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2-2) 때론 챙겨주기가 버거움

5장. 밀고 당기는 기술 / 2) 뒤에서 챙겨줌

by 휘련

2-2) 뒤에서 챙겨주기가 때론 버거울수도


시대가 변해서 여자가 먼저 챙겨주는 모습은 '내조'라고 한다. 어감상 주부들이 실제로 결혼한 남편에게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는데 결혼 전 연애는 아마도 남자가 여자를 챙겨주지 않나 싶다. 이벤트도 그렇게 프로포즈도 대체적으로 남자가 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알고는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적어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한 헌신은 때론 부담으로 느껴져 거리감을 더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첨부터는 서서히 잘해주고 서로 조금씩 감정의 싹이 틀때곤 이렇게 커다란 이벤트를 챙겨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이벤트는 의미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냥 막연히 자신이 원하는 식의 이벤트가 아니라 상대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랑은 상대에게 필요로 한 대상이 되어거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둥그런 모습이 깎이고 깎여, 닳고 닳아 톱니바퀴가 되어 그와 함께 돌아간다면. 당연히 그 변화되는 고통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기에.....


* 뒤에서 챙겨줄 때 유의점

1) 상대가 조금이라도 관심가질 때 해야 함 -> 그렇지 않으면 거리가 더 멀어짐

2)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야 함 ->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님


재미난 것은 이러한 무조건적인 뒤에서 챙겨주는 것이 때로는 독이 되는 걸 봤다. 기본적으로 아까도 살펴봤듯이 마음이 있어야 하는 대상이어야 하며, 그 챙겨주는 것이 주는 이의 원하는 게 아니라 받는 이의 필요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 게 더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고 효용이 있기 마련이다. 무턱대고 잘해주는 것은 때로는 불편한 사항이기도 하다.


내가 고3 때, 어설픈 연애와 수능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이 시점. 한 여자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정말 싫은사람이 해서 나는 좋게 거절했지만, 다시금 그녀와 대화하기 꺼려질 정도로 민망했다. 그런 그녀가 더 싫어진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애가 나의 절친한 남자아이였다. 그와 잘 되지 않기에 내게 찔러본 것이다. 즉, 질투심 유발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셈이다. 이를 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뻔히 그녀가 내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익히 다 아는 것인데 굳이 갑자기 친하지도 않는데 사귀자고 하는 게 어떠한 꿍꿍이일까? 감히 고단수 눈치에게 어설픈 심리적인 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왜 모를까? 여하튼, 그녀는 내 친구에게 과하게 잘해줘서 내 친구도 진저리 나게 만들 정도다. 아니, 이제는 그 과잉에 내 친구가 덜덜 떨면서 무서워하는 과정까지 봤다.


내 친구는 좀 훤칠하면서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고 꽤 공부도 곧 잘했다. 심지어 교장선생님도 조회시간 마치고 저 학생의 품위가 단정하니 모두들 본 받도록 해야 하지 않냐며 칭찬한 학생이다. 그런 그에게 여러 학우가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그에게 시험 전 초코릿을 주지 못하기에 내게 전해주는 후배들도 있었다. 난 단지 그의 친구라는 이유로 다소 챙겨받은 것도 적지 않다. 때론 좋지만 때로는 친구보다 못한 내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처량했다. 처음엔 친구를 팔아서 몇 번 호강했으나 나중엔 귀찮아서 도움은 커녕 시험공부하느라 바빴다.


그녀의 그 친구를 향한 지극정성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선 시험 날 초코릿을 전해주는 풍습이 있는 그 시절. 그 친구의 도서관 사물함에는 뭔가 박스가 있었다. 열어보니 비싼 초코릿과 또 하나의 사진. 아니 사진이 아니라 그림인데 워낙에 오랫동안 그린 티가 난 초상화다. 이 친구를 생각하면서 꼬박그린 듯하다. 친구가 어느 정도 여자로 보였다면 이 자체가 감동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너무나도 무서워했다. 친구는 그 그림을 보면서 한 숨을 내쉬며 건방진 이야기 했다.


