 모르고 자신도 애가타는 그 설레임. 누가 먼저 고백을 해야 하는가? 이를 말로 표현해야 하는가? 혹은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가? 선물이 좋으려나? 편지라도 써야 하나? 문자는 뭘로 보내야 하는가? 행여 그러다가 답장이 오지 않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울 수 없는 아련한 심정. 이젠 서서히 한 편의 시가 되고 종이가 날라 갔고 지나간 영화가 되어 이제는 다시 찾아 볼 수 없는 필름이 되었을 것이다.


* 미묘한 감정

1) 전략과 전술(x) -> 자연스러운 순정

2) 사랑과 미움사이의 추억 -> 싹이 트는 감정

3)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콘트롤 -> 사랑으로 착각

4) 애태우는 시간 길수록 -> 상대를 더 가치있게 생각함


그래도 그 순간의 심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 20대 중반이 넘어도 어쩌면 그 아련한 순정이 다시 오게끔 상황을 만들어보자. 사랑은 그 어떠한 전략과 전술로 노력에 쟁취가 결코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다. 영화처럼 그 어떠한 계획적인 것보다는 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황이 많다.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마치 조물주의 준비된 장치로 인해서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이 생겨나는 듯하다. 또한, 아마도 자신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게 서서히 사랑이라는 터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 사랑과 미움사이에 오가는 추억거리가 쌓이게 되면 싹이 트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는 곧 자기 자신조차 이해 할 수 없는 컨트롤이다. 이성이 아니라 본성의 의해서 좌지우지 되기에 혹시나 이 게 나의 사랑인가? 저 상대가 혹시 소울메이트가 아닌가? 그러한 생각이 들게 한다. 더군다나 빠르게 사귀는 게 아니라 애를 태우게 되는 시간이 길수록 서로 상대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가치가 높다. 이러한 미묘한 감정의 섞음이 점차 사랑의 화폭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스펙이 아니라 본심의 표현을 보여줄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리면서 이 미묘한 감정을 계속해서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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