"와.. 도대체 이건 누가 준거야? 이렇게 공부하면 서울대 가겠다"


친구는 감동은 커녕 그녀가 누군지 궁금한 것도 한심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초상화는 어디다가 치웠는지 모른다. 여하튼 그 초코릿은 나에게 주면서 다 먹으라고 했다. 덕분에 늘 그런식으로 해치웠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이 상황을 알런지가 궁금했다. 누가 보낸건지 알 수가 없지만 우리들은 눈치를 이미 챘다. 그림 좀 그릴 줄 알고 이 시간에 공부하지 않고 이렇게 사랑타령을 하는 이. 그리고 내 친구에게 조심스레 관심을 보이는 이를 추축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받고 아니 고백이라고 보다는 질투심 유발하는 그 심보를 떠나서 그녀를 피했다가 졸업식 전날 물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시인을 해버렸다. 근데 왜 직접 말하지 못했냐고 했다니, 그녀 또한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뒤에서나마 잘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바보야. 그 게 더 무서워! 너 스토커니?"


라고 얘기하려다가 상황에 맞지 않아서 꾹 참았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에 있는 서랍은 자물쇠가 있는데 어떻게 넣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무서운 것이다. 하나는 자물쇠 번호를 그녀가 알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잠시 화장실 갔거나 밥먹으러 나간 사이에 넣어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자리를 비었는 지 확인을 하고 한 것 같다.


* 뒤에서 챙겨주기가 실패하는 이유

1) 너무 빈번하게 챙겨주기
(밀지 않고 당기기만 하는 것이기에)

2) 너무 무턱대고 이상한 걸로 챙겨주기
(상대방 입장을 전혀 고려 않음)

3) 너무 정밀하게 상대를 잘 알면서 챙겨주기
(감시당하는 느낌)


물론 그 방법도 무섭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그 친구가 당장에 필요로 하는 것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수학문제와 과학문제를 올리는 것이었다. 근데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초상화와 초코릿은 반갑지 않는 선물이다. 아마도 그녀에게는 그에게 원하는 것이 자기의 맘을 알아달라는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그 친구의 마음인 것이다. 당시에 그녀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차라리 그 무서운 방법은 하지 않았던 게 나을텐데 싶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외모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내가 너무 친한데 나에게 들이댄 그녀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난 친구를 위해서 말해줬다. 아마도 그냥 말 걸기 싫은 사람에서 꼴 보기도 싫은 사람으로 전락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 빈번히 챙겨줘서 이보다 나쁘게 될 수 없었으며, 또한 무턱대고 이상한 걸로 마음을 전하는데 나 또한 보는 내내 찡하기는 커녕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너무 많이 정밀하게 알기에 마치 스토커가 감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하여 내 친구는 늘 하는 소리가 어서 졸업해서 이 동네의 바닥을 떠서 대학가 화려한 캠퍼스 여자를 얻겠다고 타령을 했다. 심지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차라리 다른 학교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나보고 대신 전해달라고 거짓을 꾸미기도 했다. 정을 떨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결국엔 그녀가 알아서 퇴장했다. 그녀 또한 그간 지친 것이다.


당시 철이 없어서 몰랐는데 후에 그녀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데도 왜 불편하게 그녀는 그를 위해서 무조건 잘해주는 지.... 물론 당사자에게는 무시당하지만 오죽 좋으면, 진짜 좋으면 그렇게 대하는 지, 커서 조금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지나서 그래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 뒤에서 챙겨주기 이해도

1) 내가 원하는 이성에게 엄청 챙겨주기

2) 챙겨주기 방법이 드러난 것보다는 은밀한 것이 나은 걸 알게 됨

3) 무조건 잘해주는 이의 마음을 이해함 (오죽하면)

4) 그래도 무조건 잘해주는 방식은 안되는 것을 깨우침

5)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상세히 알면서 행동하기

6) 나를 좋아하는 상대가 내게 왜 이렇게 대하는 지 이해하며

남녀관계가 아니라 인간vs인간의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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